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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릴라~ 2009. 3. 2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08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태라지 P. 헨슨, 줄리아 오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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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 타임. 호흡이 긴 영화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토리텔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천천히 넘어가는 화면,

그래서 장면마다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 일종의 ‘보는 소설’.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가 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지배하는 화두가 ‘시간’이기에 재미있게 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지배하는 시간.


사랑할 시간, 입맞출 시간, 포옹할 시간,

작별할 시간, 재회할 시간, 회상할 시간,

울 시간, 웃을 시간, 그리고 춤출 시간.


벤자민과 데이지는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삶의 길지 않은 한 때,

그들의 정신적/육체적 나이가 일치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 쪽이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을 때도

그들이 간직한 변함없는 우정, 육체의 부조화를 넘어서는 우정,

평생에 걸친 사랑이 내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지금부터 약 50~70년 후면

나와 내 친구들 모두 이 세상을 떠났겠지.

내가 헤어짐을 상상할 수도 없는 엄마, 아빠는 더 일찍 하직하셨을 테고.

새로운 얼굴의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갔던 자리를 채우겠지.

탄생과 죽음, 그 사이에 놓인 삶...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는 노인에서 출발해 점점 아이가 되어갔다.

노인 속에 들어 있는 아이,
아이 속에 들어 있는 노인이었다.
삶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출발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역시 벤자민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벤자민은 '시간'을 상징한다.

그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 속에서 드넓은 세상을 만나고 사랑하고

삶의 희열과 고통을 속속들이 맛보았는데...

나의 시간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무엇으로 삶을 시간을 꽉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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