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변화에는 단계가 있다

by 릴라~ 2009. 3. 26.

처음
새로운 어떤 것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열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뻐한다. 여행도 공부도 그렇게 시작된다.


배낭여행 초기 몇 년간은 특별한 순간과 만남이 너무나 많았고 그런 체험들이 나를 형성해왔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공부도 마찬가지. 서른 넘어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쿵푸는 또 어떤가. 삼십년간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작은 일을 다루는 능력은 신장되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일 앞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삶의 크고 작은 고비 앞에서 여전히 걸려넘어지는, 하나도 더 나을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자신 출발점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제자리걸음을 했구나 싶다. 그 때는 우리가 이룬 작은 성취마저 부정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변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변화에는 단계가 있다.

우리의 앎과 깨달음과 능력은 '삶' 속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삶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시험하는 무대이다. 우리가 가진 지식이 삶의 실천적 상황과 난관을 통과한 후에야 진정한 변화가 찾아온다.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큰 일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 때 우리는 비로소 겸허해진다. 아무리 많은 곳을 둘러보았다 하더라도 우리가 본 것은 이 드넓은 세계의 한 조각, 우리가 평생 공부한다 하더라도 앎이라는 이 거대한 물결에 한 발을 적실 수 있을 뿐. 우리의 앎과 경험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앞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우리는 세계가 부여하는 도전과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끝없는 배움의 길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