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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인도, 네팔

[인도] 바라나시

by 릴라~ 2008. 5. 20.



바라나시
엔 우리를 무장해제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편견, 각종 경계들을 사뿐히 무너뜨리는...
선과 악, 옳고 그름, 세상의 질서, 이 모든 것들이
혼돈에 빠져버리는 도시.
무겁게 내려깔린 안개, 독특한 질감의 공기, 불안 속에 깃든 편안함...
무언가가 우리 마음을 누르는, 동시에 뭔가가 우리 마음에서 스르르 풀려나가는 곳...
악령에 홀린 듯 짖어대는 개들, 시체 타는 연기,
당혹스런 눈빛의 여행자들, 무심한 현지인들, 체념으로 단단히 굳은 얼굴들...
그 물에서 씻고 양치질하는 하층민들, 
사람, 차, 오토바이, 자전거, 릭샤, 소가 한 데 뒤엉켜 달리는 차로,
이 모든 것들이 모자이크처럼 엉켜 있는 도시, 바라나시.

바라나시엔 두 번째다. 8년 전에 비하면 가트(강가 계단)길이 많이 깨끗해졌고
상가가 늘었고, 도시도 커졌고, 곳곳이 공사중이고, 많은 것이 현대식으로 변했지만
이 도시의 안개와 릴렉스한 밤공기는 변함이 없었다.
삼천년의 역사의 흔적이 갠지스강을 감싸고 있었다.
네팔에서 아침에 떠야 할 비행기가 밤중에 되어서야 출발했고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늦은 밤 바라나시에 도착한 우리는 괜찮은 호텔이 모두 만원이라
갠지스 강가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그 밤의 공기는 잊을 수 없다. 공기의 파장이 다른 곳과 전혀 달랐다.
다음 날 강가에서 좀 떨어진 호텔로 옮겼는데, 그곳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강렬한 진동이 강 주위에 있었다.

갠지스강의 밤에는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드는 이완적인 분위기가 있다.
흐름이 없는 강물, 그 위로 떠다니는 초들..
마치 마약 먹은 것 같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그런 풀린 분위기.
바라나시에 오래 머문다면 반드시 이 도시의 공기에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
더 초연해지고, 더 무심해지고...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한 편으론 나를 사로잡는 묘한 분위기...

서양애들은, 뭘 해도 상관없는 이 도시의 이완적인 분위기를 좋아했지만

나는 바라나시를 떠나고 싶어졌다.
내 정신은 다른 것을 필요로 했다. 보다 꼿꼿하고 명료해지고 싶었다.
바라나시의 안개가 우리를 삼기키 전에
여기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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