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국내여행 이야기/여행 단상

한 해 마지막 날, 서귀포엔 눈발이 날리고 - 제주올레 6코스

by 릴라~ 2010. 2. 7.

마라도를 떠나 서귀포로 넘어오니 날씨가 한결 따뜻했다. 서귀포와 고산 지역은 체감 온도가 5도는 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서귀포 사람들이 느릿느릿하단다. 이 작은 섬에서도 이런 기질적 차이가 있다는 게 재미있다. 제주에서 가장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서귀포는 그래서 눈 구경하기도 어렵다.

밤에 한라산에 갈 예정이라 낮에 올레 6코스길을 쉬엄쉬엄 걷기로 했다. 6코스 시작점 쇠소깍으로 가지 않고 그냥 숙소가 있는 보목리에서 출발했다. 바닷길, 겨울인데도 꽃이 만발한 마을길, 아름드리 숲길을 지났다. 올레길에는 코스마다 길동무가 있다. 1코스는 성산일출봉, 7코스는 범섬, 10코스는 형제섬을 내내 바라보며 길을 간다. 몇 시간 동안 함께 걷다보면 진짜 친구가 된 기분이다.

6코스의 길동무는 섶섬, 문섬, 그리고 새섬이었다. 새섬 앞에 이르렀을 때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날씨는 환한데, 눈이 제법 내린다. 한라산 방향은 짙은 먹구름이다. 눈은 그쪽에서 서귀포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

새섬 앞으로는 새로 지어진 다리 ‘새연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서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섬이다. 새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추워서인지 새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K를 만났다. 어디 있냐며 문자가 왔는데, 마침 이 부근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한라산 가려면 미리 만나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단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끝에 6코스길의 종점에 도착했고 우리는 보목리로 돌아가 민박집 할머니, 나, K, 셋이서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았다. 참 고요하고 맑은 저녁이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렸지만 태양빛은 구름을 붉게 물들이더니 우리 가슴속으로 사라져갔다.


*걸은 날. 2009. 12. 31.



-> 전날 저녁, 숙소 부근 제지기오름에서 내려다본 문섬


-> 전날 저녁, 숙소 부근 제지기오름에서 내려다본 섶섬


-> 새섬에서

-> 새섬에서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