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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박칼린의 인터뷰를 보고

by 릴라~ 2010. 8. 26.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성격을 설명한 대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이 일을 할 수 없단다. 자존심 강한 음악가들, 각양각색의 배우들, 무대 감독, 스텝들 등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조정해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라고,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그 사이의 온갖 일들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고, 그래서 체력이 가장 중요하단다.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 음악을 해야 한다고, 뮤지컬은 무대를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교사에게 필요한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기 전공/교과에 대한 애착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성품/재능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학생들 사이의 변화무쌍한 관계 및 다툼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더 키워야 하고 누군가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죽여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과의 다툼과 부대낌 사이에서 최선의 문제 해결을 찾아낼 수 있는 마음 그릇이 필요하다.  그러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인 '교실'을 사랑하지 않고는 아름답게 버텨내기 어려운 일이다. 감독의 역할과 책임을 기꺼이 즐겨야 하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중요하다.^^

공연 예술에서는 '제 4의 벽'이란 개념이 있다고 한다. 무대의 배우들과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그들을 분리하는 투명한 벽이라고 한다. 그리고 좋은 공연은 그 제 4의 벽을 깨트려 배우과 관객을 하나로 이어준다고. 교실에서도 때때로 그러한 벽이 존재한다. 좋은 수업은 그 벽을 깨트려 교사의 마음과 학생의 마음이 연결되고 그들의 대화가 이 세계의 더 큰 어떤 부분과 연결되는 것일 게다. 

그녀의 인터뷰를 듣노라니, 번다한 세상사는 가볍게 잘라버리고, 내가 서 있는 교실을 온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어졌다. 지금껏 너무 불평만 하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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