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지닌 힘일 것이다.
지인이 남아공 출장 중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서 한 컷의 사진을 찍었다.
다음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은 채.
"KBS를 살리겠습니다."
두 팔을 활짝 펼쳐 플래카드를 든 모습과
그 뒤로 빛나는 희망봉의 푸른 하늘과 바다,
머리칼을 흔드는 땅끝의 바람 속에서 자유의 기운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
고민과 결연한 의지와 밝은 웃음이 한데 섞인 환한 표정 때문에
평범한 사진임에도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그렇게 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교육을 살리겠습니다." 라고.
나도 그렇고 동료들과도 그렇고 죽어가는 교육을 살려보겠다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해 본 적이 없었다.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 적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들뢰즈는 인간을 이끌고 있는 두 힘, 본능과 지성의 한계를 지적한 적이 있다.
본능은 감각에 매몰되는 한편, 지성은 쉽게 비관과 냉소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삶을 위해서는 제 3의 역량이 필요한데 그것을 affection이라 했다.
감응. 주관적 감정이 아닌, 나 밖의 어떤 것이 촉발시키는 공감과 정서 같은 것.
그 힘이 우리를 비관과 냉소에서 끌어내준다고 했다.
그 한 장의 사진 속에 그가 자기 일에 지니고 있는 애정이 전달되었다.
KBS가 정말 살아있구나, 하고 생생하게 느꼈을 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도 전달되었다.
결과에 상관 없이 우리가 자신의 뜻을 지켜낼 수 있을 때
이미 세상을 이긴 것이라고.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우리 정신과 가슴을 푸르게 지켜낼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세상의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삶이 다시 따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느껴졌다.
* 권력과 싸우고 있는 KBS 기자/아나운서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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