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스트릭랜드의 TED 연설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 사람을 검색해보니 저서가 있었다. 저자가 피츠버그 슬럼가에 세운 작은 공방이 '맨체스터 장인 길드'라는 예술 센터로 자라나기까지의 '기적적인' 과정을 그린 책이다. '기적'이란 단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삶과 교육에 대한 탁월한 관점이 담겨 있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이고 영성적이며 지적인 통찰이 번득인다.
그의 예술 센터에 들어오면 각급 학교에서 가장 밑바닥 성적을 차지하던 가난한 흑인 학생들이 재능을 실현하고 가난한 모자 가정의 어머니들이 숙련된 고급 기술을 익히며 안정적인 삶으로 진입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저자의 세상의 변화를 앞서 읽는 천재적 감각과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 삶에 주는 영감이 크다.
그의 교육관의 기저를 이루는 것은 예술의 힘이 인간 내면에 끼치는 변화이다. 그의 예술 센터는 그의 예술관과 철학을 담아 더없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창조되었다(피츠버그 공항을 설계한 이가 지은 건물). 그곳에 들어서면 아무리 바깥에서 폭력에 시달리던 사람들이라도 그 공간이 지닌 안온함에 감응할 수 있고 장인이 만든 목재 의자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의 내용과 질 또한 최상이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최고급 난을 만들어내고, 최고급 요리를 선보이며, 훌륭한 도자기 및 페인팅 작업들을 완수해냈다. 또한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기능을 숙련하는 직업교육 대신에 컴퓨터, 케이블 등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때마다 앞서 기업과 협약을 맺어 신식 기술을 보유한 인재들을 길러내었다. 센터의 음악당에서는 연중 재즈 연주회가 열리며 빌보드차트에 오른 음반이 여러 차례 녹음되기도 했다.
그 공간에 들어서면 말이 아니라 분위기로서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인간답고 가치있으며 훌륭한 삶의 느낌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합당한 반응을 보인다고 믿고 있다. 그 공간에 들어선 이는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고 더 위대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들을 대접하는 방식이 그들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실제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교육을 지나치게 개인적인 무엇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교육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사제 관계),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가르침과 배움의 활동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환경과 총체적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로서 환경과의 교감 능력, 주위 사물을 감각하고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 몸과 마음과 혼으로서 나날의 시공간을 경험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깨닫고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교사 역시 학생에게 제공된 환경(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의미의 환경)의 일부이며 교육은 좋은 경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면서 학생들이 나날의 삶 속에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느끼도록 북돋우는 일이다.
아직도 우리의 문화 수준은, 배움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는 삭막한 환경에(우리 학교가 특히 그러함) 학생들을 하루종일 가두어두면서,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잘해주는 것을 교육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 어제 친구를 만났더니 D공고는 정부에서 50억이나 지원받아서 공사를 했는데, 겉만 번드르르하고 속은 달라진 게 없더라고 대체 그 돈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간을 들여 어떻게 고칠 지 협의하지 않고, 솜씨 있는 훌륭한 건축가에게 제대로 설계를 맡기지도 않고, 교장과 학교 당국에 돈을 주니 그 모양으로 돈을 쓴다. 대안학교 역시 교육이념과 철학에 대한 고려는 있으나 배움의 환경에 대한 총체적 고려가 없다는 점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공립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빌 스트릭랜드와 같은 사람이 우리 나라에도 있었으면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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