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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피에타 | 김기덕 감독 — 김기덕이 그려내는 구원의 이미지

by 릴라~ 2012. 9. 6.

 

 

 

 

이런 영화를 한국말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얼마 전 TV에 출연한 김기덕 감독은 왜 잔인하고 어두운 영화를 자꾸 찍느냐는  질문에 이 세상엔 '그늘'도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었다.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깊은 그늘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며 그 그늘을 풀어가는 감독의 영상 언어에 탄복했다. 지금까지 그가 제시하는 '구원'의 방식에 누군가는 동의하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 <피에타>의 경우, 청계천 상가라는 공간, 돈 때문에 저질러지는 악,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의 설정은 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선과 악의 문제를 이처럼 정면으로 제기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것을 단지 사회학적으로 풀어가지 않고 거기에 윤리적/신학적 깊이를 담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김기덕은 천재다.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은 그 찬사가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가 그려내는 구원의 이미지는 너무 아프지만 그것이 인간의 진실. '강도'(이정진 역)의 피는 새벽 여명 속에 길 위에 길게 뿌려졌다. '낮'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핏자국을 보지 못했지만,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 마음의 길 위에 강도와 청계천 사람들의 흔적을 새겨넣고 간다. 강도가 택한 마지막 속죄의 방식이 우리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죄악을 속죄하는 걸까,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걸까.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이나 조각을 의미한다. 영화 <피에타>의 '엄마'(조민수 역)는 상구와 강도라는 두 아들의 죽음 앞에 목놓아 울고 있다. '널 버려서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라며 강도에게 절대적 애정을 보여주는 '엄마'의 존재는 신을 닮았다. 그 '신'의 복수는 싸이코패스인 강도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머니의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일의 실체를 깨닫고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강도라는 괴물을 낳은 건 비정한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죄악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는 건 돈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세상을 그려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러한 인간의 운명을 포괄해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배운 대로,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온갖 악을 행해다가 자신이 숱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았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인간. 이미 모든 것은 끝난 뒤. 강도의 마지막 선택은 그가 신에게 건네는 언어였다. 그 언어가 있기에 이 영화는 슬픔 가운데서도 아름다움과 구원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흐르는 음악은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혹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피에타 (2012)

Pieta 
8.8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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