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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스토리텔링

이젠 함께 읽기다 | 신기수 외 — 창의적 논제를 통한 독서토론

by 릴라~ 201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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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는 내용과 구성에 따라 다르게 구분된다. 내용에서는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로, 구성에서는 자유논제, 선택논제, 찬반논제로 이루어진다. 

 

사실논제는 사실의 존재 유무를 다루는 것으로 법정토론의 심문 과정에서 많이 다루지만 독서토론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토론자에게 논제를 미리 나눠주고 준비해오게 한다면 가능하다. 토론자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사례 등을 조사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나,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면서 배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조기 영어교육은 모국어 습득에 방해가 된다" "체육수업의 감축은 학생들의 체력을 저하시킨다" 등이 사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초중학생들의 독서토론에서 책 속 저자의 주장이나 근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논제를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다 보면, 토론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사실논제 위주로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치논제는 가치 판단에 대한 논제이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가치 있다, 가치 없다' 등으로 판단한다. 현재 공동체게 가져야 할 가치관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 "초등학생이 조기유학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테러를 막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고문해도 좋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등이 가치논제다. 

 

가치논제에서는 개념 정의를 분명하게 해줘야 한다. 논제에서 다루는 용어에 대한 해석과 개념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토론자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쟁점이 되는 부분에서 토론자들이 가치관의 차이와 주장의 가치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를 드러나게 해야 한다.

 

정책논제는 현상 분석, 문제점 해결, 정책 개선 등을 위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제다. 주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새로운 정책의 개념, 실행방법, 정책 변화에 따른 이익 등에 대해 토론한다. 찬성과 반대의 쟁점이 명확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는 공통점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사실논제나 가치논제보다 훨씬 많이 다뤄지는 논제다.

 

이런 논제에는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전면 무상급식으로 해야 한다"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해야 한다" "모든 학교도서관에는 반드시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 등이 있다. 주로 사회 정치토론에서 정책논제를 많이 다룬다. p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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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논제는 참가자들을 편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한다. 주로 책에 대한 소감과 인상 깊은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운동하기 전에 몸을 풀듯이 본격적으로 토론하기 전 '입 풀기 논제'라 칭한다. 이어서 주제도서가 문학인 경우 등장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인문학과 사회학의 경우는 시의적절한 내용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워밍업하는 논제를 만든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토론의 수준은 높아지고 또 깊어진다.

 

선택논제는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토론자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을 드러내게 한다. 찬반논제는 가장 논쟁적인 논제로 본격적으로 토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찬반논제의 경우 토론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발언하도록 유도하면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소통하도록 만든다. p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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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는 대개 진행자가 준비한다. 책을 추천한 사람이 논제를 발제하면 보다 다양한 토론거리가 나올 수 있다. 사실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한국교육의 현실에서 화두를 던지는 일은 쉽지 않다. 질문만 봐도 사유의 깊이가 보인다. 대답을 잘하는 사람보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돋보이고, 상황을 주도한다. 상황이 흘러가는 맥을 짚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고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일이야말로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더 깊게 다가설 수 있다. 질문은 모를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새롭게 보는 눈을 길러준다.

 

토론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논제 발제를 하면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해결 능력과 화두제시 능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화두제시 능력, 즉 의제설정 능력은 책이 담고 있는 핵심이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짚어내고, 다양한 의견과 활발한 토론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능력이다. 단순한 책의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이슈와 맥락을 짚어내는 능동적 읽기, 조망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논제 발제를 맡은 진행자는 책을 꼼꼼하게 읽는 '현미경 독서'도 필요하지만, 책의 전체 흐름을 조망하는 '망원경 독서'도 필요하다. p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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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좋은 논제의 기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책의 핵심 내용과 연관성이 높아야 한다. 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독서토론은 논제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개울에서 시작된 독서가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의 날개를 펼쳐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참여자들의 성향 파악이다. 일반인의 경우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들이 독서토론에 주로 참여하지만, 학생들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부모와 교사의 강권에 의해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과 논제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제는 가급적 창의적인 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식상하거나 뻔한 논제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논제여야 한다. 책의 이면을 보게 하거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논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지점을 환기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논제가 좋은 논제다. 

 

독서토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벗어나, 사고를 확장하고 자신이 보지 못한 새로운 이면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창의적인 논제라고 해서 책과 너무 멀어져서는 곤란하다. 책의 주요 주제를 다루면서도 호기심이 일도록 토론을 설계하는 논제라야 한다. 논제 발제가 창의력을 키우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pp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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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제인가를 판단하는 몇 가지 체크 리스트가 있다. 우선 선정도서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살피는 독해력과 분석력, 토론의 토론자들이 쉽게 발언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유도력과, 흥미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성, 생각과 관점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확장성, 그리고 논제가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고 명쾌하게 알려주는 문장력과 표현력 등이다. p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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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서토론을 하는가. 이 물음에 "주어진 논제를 둘러싼 두 관점에 대해 이해 넓히기"라는 독일 철학자 가다머의 말을 인용하여 답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놓친 부분을 들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p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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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주는 감동은 먼저 자기 욕망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동선을 쫓다 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과 견뎌온 시간이 보인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며, 내 안의 숨은 욕망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인간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문학은 우리를 포용한다. 이 놀라운 경험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화해한다. p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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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문학은 스스로를 다지는 일종의 마음 수련이다. 조금 과장해서 책장 한 켠에 쌓이는 소설의 양과 더 나은 인간이 될 확률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내 이해의 선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를 돕는 텍스트로는 철학이나 경전도 좋겠지만, 이야기를 통한 회복이 쉽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숨조차 쉬기 어려웠떤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닌 동료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일종의 감성'촉'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전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던 타인의 고통이 감지된다. 어렵기만 했던 화해와 용서가 편해지고 삶에 여유가 찾아온다. 좋은 소설 한두 권만으로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p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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