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240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 “오늘의 평범한 시간이 내일의 특별한 시간이 된다.” 동아리 전일제 체험학습으로 동성로 여우별아트홀에서 본 서울 공연중인데 울 학생들 위해 하루 내려온 팀. 4명 배우들의 1인 다역과 고등학생 연기가 공감과 매력을 선물. 마치고 스벅 쿠폰으로 늦은 점심. 자라 쇼핑 후 집에 오니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넘 피곤하다. 벌써 체력이 다 되면 안 되는데 5월 들어서 계속 비실비실.. 나이 탓인가. 학교 근무가 체력적으로 넘 힘들 때가 많다. 2022. 5. 17. 세종대왕 생신날 아침에 카톡이 주르르 왔길래 열어보니 울반 아이들 릴레이 인사. 반장이 시작하니 줄줄.. 나도 얼른 답장. 뒤늦게 반톡 본 아이들로부터 오후에 드문드문 개별톡. 저녁에야 사태 파악한 녀석들 톡. “사랑합니다”를 한 사람으로부터 들을 때와 여러 사람으로부터 종일 들을 때 느낌이 다르다. 숙연해진다… 실은 담임이 항상 넘넘 적성에 안 맞아서 내년엔 어떻게든 안 해보려고 뭔 부장을 해야 하나, 잔머리 굴리고 있었는데.. 말 한마디의 힘. 따스한 하루. 2022. 5. 15. 답지 헤는 밤?? ㅋㅋㅋ 답지 헤는 밤?? 이분은 중간고사에 충격 받으셨나. 국어파일 표지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별 헤는 밤' 모방시를 떡 하니 써놓았어요. "오답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후엔 내용을 생략할 수밖에 없겠죠. ㅎㅎ 답지 헤는 밤 중간(고사)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오답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답지 속의 오답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오답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기말(고사)이 오는 까닭이요, 내년 중간, 기말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학교 생활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오답 하나에 슬픔과 오답 하나에 쓸쓸함과 오답 하나에 두려움과 오답 하나에 억울함과 오답 하나에 미안함과 오답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이하 생략... 국어시간에 공책을 쓰면 좋.. 2022. 5. 14. 광기의 현장 올해 반 뽑기를 잘했다. 심각한 학습결손 학생 없고 남학생들이 성품이 모두 점잖으시다. 산만하거나 튀는 분들 없고 여학생들도 분위기를 휘어잡는 분 없고 반장, 부반장 의젓, 다들 무난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남녀 다 친하다. 하지 말라고 딱 한 마디 하면 다들 지킨다. 3월부터 한 번도 소리친 적도 화낸 적 없다. 이러기가 정말정말 어렵다. 그래서 10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조합. (재작년엔 폭탄 조합이라 사표 쓸 뻔) 3월초에 칠판 낙서 금지라고 한 마디 했는데 다들 너무 잘 지켜서 중간고사 끝나면 하루 날 잡아 점심시간에 맘껏 낙서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날이 오늘. 소소하게 몇이서 그림 그리겠지 하며 교실 갔다가 애들 보고 뒤집어짐. 낙서가 아니고 광란의 장. 칠판 전체를 다들 미친 듯이 칠하.. 2022. 5. 4. 어쩌다 융합? 수업 소설 ‘꿩’엔 주인공 용이가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에 맞서 돌멩이를 거머쥐고 직접 맞서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린이용 저항소설.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보라니까 한 녀석. “용이가 들고 있던 암석은 화성암일까, 퇴적암일까, 변성암일까?” 다양한 암석을 직접 보고 만진, 그 전 과학 시간의 잔상이 강력했나 봅니다. 교육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융합?? 수업이 저절로 ㅋㅋ 2022. 4. 27. 시대 변화 2, 갈등 소설 읽기 전, 자기가 겪은 갈등에 대해 모둠끼리 대화하는 시간.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그래야 개념이 구체적으로 와닿기에 주요 개념이 나오면 모둠 대화를 넣는 편이에요. 사는 형편이 고만고만하고 대부분 집이 제일 편안한 장소라 말하는 울학교 학생들의 갈등 내용은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수준. 가끔 학폭 경험도 있고 공부 고민도 있지만, 입학해서 새로 친구를 사귀는 것, 친구가 없는 것,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이들에겐 주된 갈등이었어요. 이 정도 갈등이라면 여러분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한 편이라고 말하니, 한 아이가 묻습니다. "어떤 갈등이 심각한 거예요?" "음, 예를 들어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자게 되면서 너는 누구랑 살래? 하고 물으면 중학생에겐 엄청 심각한 갈등 같은데?" 두번 째 자리에 앉.. 2022. 4. 20. 선물, 배경화면용 그림 윤동주 작품 할 때 컴퓨터 바탕화면에 윤동주 시인 얼굴을 내내 깔아놨었다. 학생들이 소설 ‘꿩’ 수업할 땐 배경화면 뭘로 할 거냐고, 이오덕 선생님 사진 깔아놓을 거냐고 묻는다. “그러게. 다음 화면은 뭘로 할까? 수업용 배경화면 그려줄 사람?” 여학생 한 명이 손을 든다. 소설 ‘꿩’과 관련된 내용 자유롭게 그려오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 그림을 파일로 받았다. 클릭하니 하늘을 나는 꿩이 짠~! 컴퓨터로 두 시간 그렸다 한다. 소설 주제에 걸맞게 또렷한 눈빛, 힘찬 날갯짓이 돋보여 볼 때마다 마음이 환해진다. 겹겹의 산들도 운치가 있고. 다른 반 애들도 다들 좋아한다. 자기 소개 때 미술이 제일 좋다고 한 친구다. 고맙다고 마침 책상 위에 있던 윤동주 시집을 선물로 주니 좋아서 눈이 커진다. 서로가 .. 2022. 4. 19. 서사의 찐 매력 시 끝나고 이제 소설, 서사의 세계로 돌입합니다. 소설의 핵심은 캐릭터예요. 다양한 인물들이 자기 캐릭터대로 갈등을 헤쳐나가죠. 사건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죠. 학생들에게 이러한 ‘서사'의 재미를 맛보게 하기 위해 짧은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어요. 십여 년 전에 소설 수업을 위해 만든 이야기인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인기만점. 이 이야기만 보면 중학생들이 흥분해서 그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늘 애를 먹지요. 이야기 속엔 반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요. 다같이 정글 탐험 중, 담임 선생님은 실종되고,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생각해보는 건데요. 제시된 행동에 걸맞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넣어요. 누가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누가 엄마를 부르며 울었는지, 누가 물고.. 2022. 4. 14. '별 헤는 밤' 수업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윤동주 시인님. 저는 2022년에 살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배우는 학생입니다. 약 100년 전의 시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감동을 주는 시의 힘이 너무 신기했어요. 시를 통해 시대의 상황, 시대의 아픔을느낄 수 있는 것이 시의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평소에 시를 어려워했는데 덕분에 시가 쉽고 재미있어졌어요. (하략)" "저는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이에요. 윤동주 시인님의 시에는 참 마음이 먹먹해지거나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구절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시인님의 시 중에서 '별 헤는 밤'이라는 시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그중 밤하늘에 별을 헤아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인상 깊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윤동주 시인님, 그때 당시 진로 문제로 아버지와 .. 2022. 4. 13. 새로운 길을 맛보는 나만의 레시피 1) 핸드폰이 아니라 자명종으로 6시 반에 일어난다. 2) 희망찬 마음으로 노래부르며 샤워한다. 3) 머리카락을 빗으며 체조한다. 4) 집을 나서서 보는 친구들에게 인사한다. 5) 친구들에게 윙크 한움큼을 던져준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적은 내용이에요. 지난 주, 매호천을 걸을 때 속으로 ‘새로운 길’(윤동주)을 되뇌고 있었어요. 이 작품 감상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하면서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하는데 그때 마침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민들레, 까치.. 평소에도 있었겠지만 그간 관심을 안 기울여 못 봤겠지요. 그래서 이 작품 감상은 좀 실천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일상에서 ‘새로운 길’의 작디 작은 조각이라도 한 번 맛을 봤으면 했어요. 그래서 과제를 내.. 2022. 4. 10. 시인에게 바치는 헌사 오늘 하루의 근심을 다 잊게 만든 글. 시인에게 바치는 중1의 헌사.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당신의 시를 다 외울 듯합니다. 그대의 시를 달달 못 외우는 것은 쉬이 다른 교육에도 신경써야 하는 까닭이요, 제가 하고자 싶은 것을 할 까닭이요, 그대의 다른 시들도 읽어야 할 까닭입니다. 별 헤는 밤의 쓸쓸함과 새로운 길의 희망과 그 시들에 담긴 그대여. 그대는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그대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름을 쓰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으나 이젠 그 언덕들이 우리 가슴 속에 묻혀 자랑처럼 희망이 무성할 거외다. 2022. 4. 6. 땡~ ‘별 헤는 밤’ 수업. 다 외우라고 하니 너무 길다고 학생들이 아우성. 이럴 때 꼭 이런 거 묻는 녀석들이 있다. 대체로 남학생 농땡이. “쌤은 다 외웠어요?” “당연하지.” 갑자기 여학생까지 가세해 일사불란하게 외치는 중학생들~ “해보세요!!” “다 외웠는데 안 믿네?” 아이들은 더 큰소리로 “해보세요.” 목소리 큰 몇 놈은 “틀리시면 땡~ 할 거예요.” “알았어. 근데 선생님 다 외워서 땡~ 할 일 없을 껄~ 시작한다.” 갑자기 애들이 정자세로 고쳐앉으며 시가 인쇄된 프린트를 단정하게 잡는다. 평소 수업 때마다 더 집중적인 눈빛을 종이 위에 쏘면서. 그때 평소 까불거리는 한 녀석이 “쌤, 안경도 벗으세요.” 한다. “왜?” “그 앞에 꺼 보일까봐서요.” “아이고, 의심도 많으셔라. 알았다, 알았어.”.. 2022. 4. 5. 새로운 길 '느낌 읽기'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첫대목. 이 구절이 많은 아이들에게 낯설게 다가갈 줄은 몰랐다. 자기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지하철역 지나고 고속도로 간다고. 혹시 시인이 자연인이냐고. 숲을 거니는 느낌이 궁금하다 한 아이도 있었고.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콘크리트가 더 친숙한 세대구나 했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날마다 가는 그 길이 왜 새롭냐고. 학교 가는 길은 매일 똑같아서 지겨운데. 영어학원 가는 길은 항상 불쾌한데. 그래서 새로운 길이 아리송하다 했고, 뭔가 신비롭고 근사하게 느껴진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이 구절에서 아이들이 궁금해한 것은.. 2022. 3. 26. 쾌락 어린이라 부르면 살짝 삐치며 청소년이라 강력 주장하는 열네 살 중1들. 이 비싼 분필로(멀티초크펜) 칠판에 쓱싹쓱싹 쓰면 너무 기분 좋다고, 이 쾌락을 함께 느껴볼 사람 나오라니깐 너도나도 나와서 쓰겠다고 난리. 답을 적는 게 아니라 낙서하는 듯 흥겨운 분위기. 아직 동심이 넘치는 어린이들이다. 몇 자루 안 남아 추가 주문했더니 오늘 도착했다. 이런 모습 보면 초등쌤들이 잘 가르쳤다 싶다. 자기 생각 말할 사람 물으면 절반 넘게 손을 드니. 하지만 나는 안다. 지필고사 한 번 칠 때마다 손 드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중3 되면 교실은 한결 고요해진다는 걸.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를 썩 잘하지 않는다 생각하면서부터 손을 잘 안 든다. 작년까진 자유학년제라 중1은 지필고사가 없었는데 올해엔 2학기만 안 치고 1.. 2022. 3. 22. 오글오글 오규원 시인의 수업을 하고 있어요. 시는 예술이고 예술은 우리를 느끼게 하려고 존재해요. 그래서 작품에 대한 자신의 첫느낌을 읽어내는 게 감상의 첫걸음이죠. 작품에 대한 원초적 느낌은 보통 (아, 이거 와닿네/감동이야) (어 이게 뭐지? 잘 모르겠네) (맘에 안 들어/실망이야) 정도예요. 이 감정들을 예시로 주어진 어휘를 참고해서 표현하는 활동을 해요. 자기 느낌에서 출발해서 좀 더 다양한 질문을 하나씩 던지면서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볼살 포동포동한 남학생이 “이 시를 읽으니 마음 한 곳에서 봄눈이 내린다”고 발표했어요. 그러자 맨 앞자리 여학생 왈, “너무 오글거려요 쌤.” 선생님은 오글거리는 거 좋아한다고, ‘오글거림’이 넘치는 국어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학생들에게 따라해보라고 했어요. 한껏 .. 2022. 3. 18. 이전 1 ··· 4 5 6 7 8 9 10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