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240 두 번 말고 다섯 번 "2학기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말고 일주일에 다섯 번 다 들어오세요." C는 2학년 열 개 반 국어도우미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수업시간 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활짝 웃음으로 교실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곤 했다. 다섯 반은커녕 2학기에 아예 2학년 수업을 못하게 된 지금 C를 비롯하여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였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었다. 작년 우리 반이었던 Y와 H도 그랬다. Y는 자타공인 필기의 여왕이었고 H는 뭐 하나 대강 하는 법이 없이 심사숙고해서 사려 깊은 글을 쓰곤 했다. 키가 큰 H가 맨 앞에 앉아서 과제를 바로 하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에 몰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S는.. 2023. 8. 5. 동아리 도보여행의 추억 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있다. 이제는 필요 없는데 이 자료를 십여 년간 이사하면서 싸들고 다녔다. 2011년 동아리 책 축제 때 전시 자료다. 자료가 쌓여서 옛것은 정리할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싶다. 버리기 전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두 번의 지리산길, 여름 지리산길과 가을 지리산길, 풍경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가 이 길을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하고 자료들을 못 버린 이유는 이것이 열정 넘치던 삼십대의 흔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 길을 나 혼자만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다층적인 기억의 무늬로 수놓아진 길, 그래서 애착이 있었던 것 같다. 삼십대에 갔던 특성화고인 D고에서 적응 못해 3년 내내 무기력.. 2023. 7. 30. 펌) 모짜르트를 사랑한 남자 / 김미옥 이분 글을 참 좋아한다. 그나저나 모짜르트에 대한 폰 니센의 사랑을 보니 사랑이란 말을 함부로 쓸 수 없을 것 같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9838#home [삶의 향기] 모차르트를 사랑한 남자 | 중앙일보읽던 책의 주제에 흥미가 생기면 참고문헌을 다 찾아 읽는 계독(系讀)형이 되고,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는 전작주의가 되기도 한다. 그는 모차르트를 사랑해서 모차르트가 사랑한 사람마www.joongang.co.kr ## 1791년 35세의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에게 엄청난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 그의 낭비벽은 유명했는데 그보다 아내의 낭비벽이 더 심했다. 이들은 돈을 벌어 쓸 줄만 알았지 관리할 줄은 몰랐다. 자신들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착각했던 .. 2023. 7. 25. 예술강사 초빙, 연극 수업 올해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내가 초빙한 예술강사님의 연극수업을 보지 못한 것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학교에 예술강사지원사업이 시작된 건 10년 쯤 되는 듯한데 나는 작년에야 알게 되어 신청했고, 올해 지원을 받았다. 갑작스런 일로 병가를 쓰게 되어 2주간 반별로 4차시, 총 40시간 진행된 수업을 보지 못한 게 젤 아쉽다. 나 대신 수업 임장에 들어간 국어강사님이 사진을 몇 장 보내주시면서 수업 참관 소감을 전해주었는데, 수업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진행을 매우 잘하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문연극인의 카리스마가 엿보였고 농땡이들도 잘 대처하면서 모두 수업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연극놀이에서 시작해서 교과서와 연계하여 간단한 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강사님이 진행한 연극놀이는 실은 나도 그간 연극연수에서 다 배.. 2023. 7. 22. 올해 학교에서 젤 잘 산 것 바로 수업자료를 운반하는 카트다. 다른 학교에서 오신 분들이 이용하는 카트를 보고 나도 기존의 장바구니 같은 카트를 버리고 3단 고급 카트로 대변신. 요거 진짜 편리하다. 일단 높이가 높아서 자료를 꺼내기가 쉽고 선반도 하나 달려 있어서 분필이랑 자석 등을 넣어다니는 게 넘 좋다. 조립은 손재주 많다고 자부한 다른 반 의인들이 해주셨다. 2023. 5. 31. 부석사 무량수전 3D 입체퍼즐 올해 오랜만에 최순우 선생이 쓴 글, 수업을 했다. 교과서 외 작품인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만한 다른 글이 없어서 참고작품으로 선택한 것. 수업 내용은 예전과 별반 다름이 없으나 올해 새로 활동한 것은 수업 다 끝내고 3D 입체퍼즐을 조립한 것.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예산이 부족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주지는 못하고 한 반에 3명씩 가위바위보로 뽑아서. 서로 하겠다고 경쟁 치열. 중학생들은 무언가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도 좋은 것 같다. 수업을 하실 분들은 활용하면 좋겠다. 2023. 5. 31. 교실 정원, 싹이 푸릇푸릇 방울토마토에 이어 해바라기,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도 생명의 몸짓을 시작! 2023. 5. 31. 물멍, 교실에서 어항 가꾸기 내 나이쯤 되면 아는 것이 있다. 어떤 기회는, 어떤 경험은 이것이 끝이라는 걸. 올해 우리 반 교실은 복도 끝이라 복도까지 포함하는 매우 넓은 교실이다. 전교에서 제일 넓다. 이렇게 큰 교실을 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서 교실 공간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교실에서 화분도 많이 가꾸어보고, 어항도 한 번 설치해 보기로. ADHD가 여럿 있는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추억 만들기기도 하다. D의 조언에 따라 다이소 5천원 짜리 투명 정리함으로 저렴하게 어항을 만들었다. 유리는 오히려 애들이 장난 치다가 깰까봐 겁남. 나머지 도구는 집에 있던 걸로 했다. 쉬는 시간마다 몇이 어항 앞에 달라붙어서 물멍을 한다. 한 녀석은 물고기 그림을 그려서 어항을 꾸몄다. 다른 반 애들이.. 2023. 5. 31. 럭셔리 체육대회도 끝나고 그간 반티 문제, 각종 예선전으로 온 학교가 한 달 동안 시끄럽게 들썩였다. 서로 같은 반티를 원하면서 학급끼리 싸우기도 하고 반장들이 울기도 하고.. 개난리.. 게다가 반별 댄스를 준비해야 하는데 남학생들이 제대로 연습 안 한다고 여학생들은 불만에 가득차 있고.. 그래서 체육대회만 끝나면 한숨 돌리나 했다. 끝나니 바로 기말 원안 내란다. 하이고.. 울학교 체육대회는 가까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다. 이건 정말 좋다. 햇빛도 가릴 뿐 아니라 경기장이 잘 보여서 학생들이 자리에서 경기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트랙이 부드러워 부상자도 별로 없고. 뛰어도 다치지 않고. 먼지도 안 나고. 육상진흥센터에서 하는 체육대회의 백미는 계주다. 계주 관람이 정말 재밌다. 관람석에서 경기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 흡사.. 2023. 5. 31. 교실에서 정원 가꾸기 한 달 지났다. 지금은 사진보다 식물이 많이 자랐다. 햇볕이 좀 더 들이치면 더 잘 자랄텐데 그게 좀 아쉽.. 방울토마토는 하루 8시간은 햇볕을 쬐야 하니깐. 올해 복도 끝 교실을 맡았다. 울반은 복도까지 교실이라 실내 공간이 다른 반보다 훨씬 넓다. 이렇게 넓은 교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서 추억 만들기 중~ 방울토마토, 참외, 해바라기, 봉선화, 채송화를 심었다. 씨 뿌리는 식물이 돈이 적게 들어서.. 한 해 동안 잘 가꾸어보자. 2023. 5. 24. 동아리 캘리그라피 동아리에서 답사반 이런 거 하니까 갈 데 없는 남학생들만 죄다 몰려와서 올해 처음 캘리그라피반 열었는데 성공 ㅋㅋ 여학생이 훨 많다. 학생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배운 캘리그라피 수업. 강사님은 동네 글그림캘리그라피에서 섭외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2023. 5. 23. 알약편지 만들기 중간고사 원안 4월 중순 제출, 서술형 채점 학생 확인 마감 오늘.. 근 한 달을 시험에 시달렸다. 원안 고치고 또 고치고,, 시험 치고 나서는 서술형 땜에 난리난리. 공부에 관심 있는 동네라 부분점수 안 주냐고 채점 땜에 난리난리.. 6월 초 넘어가면 기말 원안 내라 할 건데 이건 뭐 가르침이 아니라 시험 뒤치다꺼리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네. 근 한 달 시험에 시달리고나니 벌써 방학해야 할 듯하다. 시험 출제 들어가면서 교사도 수업 집중력이 확 떨어지고 애들은 학원에 시달려 집중력 떨어지고 악순환의 반복. 진짜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공부 못하도록 누군가 조직적으로 구조적으로 방해하는 느낌. 제발 배움 그 자체에 주목하자. 시험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하루하루 수업활동에 가치를 두는 사회가 돼야 교육.. 2023. 5. 12. 수업 팁 _ 깔끔한 대단원 마무리 퀴즈 보통 중학교 국어수업에서 교과서 기준으로한 단원이 다 끝나는 데는 한 달쯤 걸린다. 그 대단원 안에서 몇 개의 소단원을 진행하면서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게 되고... 그렇게 한 단원이 끝났을 때 대단원 전체를복습하면서 한 시간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난 항상 단어 시험을 친다. 그 단원에 나오는 단어 전체를 묻는 시험인데바탕글에 나오는 어휘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 다룬 어휘 전체를 묻는다.작가 이름, 작가가 살았던 지역 이름, 소설 주인공 이름 등사람 이름, 지역 이름도 어휘력이므로 그렇게 우리가 한 달 간 다룬 모든 이름들을 묻는 시험이다.그래서 문제가 보통 50개 이상.학생들도 퀴즈처럼 즐겁게 친다. 못 친다고 해서 어떤 제재가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가볍게 학습을 점검하는.. 2023. 4. 21. 중학교 2학년은 지금.. 심리적으로 성인의 만취 상태와 같다고 한다 ㅋㅋ 완전 동감, 오늘도 취하신 분들을 숱하게 봤다. 문짝 두들겨 부수고… 소리 지르고 뒹굴고… 취하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없지. 지켜보는 이도 고된 나날이다. 2023. 4. 20. 펌) 한글학자 김슬옹 선생이 뽑은 한글 10대 뉴스 한글 수업 때 참고하려고 퍼옴 ## 어느 잡지에서 한글 10대 사건을 요청하셔서 뽑아 봤습니다. 추가하고 싶으신 사건이 있다면 아래 10대 사건 가운데 어느 사건과 교체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저도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니 좋은 의견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기준: 한글의 보편 가치(누구나 쉬운 문자로 지식과 정보 나누기) 실현 1. 1443년 세종 한글 창제 2. 1446년 세종과 8인, ≪훈민정음≫ 해례본 간행, 훈민정음 반포 3. 1459년 세조, 훈민정음 언해본이 들어 있는 한글 불경언해서 간행 4. 17-19세기 한글소설(홍길동전, 춘향전), 한글가사 등 유행 5. 1889년 미국인 헐버트, 한글 우수성과 과학성을 미국 ≪뉴욕트리뷴지≫(현 뉴욕타임즈)에 발표와 1891년 최초 한글.. 2023. 3. 25. 이전 1 2 3 4 5 6 7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