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에 도착해서 두 번 놀랐다. 처음엔 유명 관광지치고 유적이나 유물 관리가 너무 엉망이어서다. 화장실 냄새가 진동했던 공항청사에서부터 의아함이 시작되었다. 스톤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데도 집들은 죄다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손 본 흔적이 거의 없었다. 깨끗한 건물은 호텔로 리모델링한 곳 뿐이었다.
괜찮은 역사적 포인트가 꽤 있는데, 박물관의 유물 관리도 한숨 나오는 수준이었다. 잔지바를 마지막으로 다스렸던 왕실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은 입장료가 얼마인지 쓰인 안내판조차 없었다. 우리는 관리인이 달라는 대로 주었다. 유물은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잔지바 사진은 볼 만했다. 당시 항구였던 곳에 세워진 하얀 건물은 지금 힐튼호텔로 개조되어 있다.
바닷가 근처 요새로 지은 성채도 들를 만한 곳인데 한 귀퉁이를 어느 화가가 자기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작업실을 통과해 옥상으로 가니 화가가 쓰던 각종 물건이 이리저리 쌓여 있었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톤타운은 빈민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퇴락해 있었다. 바닷가 노천식당에서 파는 유명한 잔지바 피자는 도저히 먹을 만하지 않아 한 입 먹고 버렸다. 도착한 첫날에 나는 잔지바에 실망했다.
두 번째 놀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지바가 지닌 매력 때문이었다. 집들이 낡고 퇴락했기에 스톤타운 안에는 현지인이 그대로 살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외지에 쫒겨나지 않았다. 우리는 사흘 내내 잔지바의 골목골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누볐다. 그 모든 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일상과 편안한 웃음을 마주했다. 인도 사원도 보았고, 잔지바의 옛 주거 양식을 재현한 유명 호텔도 빠짐없이 들렀다. 스톤타운을 구경하느라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자랑하는 잔지바의 능귀 해변에는 가지도 못했다(지인들은 대체 스톤타운에서 사흘 볼 게 뭐가 있냐고 의아해했다). 여타 관광지와 달리 스톤타운 안엔 현지인들의 삶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생동감이 잔지바의 매력이었다.
**2019년 4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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