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은 1679년 세워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의 성채, 캐슬 오브 굿 호프(castle of good hope)다. 오각형 모양으로 주위에 해자까지 만든 견고한 성이다. 네덜란드가 지배한 케이프 식민지는 몇 차례의 전투 끝에 1895년 영국령으로 넘어간다. 사령관/총독의 집무실 앞에 있는 네 명의 입상은 원주민 추장으로 네덜란드 및 영국 지배에 저항하다 성 안의 감옥에 투옥된 인물들이다.
성 내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케이프타운의 역사를 보여준다. 책에서만 봤던, 기억의 저편에 있던 이름들을 만났다. 대표적인 게 마젤란과 엘카노. 1519년 스페인에서 서쪽으로 세계일주 항해를 시작한 마젤란은 태평양을 횡단한 뒤 필리핀에서 원주민과의 전투 중 목숨을 잃고 엘카노가 지휘봉을 이어받은 함선은 1522년 희망봉을 지나 만 3년만에 스페인에 귀항한다. 이 시대 인물들은 죄다 식민주의자긴 하지만 조선 중종 대에 이들이 태평양을 건너서 지구를 한 바퀴 돈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에는 이 일대에서 벌어진 네덜란드와 영국의 싸움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영어라 읽다가 포기ㅠㅠ. 1차 세계대전 기념판도 성 입구에 붙어 있다. 케이프타운은 특별히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아프리카 역사 이해에는 빼놓을 수 없는 도시였다.
*2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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