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많은 잡다한 지식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제대로 배운다는 건 어떤 것을 관점을 갖고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과학이라면 과학적 사고와 탐구정신을, 역사라면 낱낱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넘어 역사관을 갖는 일이다. 사회 과목도, 예술도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주입식 교육에 물론 반대하지만, 학생 수행활동만을 강조하는 최근의 풍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활동에 앞서 지식을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다만, 많은 양의 지식을 다루지는 않는다. 필요 없거나 자질구레한 것은 과감히 버린다. 그리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 개념만을 간추려 뽑고 그것을 엮어서 의미 있는 스토리로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교과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커리큘럼으로 수업하게 되는 것 같다. 파이너가 말했듯이 교사가 곧 교육과정이다.
국어 과목과 관련하여 꼭 알면 좋겠다 싶은 지식 중의 하나는 우리말과 글의 간략한 역사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언어의 사회성, 자의성 같은 추상적 지식이 아니라 말과 글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역사를 알면 배우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수업에서도 교과서에 들어가기 전에 이 내용을 꼭 다루고 싶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다소 복잡한 역사도 쉽게 풀어서 이야기로 전달할 방법이 많은데, 온라인수업에서 이 내용을 다 다루자니 영상이 너무 길어지고 산만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내용을 줄여서 최대한 짧게, 5분을 안 넘는 길이 안에서 핵심만 전달하고자 했다. 자세한 사실은 몰라도 흐름은 인식할 수 있도록.
다 만들고나니 스토리가 좀 더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역시 힘들어서 걍 마무리. 수업 영상 제작에서는 내용을 압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1. 우리말과 글이 걸어온 길
https://youtu.be/thXN_FvzJxE
2. 세계 속의 한국어
https://youtu.be/tKLbqpYw3lY
학생들의 수업 소감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 정도이다.
1. 우리 한글은 미궁 속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2.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말이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힘들게 지켜왔다는 걸 알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3. 원래 역사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편인데 이런 설명을 들으니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의 위대함과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된 것 같다.
4. 우리나라 언어가 세계 언어 순위 13위인 것이 자랑스럽고, 우리에게 편리한 언어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과 한글을 지켜준 조상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5. 말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말을 쓸 때 항상 감사하면서 써야겠다고 느꼈다
6. 우리말, 한글이 이렇게 힘든 길을 걸어왔구나.....앞으로 한글을 더 잘 지켜야 겠다.
7. 우리말이 힘든 과정을 거쳐서 1957년에 사전이 완간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8. 평소에 한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국어 수업을 듣고 나서는 한글날과 조선어학회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9. 한글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는지 알게 됐다
10. 한글을 많이 몰랐는데 이렇게 알게 되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고 우리말이 아주 까마득한 옛날부터 쓰였다는 게 신기했다.
11. 영어가 2위일 거라 생각했는데 스페인어를 남아메리카에서도 쓴다는것을 알았다.
12. 한국어는 세계 언어 순위에서 13위이고, 몇 안 되는 독자적인 문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13. 우리말의 역사와 우리말이 나에게 주는 영향들을 잘 알 수 있어서 유익하고 뜻깊었습니다.
14. 우리가 쓰는 이 말은 정말 많은 사람과 시간이 희생되어 만들어졌다는걸 알게 되어서 뿌듯하다.
15.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그동안 은어를 자주 쓰며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16. 내가 한국에 태어나서 한국어를 쓰는게 자랑스럽고 한국어를 세상에 알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알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