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힘들다. 그것도 같은 반 아이들을 반 나누어 홀수 번호, 짝수 번호 번갈아 등교하다가 갑자기 강은희(대구 교육감)가 전면 등교 하라고 지시. 방학 이틀 전에 모든 계획을 새로 바꾸고 난리 쳐서 2주의 짧은 방학 후에 전면등교했더니 사흘도 안 되어 원래대로 돌아가라 해서 또 계획 다 바꿈. 그렇게 결정한 지 딱 하루만에 서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다시 3분의 1 등교로 바꾸라 해서 1학년이 한 주를 쉬고 오늘 홀수 번호만 등교한 월요일이면 더욱!
일주일에 한 번은 발열체크 당번이어서 7시 50분까지 출근, 일주일에 3일은 점심시간에 학생들 인솔해 급식실 가서 급식지도. 매주 e학습터 수강 덜한 학생들 체크해서 협박하기 등등. 특별한 일도 없는데 종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다가 집에 오니 맥이 탁 풀린다. 오늘이 월말인데 출결 마감도 안 하고 집에 왔네.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자니 허전해서 누운 채로 지인에게 전화했다. 그 쌤도 나랑 똑같았다. 허겁지겁 월요일을 보내고 집에 뻗어 계시는 중. 내가 말했다.
“아, 월요일 힘드네요."
“나도 학교 가기 너무 싫다."
“리듬이 깨져서 그런 것 같아요. 작년 같으면 그래도 뭐 한 가지는 재미있게 착착 진행할 시기인데, 올해는 뭐 일정이 며칠마다 계속 바뀌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걍 이러다 지나가려나 봐요."
“나는 음악인데도 힘들다. 음악은 애들이 다 좋아하거든. 노래 하나 틀어줘도 환호하고, 국영수에 비하면 진짜 편하게 수업하는데."
“음악 진짜 부럽다. 전 지금 지루한 문법 하는데. 이 힘든 시국에, 직장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텐데 왜 그게 안 될까요?"
“마음 비우는 게 쉽나. TV에서 신애라 나오는 거 봤는데 초딩 딸래미한테 감사일기 매일 시키더라고. 그래서 걔가 어느날은 '오늘은 달리다가 넘어졌다. 안 꿰매게 되서 감사하다' 이렇게 썼더라고. 얘는 어릴 때부터 매일 이렇게 쓰다보니 긍정적 태도가 자리잡은 건데, 우리는 이 나이에 갑자기 그렇게 안 되지."
“저도 예전에 마음이 힘들 때 감사일기 써봤는데 한 20일인가 쓰다 말았죠. 잘 안 되더라고요. 한 3개월 꾸준히 쓰면 의미를 느끼고 태도가 바뀔려나."
“나는 한 번 쓰고 때려치웠다. 암만 생각해도 감사할 게 있어야지. 오늘 커피 한 잔 마시는 거에 감사, 이런 건 도무지 안 되더라구."
“쌤도 써봤군요. 사실 저는 알거든요. 아빠 투병하는 걸 봐서. 지금 우리 나이에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암 선고 내려지면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항암치료 시작해야 하고. 그런 일 없이, 지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건지, 제가 경험해봐서 잘 아는데, 그런데도 이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잘 안 일어난다니까요."
“그게 되면 혜민스님이지!"
“하하, 그러네요."
쌤의 말에 빵 터졌다. 그래, 일반인이 평생 도 닦는 사람 수준을 따라가기가 쉽겠나. 그나저나 오늘 하루 감사할 것을 찾으면 넋 놓고 허무하게 흘러간 하루의 끝이 좀 더 평온해질까. 생각해보니 오늘 감사할 것은, 정신없는 월요일이지만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쓸 짬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 피곤한 날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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