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에서 교육학 강의 맡은 친구가 현장교사 특강이 하나 필요하다고 일전에 말해서 종일 비대면 영상 자료를 준비했다. 대학 강의는 박사과정 마쳤을 때 잠깐 하고 끝이었는데, 올해 코로나 정국에 이상하게도 요청이 연달아 와서 비대면 촬영을 또 하게 생겼다.
이번엔 그간 교직 경험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가 들어가면 좋겠다 해서 옛날 자료를 뒤적이다 재밌는 걸 발견했다. 수업일기를 찍어놓은 것 몇 컷에서 이젠 까마득하게 지워진 젊은 날의 나를 본다. 그때는 수업 시간에 노래를 다 했구나. 지금 내가 이러면 학생들이 미쳤다 할 텐데, 젊을 때는 뭐든 용서가 된다. 그 시절의 용기랄까 무모함이랄까 그런 게 문득 그립다.
그리고 또 하나, 시 쓰기 시간에 선생님을 소재로 시를 쓴 학생들의 기록. 서른 넷까지만 해도 힘이 넘쳤나보다. 당시엔 집중하지 않거나 장난치다 걸린 학생들 '등짝'을 때렸는데 학생들이 그걸 써놓았다(학년 시작할 때 미리 이건 폭력 아니고 잠 깨는 ‘지압'이라고 함). 학생들이 '비아찹'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당연히 절대 안 한다. 지금은 힘이 빠져서 부드럽게 말로 끝내는데 이때만 해도 정말 젊었구나 싶다.
학생들의 글에 표현된 내 모습은 지금의 무던하고 평범한 아줌마와는 사뭇 다르다. 그때만 해도 뾰족하고 개성 넘쳤던 것 같다. 읽으면서 이 사람이 '나' 맞나 내가 의아할 지경.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근데 글에 등장하는 결혼 이야기는 뭐지? 내가 지어냈나? 그로부터 한 세월 더 지나서 결혼했는데.
마지막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 활동 했을 때 학생들 책의 한 대목. 사진을 보니 한 녀석이 '장래 희망'을 내게 직접 적어달라 했던 기억이 난다. '해탈'이라니... ㅠㅠ 지금은 그런 건 꿈도 안 꿈. 내 수준을 알아서. 사람이 자기 주제파악을 하려면 마흔은 되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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