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시와 소설

심신단련 & 깨끗한 존경 | 이슬아 ㅡ 일상을 소설처럼 재미나게 이야기하기

by 릴라~ 2020. 10. 7.

 

세바시에서 이슬아 작가가 강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친구 치고는 글쓰기에 대한 철학이랄까 통찰이 놀랍구나 싶었다. 자신이 매일 쓴 수필을 이메일로 발송하고 한 달에 만 원의 고료를 받는다는 발상도 참신했다. 언젠가 기회 되면 이 분 책을 한 번 봐야겠다 싶었지만 이삼십대의 관심사가 나와 겹치는 부분이 크게 있을까 싶어서 책을 사진 않고 이름만 기억해둔 작가다. 마침 어제 후배가 이슬아 작가가 쓴 두 권의 책을 빌려주었다.

 

'심심단련'은 수필집이고 '깨긋한 존경'은 인터뷰집이다. 한 권의 수필을 금새 읽으면서 놀랐다. 젊은 친구가 필력이 대단하구나 했다. 일상 이야기는 사실 공감을 불러오긴 쉽지만 그만큼 흔하고 우리의 주의와 관심을 크게 끌지는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일상의 작은 일들을 그만의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려내면서 마치 소설처럼 재미나게 읽히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 작가의 '시선'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 시선이 어디로부터 왔을까를 생각하니, 중고등학교 6년을 대안학교를 다닌 경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감수성이 풍부하던 시절, 입시 공부가 아니라 자기 시간을 살아온 역사가 있고 또 글을 쓴 경험이 있기에 그 나이에 내가 감탄할 정도로 깊고 풍부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터뷰집은 새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내가 잘 모르는 작가들과 생태주의자들과의 대화인데, 젊은이다운 풋풋한 감성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세상을 바꾸고 싶은 소박한 의지가 느껴지고, 한 문장, 한 문장이 톡톡 튀며 살아 있었다. 내 생각에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는 삼십대가 아닌가 한다. 십대와 이십대의 철없음을 통과하며 조금 세상을 이해하면서도 구습에 물들지 않은 시기, 세상에 대해 생각도 할 말도 제일 많은 시기.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그 '젊음'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 시선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삶을, 세상을 보는가, 부끄러움도 적지 않았다. 

 

이슬아 작가의 책은 내게 우리가 내 주위를, 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그 '시선'을 점검하게 한 책이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