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에,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는 언론의 말 같지 않은 말들이 난무하는 이때, 뜻밖의 반가운 손님을 만났습니다. 금호강을 찾은 야생 큰고니떼입니다. 머나먼 시베리아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대구 금호강에서 겨울을 나는 녀석들. 바로 근처에 철길과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도심에서 생명의 신비한 몸짓을 마주하니 마음이 떨렸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이런 것이구나 했어요.
아쉽게도 큰고니떼가 대부분 모여 있는 금호강 안심 습지는 조류독감 때문에 지금 접근 금지입니다. 저는 강 건너편으로 가서 경산 쪽 둑방길에서 큰고니떼를 관찰했는데요. 100여 마리는 되어 보였으나 맨눈으로는 손톱만큼 작게 보입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을 때가 운이 좋았습니다. 안심교를 막 지났을 무렵, 전체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다섯 마리의 큰고니 가족을 가깝게 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몸집이 컸고요.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위를 줄 지어 유영하는 모습은 참으로 우아했는데요.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장면은 급하게 폰을 만지다가 실수해서 아주 잠깐만 찍혔네요.
천연기념물 큰고니떼가 찾는 이 소중한 강이 아직도 주변엔 쓰레기 천지입니다. 예전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치된 느낌이에요. 우리의 경제력으로 충분히 가꿀 수 있는데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모래군의 열두 달>의 저자, 알도 레오폴드는 말하죠.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자연과 야생의 그 자유로운 무수한 것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고,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 소중한 권리라고요.
제겐 금호강의 큰고니떼가 올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겨울을 나는 우리에게, 이 지구에서 생명은 지속되고 있고 우리도 그 순환과정의 일부라는 감각을 돌려주니까요. 이 귀한 손님들이 금호강에서 겨울을 잘 나고 무사히 시베리아로 돌아가길요.
**고니와 큰고니의 차이점 (검색 결과) : 고니와 큰고니 모두 부리 끝이 노란색이고 부리가 머리와 만나는 부분이 검은색인데,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 2분의 1 정도면 고니이고, 3분의 2가 노란색이면 큰고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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