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정말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요새 한다.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통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교사라 하더라도 교육에 관한, 수업에 관한 생각은 모두 다르다.
페북에서 내가 평소 내가 아끼고 존경하는 교사들이 세월호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 열정적으로 일할 뿐 아니라 학생을 향한 순정한 마음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다. 그래서 그분들의 수업과 그분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세월호 수업은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목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 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사건이다. 우리는 성인으로서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을 줄기차게,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열 몇 살 밖에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불행한 사고로 죽은 아이들을 추모하자고만 말할 수 없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때문에 결과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아서, 혹은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사고 대응을 하여, 한 학년 열 반 중에서 여덟 반이나 되는 숫자의 아이들을 다 죽였다는 사실을(지금도 믿어지지 않는 숫자이다), 대학생이라면 몰라도, 중학생에게 하고 싶지 않다.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칫 잘못하면 '패배감'을 심어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패배감'을 아이들에게까지 전가시키고 싶지는 않다.
이 사건은 어른들이,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 규명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사건이지 수업 주제로 삼아야 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정확히 정리하지 못하는데, 수업이 무슨 의미인가.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트라우마가 해소되어야 우리는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돌릴 수 없으나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길을 찾아야 우리를 짓누르는 이 거대한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 계기교육은 세월호 수업보다는 3.1운동, 4.19의거, 5.18민주항쟁 등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들에도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그 사건들은 우리 사회를 한 발 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기여했고 세상에 대한 진취적 태도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역사적 사건들이다.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들이고 오늘 우리 삶을 만든 가장 중요한 토대 중의 하나다.
세월호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학생들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의견이 옳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에 나는 K고에 근무하고 있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일주일간 수업 시간에 '라이프맵 만들기'라는 가벼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신문, 잡지를 이용해서 현재 자신의 심리나, 방학 계획, 이루고 싶은 꿈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네 반 중에서 두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세월호도 괜찮냐고? 표현하고 싶은 걸 맘대로 표현하는 시간이라고 허락해주었다. 마음이 어여쁜 학생들이었다. 같은 고등학생이다보니 무어라도 안타까운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그때 사진이 생각나 찾아보니 있다. 사진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모두의 마음을 짓밟았다"고.
언젠가 내가 사건의 전후 과정을 학생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진상 규명이 꼭 되었으면 한다. 억울한 이의 한을 풀어주지 않는 공동체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 진상 규명은 그래서 죽은 이들을 위한 행위만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과 후손의 번영을 위한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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