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 전에 대학원 수업 발표 자료로 정리해둔 글. 당시 핀란드 교육이 화두였던 시기다. 요즘은 핀란드 경제가 좀 어렵고 상황도 여러모로 달라졌지만, '잘하는 아이'는 스스로 잘하니 그냥 놔두고, 공교육에서는 '못하는 아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핀란드 교육의 기본 방향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무기력하거나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교육은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국가는 잘난 엘리트만으로 꾸려지지 않는다. 국가의 지원금에 의지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세금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보통의 시민을 키우는 일이 수월성 교육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Episode
“일본의 교사들은 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지요?”
“수업 말고 무엇을 하나요?”
핀란드인에게는 도대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쪽은 이쪽대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만다.
“성적을 매기게 되면 우수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로 나눠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성적이 좋고 나쁨은 그 학생 개인의 문제예요. 학교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칠 뿐이죠. 그 다음은 학생 개인의 목표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죠.”
이렇듯 거침없는 반격을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학생의 의지와 노력을 조금이라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학교와 좋은 교사를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이쪽에서도 지지 않고 대꾸하자,
“어느 학교엘 가도 똑같아요.”
하고 일소에 그쳤다.
이번에는 화제를 조금 바꿔보았다.
“현재 일본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정부도 그 해결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에? 말도 안 돼. 못 믿겠어요.”
“일하지 않고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지요?”
“그 젊은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간대요?”
연신 질문 공세다. 이것도 역시 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음, 부모가 먹여주고 있어요.”
머뭇머뭇 대답하자,
“그럼,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지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미심쩍은 모양이다.
“일본의 교육은 왜 그런 사람을 키워냈지요?”
순간 애처로움에 가까운 표정이 그들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 핀란드 : 1970년까지만 해도 산림자원에 의지하며 살아다 전기 통신 문명을 앞세워 2000년대 최강의 지식정보화를 이루고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이다. 12세기 이래 600여년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1800년대부터는 러시아의 식민지 지배를 받아오다 1917년에 독립한 신생국가라는 아픈 역사도 지니고 있다.
※ 2009 레가툼 풍요도 지수 : 핀란드는 풍요도 지수 종합 1위이며 전 분야에서 상위에 랭크되었다. 한국은 경제는 26위이나 개인의 자유는 70위, 삶의 만족도는 36위. 호주는 경제 부분은 한국 바로 아래지만 삶의 만족도는 10위.
핀란드 교육제도의 특징 및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Ⅰ. PISA가 측정한 학력과 핀란드
1. PISA에서 요구하는 학력
2. PISA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
3. 한국과 핀란드, 결과의 동일함과 과정의 차이
Ⅱ. 핀란드 교육 제도의 특징
1. 핀란드 교육의 전반적인 특징 및 교육개혁의 과정
2. 핀란드 학교 제도의 실태
3. 핀란드 교실 수업의 특징
4. 최신 교육 동향 및 교육적 이슈
Ⅲ.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1. ‘수월성’의 개념 제고
2. 미래에 필요한 인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3. 합의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의 모색
4. 이상적인 교사상의 재정립
Ι. PISA가 측정한 학력과 핀란드
1. PISA에서 요구하는 학력
핀란드 교육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변화CD가 실시하는 학력평가 PISA에서 핀란드가 3번이나 1위를 차지하면서부터이다. 이에 대해 핀란드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PISA는 우리에게 친숙한, 기존의 학력 조사와는 다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수리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할 때 참가국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고 다루는 지식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간 학력 비교가 쉽지 않다. PISA는 그러한 지식을 묻지 않는다. 사고력, 문제해결력, 사회에 나가서 구체적인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상황을 설정하여 문제를 제시하고 문제를 푸는 사람은 스스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소재나 정보를 구성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복수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면서 각각의 의견이나 입장을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고 이를 다면적으로 평가한 후 일정한 해결을 얻는 전 과정이 판정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학력 테스트에는 PISA와 같은 복잡하고 애매한 상황은 배제되는 게 보통이다.
표 1
표 2
PISA 2000에 대한 분석 자료를 살펴보자. 읽기 능력을 보면 핀란드는 국가적인 평균점수의 관점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특히 두 영역-정보 채워 넣기와 텍스트 해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두 영역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다른 참가국에 비해 특히 뛰어난 수행을 보였다. 반면에 감상과 평가에서, 핀란드는 아일랜드와 함께 4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영국이 각각 1위, 2위)
OECD 지역 전체에서 평균 10%의 학생들이 가장 높은 능력수준에 도달했다. 핀란드는 18%의 학생이 이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것은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뉴질랜드 19%).
총 79%의 핀란드 학생들이 레벨 3, 4, 5에 도달했는데 이것은 OECD 중 가장 높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나라는, 한국, 캐나다, 일본이다. OECD 지역 전체에서 평균 10%의 학생들이 가장 높은 능력수준에 도달했다. 핀란드는 18%의 학생이 이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것은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뉴질랜드 19%).
핀란드는 수학 능력 수행에 있어서 높은 평등성을 보여주었다. 학생점수에 대한 표준편차가 나라들 사이에서 가장 작았다. 이 결과는 높은 평균 수행능력이 조기교육을 비롯한 차별화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수학수업에 대한 같거나 비슷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학능력에 있어서, 단지 8%의 학생들만이 하위 수준의 수행능력을 보여줬는데, 다른 OECD 국가들은 16%이다. 이 수치는 다른 최고수행 국가의 수치와 같다. 대조적으로, 최고수행자의 비율은 핀란드가 OECD 평균보다는 더 높다. 이보다 더 높은 나라는 홍콩, 일본, 뉴질랜드, 한국, 스위스, 벨기에와 영국이다.
과학능력에 있어서, PISA 평가에서 드러났듯이, 핀란드의 수행능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증명되었다. 사실 핀란드보다 더 잘한 유일한 나라는 한국이다. 과학 수행 능력의 편차도 다른 대부분의 나라보다 작았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작았다. 그래서 한국과 핀란드는 과학 능력에서 가장 높고 편차가 작은 두 나라인 것 같다. 더욱이, 읽기 능력과 수학 능력에서 그러했듯이, 가장 하위 수준 수행은 보여준 핀란드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과학능력에서는 잘 했다. 반면에 핀란드의 상위수행 학생은 일본이나 영국, 뉴질랜드에 비해 명백히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2. PISA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
PISA가 밝힌 교육 환경의 실태를 보면 분기형 교육제도를 가진 국가 대부분이 평균보다 성적이 낮았다. 피사 조사 결과는 평등과 고학력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선진국의 정치가나 교육행정 담당자들의 상식을 뛰어넘은 것으로 학교나 경제적 배경을 평등하게 만들면 국민의 평균적인 학력은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OECD 국가들에서 학생들의 읽기 수행 능력에서 학교들 간의 차이가 평균적으로 36%를 보인 반면, 핀란드는 5%를 보여주었다. 이런 학교 간의 작은 차이는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이는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보다는 종합학교적인 스타일의 학교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학교 간 차이가 큰 나라일수록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PISA를 통해 드러난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중앙집권적 관리 제도보다는 각 학교와 교사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교육활동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 또한 학생 개개인의 의지와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등이다.
3. 한국과 핀란드, 결과의 동일함과 과정의 차이
PISA 2003에서 모든 영역에서 두드러진 국가는 단 두 곳, 한국과 핀란드였다. PISA 점수가 낮은 대표적 선진국은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으로 ‘저학력’층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미국은 고학력층의 비율이 낮고 엘리트 교육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 않다. 이들 나라는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반면에 핀란드나 한국은 저변층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사회적 과제로서의 학력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두 국가의 교육은 매우 대조적이다. 첫째, 한국은 방과후 과외가 일반화된 지 오래이며 핀란드 아이들보다 방과 후에 3배나 많은 시간을 공부한다. 일본의 경우도 고교생의 과반수가 학교 이외의 수업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은 평일에 7시간 50분을 공부해 영국(3시간 49분), 독일 (5시간 2분), 미국 (5시간 4분), 일본(5시간 21분) 보다 훨씬 시간은 길지만 수학성적은 비슷하다. PISA 2003년 수학 원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점수 544점·학습시간 4시간 22분)나 일본(534점·6시간 22분) 보다 한국 학생의 학습시간(542점·8시간 55분)이 매우 길었다. 특히 사교육시간은 15세 일주일간 평균 1시간 59분으로 핀란드(3분), 일본(22분), 미국(19분), 영국(16분) 보다 훨씬 길었다.
둘째, 한국은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사교육 시간이 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PISA 원자료를 분석한 30개 국가 중 한국과 일본 두 나라만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사교육시간이 길었고, 나머지 국가들은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사교육시간이 길어 학업이 뒤 떨어지는 학생들이 보강 차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셋째, 한국은 15~24세 취업자들의 평일 평균 학습시간이 2분에 불과, 비교대상국가 중 가장 짧았다. 이는 공부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간주되고, 학생들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탐색하는 태도를 기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넷째, 한국에서는 장시간에 걸쳐 응용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피사에도 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결과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적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 3
Ⅱ. 핀란드 교육제도의 특징
1. 핀란드 교육의 전반적인 특징 및 교육개혁 과정
핀란드는 1972년에 11세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누는 분기형 교육제도가 폐지되고, 종합제 학교로 전환되었다. 이때까지 우열반이라 불리는 반 편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수학과 어학은 3단계, 그 외 과목은 2단계), 이와 같은 교내 선별은 이에 반대하는 교사들에 의해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서서히 폐지되었다. 학문을 중시하는 고등학교 교사들의 반대가 심했으나, 계속되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우열반 편성은 1985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저학력 반이 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남자 학생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종합학교는 1970년대에 전국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과 같은 동일연령집단(종합학교)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신지체 장애아들이 또한 1990년대에 통합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고등교육제도 개혁으로 직업과 관련된 특수 교육기관들을 통합하여 1996년부터 직업 전문대학(Polytechnic)을 설립하였다.
핀란드 교육 연구자들은 우열반 편성이 장기적으로 잘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아무런 플러스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진로가 다르다고 너무 일찍 반을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으며, 9년간 아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투자하고 동일한 교육을 시행한다면, 최상의 결과가 나오리라 굳게 믿고 있다.
핀란드는 학생들을 선별할 필요도 없고,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험이 거의 없다. 그리고 특별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전체의 약 2% 정도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들은 2~5명으로 이루어진 소그룹으로 나뉘거나, 때에 따라서 한 명일 경우라도 주 1~3회 정도 전문가인 특별지원교사가 보조수업을 진행한다.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보조수업은 대부분 국어, 외국어, 수학이며, 중학교에서는 주로 외국어다. 특별학급을 편성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시기를 취학 전 학급(6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제한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통합학급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이 많은 경우 반 인원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학교도 있으며 이러한 특별지원교사는 지역 예산과 가정 사정을 고려해서 배치되며 대다수 기초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특별수업은 성적이 지나치게 떨어졌을 때 일시적으로 이용하며 고정된 반이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또한 이 수업은 본인이 스스로 납득한 후에만 행해진다.
40년에 걸친 학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키르시 린도로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별로 동질적인 집단을 모아놓은 방식을 폐지한 것, 잉여 교육 자원을 중학교 교육에 투입한 것, 그리고 정책 결정권을 지방으로 분산시킨 것을 들 수 있다.” 라고 지적하였다.
(1) 교육복지의 실현 : “교육은 국민의 세금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
핀란드 교육은, 만 6세 취학전 교육으로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7세부터 16세에 까지의 종합학교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자료, 학교 급식, 보건과 진료, 상담, 심리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며, 집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5Km 이상의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통비도 제공해야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은 국가로부터의 학업지원금을 받으며 필요한 경우 생활비와 학자금 융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담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핀란드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국가예산의 약 14%를 교육 분야에 할당하고, 국내총생산의 7%를 공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수업료, 급식비, 교재비까지 모든 교육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1990년대 이래로 부모들이 자녀의 학교 선택이 허용되기는 했어도, 모든 학생들은 비슷한 종합학교에 가고,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가장 가까운 학교에 다닌다. 특별학교에는 2.5%의 학생들만 다니며, 사립학교도 많지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교육내용이 공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기초교육(7-16세)의 단계에서 학생들의 학교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PISA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OECD 국가들 평균에 비해 핀란드는 학생의 가정환경이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핀란드는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다. 국민의 약 77%가 매일 1시간씩 독서를 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도서관 이용률 세계 1위’를 자랑하며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평균 21권의 책을 빌린다. 인구 56만명의 헬싱키에는 도서관이 38개나 있다. 이런 문화적 배경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2) 통합교육의 원칙 : “잘 하는 아이들은 그냥 놔둬요. 잘 하고 있으니까.”
1985년 국가적 차원에서 학력별 반 편성을 전면 중지하였다. 이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 특별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잘 못하는 아이에게 득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에서 비롯되었다. 영재교육기관이 없으며 재능 있는 학생들을 별도로 뽑아 교육하는 한국의 과학고나 예술학교와 비슷한 학교가 있을 뿐이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따로 나누어 가르칠 때 학습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교육학적 가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거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내부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섞여 있을 때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PISA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교육학적 확신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고 믿는다.
핀란드에서는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장애를 가진 학생까지도 같은 학습 집단 안에 통합시킨 상태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매우 확고한 교육 철학과 교육학적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서는 특수 교육적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특별한 학습 기회를 주거나 보충 지도를 하는 일은 있지만, 학습 속도에 따라 수준을 나누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또는 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학습이 조장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들은 교육의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소외되거나 배제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은 통합적인 학습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가진 학습 요구에 맞게 개별화된(individualized)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해서 교사들에게 학습 속도가 빠르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를 하는지 물으면 잘 하는 학생들이 더 잘하게 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며,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특수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1.5배 이상의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또, 특별한 장애를 가진 학생만이 아니라 학습이 부진한 정상 학생들에게도 특수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심각한 장애를 가진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과정 목표를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격려가 부족했거나, 학습에 필요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지 못했거나,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학급 규모가 너무 커서 교사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어떤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정상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그런 요인을 찾아내어 없애주고, 학생이 학습 동기를 갖고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해력이 높고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들이 그런 특성을 살려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지만 그것은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당연한 교육활동의 하나일 뿐 영재성을 길러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나 지원은 없다.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특정 교과목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을 대학과 연결시켜 별도의 학습기회를 갖게 하기도 하고, 2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도 있게 하고 있지만 그다지 권장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교과목 학습 이외에도 정신적 신체적 성숙과 사회적 발달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으며, 학업 성취가 빠르다고 그 많은 일들을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표준 대신 개별성의 추구 :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핀란드에서는 ‘표준’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있다. ‘달성해야 할 최소치의 성적’은 정해져 있으나 이는 평등한 학습 기회를 달성한다는 의미에서다. 아이들의 발달 기준은 국가에 의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으나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누구나 발달의 기회를 공평하게 확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평가는 자기 평가를 중시하며 시험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습이 진척되어 가는지 여부는 학생 개개인의 리포트로 파악한다. 영국 및 주요 국가에서 중등교육을 수료할 때 시행되는 국가적인 자격시험은 핀란드에 없다.
핀란드에는 기초학교 9학년 때 치르는 국가시험(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 때 하는 성취도 평가)과 인문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르는 국가시험(대학입학 자격시험-National 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제외하고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의무적인 표준화된 시험도 없다.
2003년부터는 국가교육청 아래 학교 평가를 지원할 독립기구로 학교평가심의회(School Evaluation Council)를 설치하여 무작위로 선정된 학교의 5-10%에 해당하는 표집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학업성취도 연구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이 된 학교들이 교육의 질제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표집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학교들도 원할 경우 평가문항을 구매해서 평가에 참여할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평가결과는 주제별로 분석되고, 응시한 학교 교사들에게 전국 평균과 함께 해당 학교의 평균이 제공되지만, 점수 분포를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교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똑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거나 글을 쓸 때에도, 더 빨리 해 내는 학생이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든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해내면 동일하게 능력을 인정해 준다. 싫어하는 아이가 있으면 억지로 시키지 않고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는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 조정된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학교들에는 복지담당관, 심리학자, 특수교사들이 배치돼있어 학생의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발달을 체크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과 어려움을 진단하고 해결해 주고 있다.
핀란드는 가르치는 것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배우는 것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교육관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배울까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핀란드의 학생들은 당장의 점수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며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일도 없으므로 지금 현재의 인생 자체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 사회적 구성주의 교육관 : “이것은 정말 배워야 할 지식인가?”
핀란드는 총체적으로 개인의 자립을 중시한다. 수업 시간이 세계 최저이고 교외, 가정 학습 시간도 가장 적다. 그러나 억지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공부를 왜 하지?’ 라는 물음은 핀란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은 중립적인 것도 아니고 한 가지밖에 없는 것도 아니며, 개개인의 지식이 교과서보다 나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 보편적이다. 세상 누구의 지식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우리가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핀란드는 ‘핵심 부분(기초가 되는 읽기, 쓰기, 셈하기)에서는 어떻게든 익힐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그밖의 지식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서로 견해가 달라도 좋다고 허용하고 있다. 학생들이야말로 학습 내용을 취사, 선택하여 결정하는 주체자다. 공부는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그러므로 수업활동에서도 소규모의 협동학습이 강조되고 학생들은 그룹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자연스럽게 배운다. 서로 다양한 이들로 다양한 집단으로 조직하는 것, 함께 지식로 탐구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알맞은 맞춤교육을 하겠다는 것 다두 사회적 구성주의에 입각한 방식이다.
(4)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 “교사 본연의 임무는 수업”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가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 통일적인 교사 양성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에 들면 제도적인 개인별 교사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교사의 근무 조건이나 어떤 연수를 희망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있다. 현직 교원을 비교하는 사회적인 사정이나 인사 고과 제도가 없다. 교사의 급여는 경력만으로 정해진다.
교과서 검정은 1992년에 폐지되었다. 핀란드에서는 반드시 배워야 할 주제는 국가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정한 교과목별 원칙에 따라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재를 선택하고 교수 방법을 결정할 책임과 권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학교와 교사들이 갖는다. 정부는 교육과정 운영을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국가 수준의 어떠한 획일적인 표준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참고 자료를 활용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며, 교사는 교육과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근무 시간의 60%를 수업에 할애하며 4시까지 근무를 원칙으로 이후에는 아무도 학교에 남지 않는다. 저학년을 담당할 경우 12시나 2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수업 외 시간은 교사가 수업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교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5~6년에 걸친 교사 양성 교육을 통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얻어야 교사가 될 수 있으며, 핀란드의 교사들은 법률가나 의사에 못지않은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수난을 받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05년 핀란드 교사 5명 중 1명이, 교장 3명 중 1명이 학부모에게서 괴롭힘이나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중등학교의 교장들이 고통 받는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학부모들의 장시간 전화 통화, 협박 등 다양한 이유로 학대받아 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5) 학교 행정 : “우리는 안내할 뿐, 비판은 하지 않는다.”
핀란드에도 오랜 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고 독려하는 관료주의적인 장학 감사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에 교육청에 의한 장학 감사(inspection) 제도를 폐지하여,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에 기초한 학교 운영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다.
장학 감사가 폐지되고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대안적이고 창조적인 교수 전략과 교수법, 교육학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요된 책무성이 아니라 지성적 책무성(intelligent responsibility)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장학감사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은 ‘학교 자율평가 제도(self evaluation plan)’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에스뽀 시 기초학교의 경우에는 3년에 한 번씩 학교 스스로 작성한 ‘학교 자율 평가서’를 지방자치단체 교육국에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필요한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발전계획을 만들어 제출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자율 평가 제도’는 일종의 설문조사 방식을 포함한 학교운영 평가, 교육 과정 평가, 교원 평가, 학교장 리더십 평가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학교와 가정의 의사소통은 활발한가, 학부모ㆍ학생ㆍ교사의 학교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학생과 교사의 협력은 어떠한가, 교육과정 운영은 잘 되고 있는가, 우리가 좀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장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등의 항목으로 자율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자치 시스템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창의성과 책무성을 크게 높여줄 뿐 아니라 학교와 교육시스템 전체의 질 높은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 마디로 사회 전체가 ‘교육적인 인간관계’를 쌓고 있는 것이다.
교육 개혁에 관해서 교직원의 저항도 적은 편이다. 이는 개혁 과정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교장은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가는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교장은 고등학교의 경우 주 4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 하며, 수업 준비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과의 협동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7)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 “교육에 관한 한 정당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 않다.”
핀란드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을 키운다는 큰 목표에 있다 만큼 정당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 않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는 여야 정당을 떠난 범 정파적인 합의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교육 체제로의 개혁이 본격화되었던 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요동치지 않았다.
핀란드 교육개혁 정책의 산 증인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국가 교육청장을 맡았던 에르끼 아호(Erkki Aho)이다. 전직 교사이며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연구하기도 했던 에르끼 아호는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을 20년 동안 교육청장으로 있으면서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핀란드 교육의 오늘이 있게 한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에르끼 아호와 핀란드 교육자들은 교육이 지향할 가치와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비전을 견지하면서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나서서 효율성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때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복지국가적인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지금의 핀란드 교육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르끼 아호를 비롯한 핀란드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한 사람이 보살필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정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육학적 원칙으로 정치권을 설득하여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수-학습 여건을 마련하는 데 투자하도록 하였다.
핀란드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높은 노동조합 조직률이다. 95%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핀란드 교원노동조합(OAJ)에 가입한다. 높은 조직률과 함께 교원노조의 매우 폭넓은 활동으로 인해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다. 장관들은 물론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현재 핀란드 의회의 국회의원 가운데 10% 정도는 교사 또는 교육자로서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2. 핀란드 학교제도의 실태
핀란드의 학교 제도는, 종합학교에 입학 전 1년 동안 다니는 취학전 교육, 만 7세 이후의 학생들이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다니는 종합학교에서의 기초교육(9학년까지는 의무 10학년은 선택), 직업교육과 일반 인문 교육으로 나눠지는 3년간의 고등학교 교육, 대학과 기술 전문학교에 의해서 제공되는 고등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학교 수준에 해당되는 성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급당 학생 수는 24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외국어 수업일 경우 학급 정원이 다시 반으로 줄어든다. 표준 수업 시간 수는 5,500시간으로 조사국 중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2003년 통계에 의하면 기초학교 3744교, 고등학교 487교, 직업학교 281교, 고등직업전문학교 31교, 대학교 20교. 학생 수는 기초학교 58만명, 고등학교 12만 1000명, 직업학교 17만 4000명, 고등직업전문학교 13만명, 대학에 16만 8800명이다. 직업학교는 일종의 실업계 고등학교에 해당되는데 취학 연령이나 취학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직업학교라고 번역한다.
학교의 평가는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문장 표현으로 평가하며 3학년 이상이면 평점을 내도 좋도록 허용된다. 8점을 이상적인 점수로 하되 그 기준은 각 지방 교육위원회가 정하도록 하고 이를 참고하여 교사가 4~10점 사이에서 평가를 내린다. 평가는 문장과 평점 중 어느 쪽도 상관 없고 이를 조합해도 괜찮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자기평가에 중점을 두고 중학생이 되면 교사의 평점이 중요해진다. 9학년 말에는 최종 성적이 통지된다. 이 평점은 절대 평가이며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다. 학생은 최종 성적을 가지고 지망하는 학교를 5지망까지 적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에 제출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10학년 1년을 더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10학년을 수료하고 직업학교에 입학하면 1년을 월반할 수 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2년만에 수료가 가능하다.
2002년 시점에 고등학교에 55%, 직업학교에37%, 10학년에 2%, ‘곧바로 진학하지 않는자’가 6%였다. ‘곧바로 진학하지 않는 자’는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사회 경험을 쌓으면서 공부를 계속해가는 ‘평생교육’ 발상에 기초한 개념이다. 핀란드 교육은 직업학교로의 진학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데 3년제 일반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 입학 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ination)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고등직업전문학교 진학, 또는 취업의 길을 선택한다. 직업 고등학교의 경우 현장 실습과 연계된 2~3년의 교과과정을 이수하 고되는데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거나 직업 전문대학 또는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학교의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1/3은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하나,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3년 드는 비용의 70~100%를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고등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으며 학생들이 선택한 교과의 단위를 취득하면 된다. 대학입시 자격시험위원회가 주관하는 시험이 매년 2회 실시되고 있으며 연속 세 차례의 시험에서 지정된 4과목에 합격하면 기초 자격이 주어진다. 그 외 장래에 전문적으로 필요한 교과를 학습한다. 개개인의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떠들거나 장난치는 학생은 거의 없다. 4과목 시험은 전부 기술식이며, 해당 고교의 교사가 A, B, C, D로 평가를 내리고 ‘시험 위원회’가 똑같은 체크 포인트를 가지고 평가하며, 두 개 성적이 일치하면 OK고 일치하지 않으면 ‘검토 위원회’로 넘겨진다. 3단계를 거쳐 평가하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 자격시험의 평점은 상대 평가로 매겨진다. 7(5%), 6(15%), 5(20%), 4(24%), 3(20%), 2(11%), 0(5%)이다. 이러한 숫자 매김이 결국 경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을 때 핀란드인들은 평균점이 높은 학교에 가든 그렇지 않든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과목 공부해서 4과목 시험을 보았는지, 4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는지 조건이 다 다르며, 어딜 가더라도 공부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핀란드의 시험문제는 기술식이기 때문에 단시일에 훈련을 받는다고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이 아니라 장래 자신의 진로에 꼭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므로 목표는 점수보다는 실력 향상에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개인의 목표를 세우고 이러한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지 않고 2~3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교육은 대학과 직업 전문대학(Polytechnic)으로 구분되는데 대학들은 연구와 연구에 기초한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직업 전문대학은 노동시장에 부응한 직업 교육을 제공한다.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으로,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폴리테크닉으로 진학하지만 통로는 서로 열려있다.
핀란드의 모든 대학교는 국립으로 교육부가 직접 관장하나, 대학교의 운영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핀란드 최대의 대학인 헬싱키대학을 비롯한 10개의 종합대학교, 헬싱키 공대를 비롯한 3개의 공과 대학교, 3개의 경제경영 대학교, 헬싱키 예술ㆍ디자인 대학교 등 4개의 예술대학교 등 20개 대학교에 약 17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대개 3년 정도인 대학의 학사과정은 석사과정과 연계되는데, 3년간 120학점을 취득하면 학사학위를, 이어서 2~3년 동안 160~180학점을 취득하면 석사학위를 받는다. 석사 과정 이후에는 라이센스와 박사학위 과정이 있다. 직업 전문대학은 직업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사 학위를 수여하며 수료기간은 3.5~4.5년인데, 이 과정에서 140~160학점을 취득한 후 대학으로 옮겨서 상위 학위(석사)를 취득할 수 있다. 실무 경력이 없으면 박사 학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표 4
3. 핀란드 교실 수업의 특징
(1) 유연한 시간표 구성
핀란드에서 학급을 짜는 방식은 학교가 정한다. 학교마다 다양한 형태의 복식 학급이 운영되는데 그 이유는 여유를 위해서이다. 두 학년이 함께 산수나 과학을 배우다가 심화 부분에서는 학년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는 등 수업의 짜임새가 복잡하다. 두 반을 합쳐서 한 학년 전원이 수업을 받기도 한다. 형식적인 학년보다는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중요시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여유가 생긴다. 쉬는 시간에는 수업이 없는 교사들이 교대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또한 한 학급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따로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학교별로 테마를 정해서 교실과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 학년의 공통 테마를 정해서 졸업할 때까지 함께 그 테마를 공부한다. 이처럼 전학년이 참여하는 합동수업의 테마는 과학이나 사회 등 일반 교과에도 활용된다.
수업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2시간 수업에 30분 쉬기도 하고,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의 경계도 모호하다. 수업 시간이라는 제도적 구속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과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있으며, 수업 시간에도 과제를 다 한 학생은 자유롭게 쉬거나 다른 활동을 한다.
수업 시작도 다 다르다. 핀란드에서의 1교시는 선택 수업이나 핀란드어 수업, 산수 수업이라서 수업이 없는 아이들도 꽤 많다. 이는 핀란드의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라고 한다.
(2) 제각각 자기 수준에 맞는 공부
핀란드에서 수업 방식은 철저히 교사가 정한다. 교사에게 100%의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그룹으로 나뉘어 작업을 시작한다. 일제 수업이라도 그룹별로 개인학습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 때 교사는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개별 지도를 한다. 학생들을 다그치지 않고 흥미를 갖도록 지도한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공부를 시작한다. 실력과 진도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후스카 교사의 ‘일기도 수업’의 예를 들면 일기도기호를 한 개 골라서 도화지에 크게 그려 넣고 오리기까지 마친 학생이 여섯 명, 노트에 설명을 쓰는 학생이 세 명, 그제야 일기도에 흥미를 느껴 기호를 자르는 학생이 한 명, 아무 것도 안 하고 낙서하는 아이가 한 명이다. 이 때 교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종이를 가져가서 확대도를 그리게 했고 학생은 금방 과제를 끝마쳤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서 배움을 진행해가며 어떤 강제도 없다. 과제를 마친 아이는 복도에 나가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몇몇 학생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사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발전된 스타일로 공책에 자세한 설명을 쓰고 있었다. 교사의 지도보다 앞서가는 학생들도 자유롭게 자기 스타일대로 수업에 참여한다.
학급의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개인의 진도는 다르다. 똑같은 것을 배우는 데도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리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핀란드 교사들은 그 자리에서 반복시켜서 억지로 외우게 하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보면 모든 아이가 성장하게 되어 있으므로, 모두에게 똑같은 목표를 부과하지 않는다. 의욕(동기)가 중요하므로 ‘왜 안 되니?’라고 하지 않고 개개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려고 노력한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면 특별지원수업을 짜게 되는데, 이를 정할 때도 시험 점수 같은 명확한 기준은 없다. 또한 교재와 워크북, CD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는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3) 교사의 강제 없는 도움
핀란드 교사들은 과제를 하지 않아도, 수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도,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추궁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부를 강제하지 않는다.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의 기분까지 존중해준다고 볼 수 있다. 다그치지 않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한다. 관심 있고 적극적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다른 학생들까지 의욕을 갖게 하려는 의지도 갖추고 있다.
교사 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 100%의 재량권이 주어지는 교육이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의 학생들은 배움 자체를 좋아한다. 고학년일수록 배움에 대해 굉장히 진지한 자세를 보이며, 교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탐구해나간다. 수업이 자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학생 스스로 주체가 되어 배움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교사는 이를 격려해주고 그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필요한 도움을 준다. 급식까지도 채식주의자 같은 소수자를 배려하여 따로 준비해준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계획을 수업 시간 중에 세우고 금요일에 교사와 함께 주간 단위로 공부 계획을 점검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 평가를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돕는다는 생각이 교육활동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교사들이 성적으로 학습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학습 결과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4) 재미와 유익함이 있는 수업
핀란드의 교육은 배움 그 자체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사는 공부가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씌어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교육박람회에 출품한다.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배운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자연히 공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의미 있는 배움을 추구한다.
교사들은 배운 것을 자신을 위해 활용하도록 도와주며, 일률적인 지식보다는 인생에서의 동기 형성을 돕는 측면이 크다. 정착된 지식의 양보다는 지식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양적 지식은 고등학생이 된 후나 취직이 된 후에, 즉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으므로 꼭 지금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특징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능력이 있을 때, 주입식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부에 흥미를 갖지 않는 아이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이를 위해서 다양한 클럽 활동을 운영한다. 이는 사회교육으로 간주되며 외부에서 강사가 온다. 앉아서 글 쓰는 것이 서툰 아이 중에도 실험을 좋아하는 아이,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학생들 각자의 개성과 적성을 중시한다. 인생의 한 때 공부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가 지나면 곧 해결되리라고 보고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 끌어들이고자 한다.
4. 최신 교육 동향 및 교육적 이슈
(1) 룩 수오미 운동 (Luku-Suomi : Reading Finland)
‘룩 수오미’란 국가교육위원회가 2001년에서 2004년에 걸쳐 전개한 국어교육 촉진 운동이다. 1994년 커리큘럼 개혁 시점에서 모국어 수업 시간이 25%나 삭감되었고 이 시간은 외국어 수업을 늘리는데 사용되었는데 이는 시장 경제라는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었다. 당연히 읽기 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모국어 교사들과 학급 담임들이 처음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여 100개 이상의 지자체가 참가하게 되었다.
이 운동은 독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하위 20%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개선하고 특히 남학생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인데, 학교 도서관 및 공공 도서관과 협력하여 교사 전체가 협력하여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전개하였다. 종합학교와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며, 학생들의 문학 지식과 읽기 능력 향상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 모국어 협회와 교사들이 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국 차원과 지역 차원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교들과 도서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키고 있다.
(2) 학교에 책 보내기 (Book Packages for Schools)
2002년에 국가 교육위원회는 전국 100여개 학교에 21권으로 된 책 박스들을 보냄으로서 학교 도서관에 책을 증가시키는 프로젝트를 했다. 이런 책들은 주로 문학 관련 서적들이었고, 특히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책들이었으며, 특히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3) 넷 도서관 운동 ‘네트라이브리스’(Netlibris)
인터넷을 이용하여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하거나 문학론을 펼치는 운동인 네트라이브리스는 문학 교육의 새로운 교수 방법이 되어 가고 있다. ‘북토크’를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읽기 프로그램, 그리고 간행된 온라인 잡지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네트라이브리스의 핵심은 그룹 멤버들 사이에서의 문학 관련 토론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대개 서너 개 학교에서 10~15명의 학생이 모이며 튜터까지 포함하여 한 그룹을 결성한다.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일지 형태로 기록하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그들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한다. 그룹 멤버들은 1년에 4-8번 정도의 만남을 직접 가지며, 그룹의 목표에 대해서 논의하고, 책을 선정하고, 그들의 활동을 평가한다. 저자도 만나고, 문학, 독서, 그리고 ICT 활용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Netlibris는 핀란드 전역에 있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대부분 남쪽 지역에 위치해있지만, 북쪽 170km나 멀리 떨어진 곳의 학교도 참여하고 있다. 7년 동안 Netlibris는 전국적으로, 그리고 초등 수준에서 일반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영재 학생에서부터 모든 수준의 독자들로까지 확대되었다. 인기 있는 핀란드 작가들이 독자들과 토론을 하기도 하고, 교사들과 도서관 사서, 그리고 교육 관련 연구자들의 능동적인 네트워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지방 자치 단체와 국가 교육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 이루어지고 있다.
(4) 최근의 교육적 이슈
-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소외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것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직업 관련 학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람들이 남부 해안지방의 큰 도시로 이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높고 평등한 교육의 질을 보장할 것인가?
- 세금을 줄이라는 압력이 있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사회보장과 건강보호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교육 시스템에 요구되는 비용들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 핀란드에서도 요즘에는 점점 더 들떠있거나,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며, 문제 행동을 보이고,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점점 더 특수 교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져 가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는 저마다 서로 다른 방책들이 요구되는데 어떻게 충분한 지원을 할 것인가?
Ⅲ.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1. ‘수월성’의 개념 제고 : “99%와 소통할 수 있는 1%를 위하여”
다음은 최근에 논란이 된 외고 폐지 문제에 대한 어느 외고생의 글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으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장애인이 맛없는 빵을 만든다면, 중요한 것은 빵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빵을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홈플러스 지방점 출점 논란과 관련한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 가운데 나온 것인데요. 이 회장님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 회장님께서 평소에 가지셨던 인식을 단번에 살펴볼 수 있지 않습니까?
장애인들은 똑같은 빵을 만들어도 제대로 못 만드는 존재라는 인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시에 각자의 빵을 만들었습니다. 누가 더 잘 만들었을까요? 당연히 비장애인이 잘 만들었을 거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여러분께서는 아마 장애인이 아닐 것이고, 장애인의 마음을 헤아려보지 않은 분일 겁니다. 만약 그 장애인분이 다리가 불편한 분이라면요? 빵 드는데 있어 비장애인보다 못하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 장애인분께서 한쪽 팔만 불편하신 분이라면요? 남은 한쪽 팔로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맛있는 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설사 두팔 다 없는 장애인 분이라도 발로 멋진 빵을 만들 수도 있고 눈이 안보이시는 장애인 분이라도 손에 스며드는 느낌을 통해 맛있는 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1%이신 이 회장님께 장애인 친구분 한 명만 계셨더라도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까요? 한번이라도 장애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신 분의 입에서 이런 천박한 예시가 나올 수 있을까요? 1%와 99%를 격리시키는 교육 체계에서 진정한 1%는 나오지 않습니다.
99%를 얕보는 1%는 우리에게 필요 없습니다. 100%를 누구나 1%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수월성 교육입니다. 정해진 1%가 어딨습니까. 1%는 상황마다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인간이든 소중하고 또 매우 똑똑한 존재들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강요되는 1% 인재론'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선택은 우리가 우리를 위해 합니다. 우리가 1%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고 폐지에 찬성하는 어느 외고생의 글, daum 대문에 오름)
미래 사회에서는 1%가 99%를 먹여 살리므로 1%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으로 보인다. 그래서 1%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강조된다. 1%를 잘 키우면 되고 나머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에서 키워진 1%가 과연 진정한 1%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저 공부 잘 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들이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가, 99%와 소통할 수 없는 1%가 과연 의미 있는 1%인가, 진정한 1%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핀란드의 교육 철학은 우리의 정반대편에 있다. 첫째, 그들은 1%가 99%를 먹여 살리므로 1%만 키우자는 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1%가 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모두에게 동일한 투자를 하고자 한다. 학생들의 능력을 조기에 판단하여 차별하는 것은 동기 유발에 실패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모든 학생들을 ‘잠재적 천재’로 대접하고, 최선의 투자를 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둘째,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통합 학급에서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1%의 자질이 길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99%와 소통할 수 있는 1%가 진정한 1%,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1%이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자질이다.
셋째, 위의 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1%는 고정된 사회 계층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무쌍한 개념으로서 이 상황에서는 이 학생이 1%이고,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학생이 1%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1%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핀란드의 교육철학은 과연 우리가 필요로 하는 1%,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월성’이 어떤 것인지를 더 숙고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미래에 필요로 하는 자질이 었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2. 미래의 인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 “스스로 활동하고 사고하는 개성적 주체”
PISA가 추구하는 가치는 엄밀히 말해 전통적 학력관을 부정한다. PISA는 개인적 목표와 집단적 목표의 보완적 상태 속에서 개인의 자율적 발달과 타인과의 교류를 모두 인정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개인과 사회 사이에 일종의 지적 긴장 관계가 있는데 미래 사회에서는 단순히 집단에 순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적 목표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양쪽 모두에 공헌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의 핵심은 ‘성찰’이다. 이는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음미하는 메타 인지 능력으로서 자신을 객체로 보는 사고과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힘이 사회성을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개개인이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탈피하여 다른 전망을 가질 수 있게 하며, 독립된 판단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결과적으로 일정 수준의 사회적 성숙에 도달하는 것이다.
성찰은 ‘차이나 대립을 다루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드시 한 가지 해답을 구하거나 양자택일적인 해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립적이고 모순된 목표를 또 하나의 현실적 측면으로 파악하여 통합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복수의 입장이나 견해 사이에 있는 다면적 관계를 배려함으로써 종합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성찰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개인이 자신을 컨트롤하는 가운데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지식을 바탕으로 숙고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가정하며, 공동 전략을 만들어가는 능력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미래 사회에는 이러한 능력이 요구되며, 이러한 능력 없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정부가 제시해야 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논의를 통해서 이러한 인간을 키우는 방향으로 합의를 모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그 때 지금과 같은 단편적인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3. 합의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교육 시스템의 모색 : “교육 주권 운동”
국가경쟁력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모델에는 핀란드의 교육제도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을 영어몰입교육과 우수한 교사의 질로 보고 있어, 이를 우리 교육에도 도입하고자 한다.
핀란드의 영어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이 없으며 웬만한 드라마, 영화는 자막 없이 영어로만 방송한다. CLL(내용-언어 통합학습법)이라 하여 수학, 과학, 미술, 체육 사회, 국어 등 다양한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핀란드식 몰입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과학과 수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의 영어몰입교육, 초등학교 3학년부터 2시간 영어수업, EBS영어방송, 영어전문교사 계약직 고용 등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최고 수준의 우수한 교사진을 갖추고 있다. 유치원 교사는 최소한 정규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초중등학교 교사는 석사학위가 있어야 가능하다. 박사 학위를 소지한 교사도 상당수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교사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원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핀란드 교육의 진정한 힘은 첫째, 1920년대부터 추진되어 온 평생 지속되는 무상교육 시스템과 평생교육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한다는 말은 나올 수가 없다. 둘째, 핀란드의 교육철학이다.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닌 ‘공동체 시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며, 지역, 성별,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평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Teachers, teachers, and teachers” 로 요약될 정도로 우수한 교사의 확보와 교사의 질을 높이는 교사교육,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대우가 자리 잡고 있다. 교사가 국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에서 자율권을 행사하면서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의 추진이다. 정당과 정파에 상관없이 가장 좋은 교육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지금과 같은 교육지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몰입교육, 자율형 고교 확대, 입시제도 개선, 대학평등화나 자율화 등 부분적인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없으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수,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현장의 교육전문가들까지 국민과 토론하고 소통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한 국민적 교육주권운동을 벌여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에 기반한, 한국적인 교육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한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일 것이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발전에는 몇 십년에 걸친 교사들의 참여가 있었다. 지금과 같은 교육의 위기에서, 교육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가장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와 희생 없이는 변화가 어렵다고 본다.
4. 이상적인 교사상의 재정립 : “학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학급당 인원수 20인 이하의 핀란드와 40인 이상의 한국의 교실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핀란드 교사들의 실천으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온갖 세부지침으로 꽉 짜여진 표준 교육과정의 전달자로의 역할을 요구받지만, 학생들은 그들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보이고 의욕을 북돋워줄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교사를 필요로 한다.
핀란드의 많은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이 관찰된다. 워크북을 하는 학생, 공놀이를 하는 학생, 계속 과제를 하는 학생, 하교 준비를 하는 학생, 과제 수행 결과를 기록하는 학생. 핀란드 교사들은 ‘학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교사가 그들 각자의 개성에 맞추려고 한다. 지겹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에게 맞게 다음 단계로 안내한다. 수업시 학생의 다양한 반응을 참고하면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수업을 만들어간다. 수업의 진정한 주인공은 학생들인 것이다.
핀란드의 이러한 학습 환경이 보편화되려면 학급당 인원수 감소, 평가 방법의 변화, 권위적인 학교 풍토의 변화, 모범적인 학생상에 대한 변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에서도 교사들이 관점만 바꾼다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먼저 민주적인 학교 문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교실 수업 뿐 아니라 학교 문화 전반이 제도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민주적인 구조로 바뀔 때, 우리 학생들도 핀란드의 학생들처럼 활짝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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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체육시간, 특히 100m 달리기 할 때요. 그 외에는 ‘경쟁’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예를 들어, 영어를 두고 학생들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죠? 궁금하네요."
"시험은 치는데, 성적은 매기지 않습니다. 등수라고 하셨나요? 등수가 뭔가요?"
"학교가 시험을 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등수는 왜 가리나요? 시험을 치는 이유는 학생이 해당 과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예를 들어, 수학 시험을 보았다고 합시다. 시험 결과가 곱셈은 잘하는 데 나눗셈은 못한다고 나왔다면 나눗셈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돕느냐가 선생님과 그 학생의 과제가 되겠죠.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 학생의 나눗셈 실력 향상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지요."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지, 친구와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니까요. 학생들을 서로 비교해 서열을 매기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지 않나요. 그래가지고 친구들끼리 협동심이나 우정이 제대로 생길 수 있겠습니까?
- 핀란드노총(SAK) 국제국, 페카 리스텔라(Pekka Rist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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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한국 학생, 공부는 많이 하지만 성적은...’ (한국일보, 2009. 8. 6.)
이영탁. ‘왜 핀란드 몰입교육에만 흥분하는가’ (오마이뉴스, 2008. 4. 4)
송경원. ‘왜 핀란드 몰입교육에만 흥분하는가’에 대한 반론. (오마이뉴스, 2008. 4. 4)
프레시안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
핀란드 교육 네트워크 홈페이지. http://www.oph.fi/english
핀란드 정부 공식 홈페이지. http://finland.fi/Public/default.aspx
전자책
https://www.bookk.co.kr/book/view/75280
종이책
https://www.bookk.co.kr/book/view/75280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2916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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