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책"이라는 제목의 텍스트나 영상을
요즘 부쩍 많이 접했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아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책이 어떻게 우리 삶에 작용하는가
하는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내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 평균을 놓고 본다면 꽤 많이 읽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책을 많이 읽으면 인생이 바뀔까?
내 대답은 'NO'이다.
왜냐고?
책은 우리 정서와 인지 영역에 깊이 작용한다.
감정을 촉촉하게 하고 대상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논리를 길러준다.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고 세계를 넓혀주고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내 생각을 자라나게 하면서 '자아'를 정립해주고
우리 마음을 장기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인생을 바꾸지 못할까?
실천은 책상 앞의 사색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색과 실천은 다른 영역이다.
물론 책을 통해 이성과 감성, 마음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그 마음의 능력이 독자적인 판단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동은 다른 영역이다.
행동은 용기가 필요하며 그 용기는 행동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다.
실천은 실천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실천할 용기가 없거나
한 발자국 행동하며 나아가는 힘이 없다면
삶은 언제나 제자리를 맴돈다.
앎에 그치지 않고
감동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달라진다.
실천도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열 가지 앎보다 한 가지 실천이 값진 이유가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몸을 움직여서
선택하고 결단하고 행위하면서 배울 수 있다.
그러므로 삶은 책이 아니라
삶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교육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삶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독서를 삶과 어떻게 관련 지을까?
교사는 질문하게 된다.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단순히 유용한 지식을 가르치자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독서는 통찰력 있고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시민을 기르기 위함이지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하급노동자를 기르기 위함이 아니다.
아이들 교육에서 고민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파울로 프레이리가 말한 것처럼 텍스트를 읽을 때
글만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맥락 읽기와 세계 읽기가 함께 진행되는 것,
현재로서는 이 이상의 답을 나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 삶의 자리와 더 넓은 세상을
질문하고 판단하고 고민하며 읽어나가는 것이 실천적 읽기가 아닐까 한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를
타인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느끼고 질문하고 고민하면서 읽어가는 것.
함께 세상을 읽어나가는 실천적 읽기.
텍스트를 그렇게 읽는 법을 배우고
우리 삶도 그렇게 읽어나가면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을 때
독서는 길게 보면 변화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읽기,,,는
당장 내 행동이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읽어낼 줄 아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읽을 줄 아는 사람.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질문하고 이해하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것은 혼자 배우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필요하고 교실이 필요하다.
책을 좋아한 내 경우도 너무 오랫동안 '수용적' 독서,
프레이리식으로 말하자면 '은행저금식' 독서에 길들여져 있으니깐.
혼자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읽어야 한다.
'삶을 변화시키는 읽기'
계속 고민해야 할 화두이다.
많은 교육학자들을 거쳤지만
다시 프레이리를 읽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이야기/schooling
책을 많이 읽으면 인생이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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