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군위 천주교 묘지에 아빠 보러 갔다가
맨날 지나가면서 보고 들르지는 못했던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을 처음 구경했다.
아담한 전시관에 주변 공원이 산책하기에 넉넉하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애 말년의 보수적 발언이 약간 논란이 되긴 했지만 그건 흠이라 할 수도 없고
정말 훌륭하게 평생을 시대의 부름에 응답했던 생애구나 했다.
사제 시절, 일찍이 독일 유학을 갔는데
그때 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해 또렷한 인식을 갖게 되신 것 같았다.
전시관을 훑어보며 이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사실은 바보야.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사랑과 진실 그 자체인 걸 잘 알면서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사니까.”
그래서 기념관 스탬프에도 '바보야'라고 적혀있다.
요즘 주위에 그저 성실하게 살아온 많은 친구들이
힘들어한다. 좀 더 약게 요령을 부리며 살았어야 한다고.
재테크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저축만 했다고. 등등
코로나 이후 자본의 격차가 벌어지며 생긴 일이다.
기념관을 나오며 좀 바보처럼 살아도 괜찮다고
영리하게 자본의 흐름을 못 읽었어도 괜찮다고
그냥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신도 아니고 어찌 그 모든 걸 다 알고
영악하고 똑똑하게 대비하겠는가.
자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시대다.
그리고 또...
바보처럼 보이는 삶이 항상 누군가를 살려왔기도 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유언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였다.
삶의 마지막엔 이 두 마디로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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