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악기

by 릴라~ 2022. 2. 18.

오후의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비쳐드는 성당에서 후배의 오르간 연주를 들었습니다. 4년째 오르간의 매력에 푹 빠진 친구예요. 취미로 배우기엔 만만치 않은 악기인데요. 부드러운 고음과 웅장한 저음, 뭘 연주하든 경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그 음색에 반했다 해요.

연습하는 걸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성당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차분히 울려나는 화음에 마음 설렜는데 바로 옆에서 들으니 소리 자체가 평화고 힐링이고 명상입니다. 고요한 성당 안, 거기서도 젤 높은 합창석, 지상보단 천상에 가까운 공간이었어요. 젤 신기한 건 춤추듯 발로 건반을 누르는 것.

오르간은 손과 발을 다 써야하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만 실력이 나온다 해요. 다른 악기도 그렇긴 하나 오르간이 더더더더 그렇다고. 그래서 오르간은 절대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악기래요. 후배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그 점이 자기한테 딱 맞다고 하네요. 단점은 아파트에 둘 수 없는 것(전원주택 가야 한다고ㅠㅠ). 가격도 덜덜. 성당에 있는 소형오르간 요 정도가 오천만원이고, 오천만원이라도 진짜 파이프오르간에 비하면 전자음 수준이라고.

한 곡을 다 끝마친 뒤 후배가 뒤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음악만큼 좋은 게 없죠, 언니?”

그래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랬습니다.

#짐머만 대구공연 예매는 실패ㅠㅠ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