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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인도, 네팔

[네팔] 새가 되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 Annapurna Sanctuary 7

by 릴라~ 2008. 3. 22.




촘롱에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맞은 편 언덕 시누아까지 가는데 오전 내내 걸렸다.

'렙상 삐리리 렙상 삐리리 우 데라 잠끼 다 라마 바썸 렙상 삐리리~~'

가이드가 민요를 흥얼거린다. 우리 나라의 아리랑처럼 유명한 산 노래란다. 
'새가 되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날아다니리....'라는 뜻이라는데,
노랫말이 내 마음과 꼭 같다.

날개가 있다면 저 건너편 언덕으로 훌쩍 날아갈텐데,
우리는 가파른 절벽을 내려와서 강을 건너고,
내려온 만큼 또 한참을 올라가야 건너편 언덕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을 오르내리던 네팔 사람들도 새가 되고 싶었으리라.

까마득한 언덕길.....
히말라야에서는 5000미터까지는 모두 언덕이다.
6000미터가 넘어야 비로소 산으로 대접 받는다.




 

점심을 들기 위해 시누아의 롯지에 들어섰을 때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났다. 
전날 푼힐에서 봤던 두 명의 한국 청년.
막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는 참이다.

점심도 안 먹고 강행군을 해서 오후 네시 반에 촘롱에 도착했다고,
길이 너무 힘들었기에 우리 모녀는 촘롱까지 못 올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점심을 초콜릿으로 떼우자 자기 가이드가 계속 투덜거렸다면서 웃었다. 
저녁에 히말라야 롯지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촘롱이 다소 번화한 마을이었다면
시누아부터는 마을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여전히 좋지 못했고,
저 위로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있었다.

가끔씩 마주치는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베이스캠프 상황을 물었다.
어제 만난 이들은 1m 넘게 내린 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오늘 만난 이들은 눈 위로 길을 내어 베이스캠프롤 보고 왔다고 한다.
참한 한국 여행생 두 명은, 갈 수는 있었으나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했다.

오후 네 시, 도반에 도착했다. 전기가 들어오는 마지막 마을이다.
히말라야까지는 못 가겠다고, 오늘은 여기서 마쳐야겠다고
가이드에게 말하고 탁자에 앉는데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걸을 때는 몸에서 나는 열 때문에 추위를 못 느꼈는데
걸음을 멈추자 마자 온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차라리 걷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서 히말라야 롯지를 향해 걸었다.
저녁 여섯 시, 어둠이 깔릴 무렵 도착했고,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만났다.
롯지에 모인 열 명 가량 되는 트레커들 중에서
두 명의 독일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사람.
마치 우리 나라 산장 어디쯤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베이스 캠프에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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