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내게 희망을 준 글이다. (마지막 부분이 특히...)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안이 필요하다...등등...
(물론 울 나라 지식인들은 제대로 된 비판도 안 하지만...)
국정을 운영해본 사람답게 차분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짚고 있으며
그에 기초해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해준다.
'정치가'의 안목으로 우리가 가야 할 큰 방향
-현대사를 극복하고 민주 국가를 완성하는-을 알려주고
그 실천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다.
(이해찬 연설문. '사람사는 세상'에서 퍼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잃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새해 들어 건강하시고 가정의 행복은 물론 특히 일자리 안 놓치도록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의례적 인사가 아니고 진지하게 어려운 시기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유신 시절, 그 때는 그야말로 공포정치의 시대였습니다. 그때를 살아온 것을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명박 정부는 별 것도 아닙니다. 괜히 요란만 떠는 거지!
그런데 왜 이 시대에 와서 그때보다 더 절망과 두려움을 느낄까 생각해 보면, 한번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은 그 다음에 또 겪을 수도 있지만 그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저함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그때보다 약한 것 같지만 교묘하고, 선거라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법적 정통성을 갖고 있고, 언론의 수법이 훨씬 더 정교해졌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여러 세력들이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분단에 있는 것입니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만이 갖고 있는 특성입니다. 독점재벌, 군부쿠데타, 잘못된 관료 제도 등도 있겠지만 또 하나 매우 극단적인 것이 언론입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이렇게 극단적인 편향을 보이는 언론은 별로 없습니다. 거대 신문, 방송이 유신 때부터 국민들에 대하여 왜곡을 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지 못하고 정치를 안 하는 것인 양 위장하면서 가장 정치적인 언론은 운영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잘못된 문화, 잘못된 정치를 만들어내고, 지역주의를 조장해내는 것이 모두 언론에 의해서 증폭되고, 과장되고, 변질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언급은 굳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겠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지난 1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을 요약해서 본다면 결국은 정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재벌, 강부자라고 하는 소수의 부유층, 언론, 분단 속에서 유지되어온 극우 이데올로기, 이런 사람들이 지역주의에 기반하여 똘똘 뭉쳐서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준동을 한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보는 민주주의 시민들은 몰상식에 절망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저는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하나가 잘못되었을 때 이를 바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고, 잘못을 감추고 이를 호도하기 위해서 또 다른 잘못을 반복해서 일이 커지는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협상 지침이 잘못되었고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면 바로 사과하고 수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사과 후에는 결국 보복성 수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불신의 악순환을 불러왔습니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로 어떤 때는 튼튼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지하 벙커에 들어가 회의를 할 정도로 비상 경제 상황이라고 하는 등 종잡을 수가 없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히틀러 시대에나 하던 바람잡이 수법과 똑 같은 행위일 뿐입니다.
전시도 아닌 멀쩡한 평시에 ‘워룸’이 왜 필요합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고, 문제를 과장하고 왜곡해서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주어가면서 해결하는 방식은 통치행위 중 가장 나쁜 방법입니다.
외환관리를 잘못하면 열심히 일하고도 이익을 날려버리게 됩니다.
환율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그때부터 환율은 춤을 줍니다.
집권하자마자 1,050원대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순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로 인하여 우리 경제는 외환투기세력에게 먹이 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서 작년 한해 손실된 금액이 650억 달러입니다.
외채의 롤오버 상황에 따라 만약 1,500억 달러 이하로 외환보유고가 내려가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외환 스와프를 해 놓았다는 것인데, 스와프를 해 놓았다고 자랑하는 짓은 참 바보 같은 것입니다. 남의 카드 빌려 쓰는 것과도 같은 행위인 스와프를 어쩔 수 없이 했더라도 이를 자랑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통화 스와프를 한다는 것은 상대 국가에게 신세를 진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상대국가에게 중요한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로 집권을 했지만, 오히려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역사의 전환기에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 외교안보, 민생, 교육, 모든 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발전해 3만불 소득 정도만 되면 사회 복지가 확충될 것이므로 갈등이 많이 해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간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삶의 조건들이 지난 세월 동안 차차 안정되어 왔는데 3만불 정도만 되면 훨씬 더 안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남북관계가 더 호전된다면 국방비도 줄 것이고, 경제 교류 활성화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런 상태로 5년, 10년만 잘 발전한다면 완숙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터인데 그런 기회를 잃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것입니다.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우리의 30년 성과가 흔들리면 안됩니다.
나라라는 것이 중요한 순간 몇 년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타국과 격차가 많이 벌어지게 됩니다.
IMF 이전과 이후, 대만과 우리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IMF 이후 과잉투자라고 할 정도로 지식정보 사회 쪽으로 집중한 우리는 재래 산업과 결합하여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켰고, 휴대폰 하나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20억대 이상을 팔았습니다.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역사의 전환기에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4, 5년이 중요한 전세계적 전환기입니다.
북미관계 또한 풀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북한은 정상회담 합의 사항조차도 이행하지 않는 우리 정부와는 대화를 안 하려고 합니다. 상황이 나빠지다 우발적 사고가 겹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북한과 대화 채널이 항상 열려 있었으므로 사고의 예방도 하고, 또한 사고 시 조기 협상으로 수습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우발적 사고가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안보도, 경제도, 민주주의의 후퇴도 걱정입니다.
국회 문제 또한, 정부 여당이 몇 개의 법안에다 너무 많은 의미를 실어놓아 안 하면 여당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지도록 상황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법안들은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통신 감청 허용, 개인정보 침해, 재벌의 은행 소유, 재벌의 방송 진출 허용 등입니다.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돈을 벌려는 것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에 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방송이 우민화를 하는 나쁜 미디어라고 비판하던 보수 신문들이 방송 겸업을 왜 못하게 하느냐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민화하는 매체라고 얼마나 선전을 해댔는데 그 매체를 왜 하려고 합니까? 바로 정치적 영향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나면 정권을 장악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탈리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면 파렴치한 일을 벌여도 국민은 알 수 없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임위 문을 걸어 잠그고 국회의원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들만이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은 문제를 삼지 않고, 기물 파손이라고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이런 상황인 것입니다.
4년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게 되면 여러 분야가 흔들리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가적으로 그 시기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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