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정의가 강물처럼, 고 김승훈 신부

by 릴라~ 2004. 11. 10.


KBS 인물 현대사에서 고 김승훈 신부와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0년대 유신 치하,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던 시절, 가장 먼저 비판의 소리를 낸 것은 젊은 사제들이었다. 지학순 주교의 구속을 계기로 해서 사제들은 정권에 항거하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가톨릭은 속세에 관심을 끊어야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젊은 사제들은 하느님은 세상 속에서 세상과 더불어 계심을 실천하고자 했다. 그들의 입에서 새어나온 진실의 소리는 물결처럼 번져나갔다.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의 진실을 가장 먼저 밝힌 사람도 정의구현사제단의 맏형 김승훈 신부였다. 명동성당에서 그는 정부의 책임 회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문 수사야말로 군사정권을 유지해온 핵심이기에 그것에 대한 정면 공격은 군사 정권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재수사가 이루어지고 국민의 원성은 극에 달한다. 결국 정부는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선언한다.

김승훈 신부는 시대가 신부들을 그리로 내몰았다고, 시대의 필연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변혁의 시기, 변화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시기가 있다. 그때 역사의 부름에 응해서 역사의 물결을 앞당기는 역할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고통을 선택했지만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