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유성, 오리지낼러티라는 것이 개인에게 가능한가.
그건 사상, 철학, 예술 등의 영역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존재론적으로는 모든 존재는 고유하다.
우리는 모두 서로 차이 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사상, 철학, 예술 등의 영역이 아닌
'삶의 표현'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실상 그다지 다르지 않고
또 우리는 그다지 고유한 존재들도 아니다.
고유성이란 철학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발현되는 것이지
삶에서 우리가 고유성, 남과의 차이를 추구하는 행위는
오히려 오리지낼러티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명품을 추종하거나 계급적 상승이 최고의 가치가 되거나
과도한 문신/피어싱에 탐닉하거나 등등
그 모든 것들은 사실 그다지 고유하지 않다.
고유하다는 것은 보편성을 획득한
철학, 사상, 예술 작품에서만 논의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보편성이 있어야 고유성이 있다는 건 들뢰즈 논리인데...
이게 갑자기 등장하네... ㅎㅎ
즉 시대가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획득한 철학이나 예술을
우리는 고유하다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유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으로
우리가 삶의 목표로 삶을 만한 것은 전혀 아니며
우리는 그저 오리지낼러티를 획득한 사상이나 작품을 섭렵하며
그 향기를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다만 내 수업은 약간의 오리지낼러티가 있는 면도 있다.
수업 역시 넓게는 예술 장르 안에 포함되므로.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오리지널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돌멩이가 조금씩 다르면서도 다 비슷하듯이
우리들 개개인도 다 비슷하다.
앞으로 나의 시간도
나만의 고유한 것을 만들어가기보다는
고유성의 향기를 담뿍 머금은
위대한 고전을 향유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살리에리는 그 자신도 작곡가였기에
모짜르트를 질투했다지만
나는 전혀 그런 심정이 아니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어찌 질투하겠는가.
- 친구랑 스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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