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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열정적 고전 읽기 - 조중걸

by 릴라~ 2009. 6. 21.

열정적 고전 읽기(철학 1)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조중걸 (프로네시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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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고전 이외에 어디서도 삶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고전 속에서 만나는 것은 과거의 천재들이다. 오늘 우리가 품는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의문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고 상상하기 어려운 분투를 통해서 그 나름의 통찰을 보여준 천재들. 저자는 그들의 세계관과 삶과 지식에 귀기울이는 것은 우리 삶의 소외된 부분들을 다시 밝히는 작업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전 속을 여행하는 것은 미래 속을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은 유명한 고전 중의 한 부분을 골라서 엮어놓은 것이다. 영어 텍스트 + 번역한 텍스트 + 저자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선택한 텍스트의 가치에 있다. 내가 읽은 것은 철학 1인데,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에서 시작해서 맑스, 에피쿠로스, 니체, 러셀, 슈바이처 등으로 이어진다. 삶의 포괄적인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현대 사상의 맥을 짚을 수 있는 훌륭한 텍스트들이다. 발췌한 내용이지만, 인류를 이끌어온 굵직한 사유의 한 조각을 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은 번역본과 영어본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영어로 읽어볼 지는 미지수지만...^^;

이 시리즈는 총 10권으로 기획되었는데 현재 철학 1~3, 사회 1~2, 예술 1~2, 역사 1~2, 과학 1까지 나왔다. 번역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텍스트가 워낙 좋아서 다 사서 읽어보고 싶다. 1권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글은 베르그송의 '지성과 본능 어떻게 다른 것인가'와 에피쿠로스의 '쾌락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이다.

슈바이처의 글에서는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다.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면서 인종주의와 전쟁과 폭력에 찬성하는 이들은 왜 그런 것인가? 슈바이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들에게는 이성에 기초하고 논리에 뿌리박은 윤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리를 이성의 한 역량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하면 생각을 안 해서라는....


 본능과 지성은 동일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해결책을 대표한다. 생명체에 내재한 힘이 무한하였다면 본능과 지성을 어느 정도까지는 동일한 유기체 내에서 동시에 발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을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멀리까지 나아가는 것이 힘에 부쳤기에 선택해야만 했다. 지성은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완전함을 획득한다 - 베르그송

 욕망의 범주에서, 어떤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떤 다른 것들은 불필요하고 사소하며, 또 자연스러운 욕망의 경우에는 어떤 것들은 필요한 것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단지 자연적인 것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필요한 욕망일 경우 어떤 것들은 행복을 위하여 필요하고, 다른 것들은 육체적 불편으로부터의 해방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 인식되어야 한다. - 에피쿠로스

 높은 정신적 독립, 홀로 서는 의지, 심지어는 위대한 지성까지도 위험하게 느껴진다. 개인을 무리로부터 들어올려서 그의 이웃을 위축시키는 모든 것은, 그러므로 '악'이라 불린다. 공평하고 겸허하고 복종하고 자기 소멸적인 성향, 즉 그 욕구에 있어서의 범용은 도덕적 명성과 영예를 얻는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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