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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오소희

by 릴라~ 2009. 7. 31.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오소희 (큰솔,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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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보려고 고른 가벼운 책인데, 기대 이상이다. (여행작가인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은 번역투 문장도 마음에 안 들고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괜찮았다.) 기찻간에서 금세 다 읽었지만, 읽고나서 마음 깊은 곳까지 따스해졌다.

학부모들을 만나다보면, 그 욕심과 이기주의에 진저리칠 때가 있다. 편안한 분들이 많지 않다. 아이의 현재는 사라지고 미래(자신의 틀로 바라본)에 사로잡혀 있다. 어머니가 아니라 '사업 경영자'의 마인드라고 할까.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더욱 가득하게 해줌을 잊어버린 것 같다. 아마 그분들이 처음 자신의 아이를 이 세상에서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으리라. 모든 아이는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의 시간 속으로 불쑥 찾아온, 선물이기에. 그러나 세파가, 고된 세상사가, 또한 그들의 마음씀의 크기가 그 어머니들을 그런 욕심사나운 모습으로 만들었으리라.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의 기록이다. 그 속에는 한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두 번의 유년을 사는 엄마의 성장이 담겨 있다. 부암동에서 느린 삶을 살고 있는 그들 가족의 풋풋한 일상과 가치관도. 무엇보다도 그 어떤 책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이기심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한 아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십대에는 남녀간의 평등하고 완전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남자보다는 아이가 눈에 더 들어온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고, 나의 한계와 인간의 한계를 알게 되면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들이 점차 없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연애 욕망은 엷어지는 대신 누군가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주고 돌보고 싶은 '엄마 마음'이 더 크게 자라난다. 동반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입양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어떤 경우이든, 머나먼 우주를 가로질러 찾아오는 한 손님을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른 인간에 대한 완전한 책임감, 이 세상에 대한 완전한 책임감을 경험하는 것은 부모가 됨에 의해서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세상을 위해 일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아이를 자신의 자녀처럼 여기고 자신의 자녀를 갖지 않는 큰마음을 지닌 분들을 존경한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욕심을 희생으로 덧칠하지 말고, 자신의 존재를 '어머니'로 만들어준 자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그 순수한 기쁨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책이다.



왜 엄마는 화장을 해?
예쁘게 보이려고. 있잖아, 여자들은 예쁘게 보이는 걸 좋아한단다.

여자들에게는 미에 대한 본능적인 추구가 있다.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다르게 말하겠지만, 아이에게 극단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편을 알려주고 나중에 크게 자라, 원한다면 스스로 극단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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