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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이야기/여행 단상

안덕계곡에서 화순해수욕장까지 - 제주올레 9코스

by 릴라~ 2009. 6. 29.
다정한 숲길, 안덕계곡

박수기정을 지난 길은 들판과 마을을 거쳐 안덕계곡으로 이어진다.
안덕계곡 숲길은 9코스의 하일라이트였다. 거칠고 험한 자연이 아니라, 누군가 귓전에 속삭이는 것 같은 다정한 숲길. 전설에 따르면 태초에 7일 동안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이 진동하며 태산이 솟아날 때, 암벽 사이에 물이 흘러 계곡을 이루며 치안치덕(治安治德)하는 곳이라 하여 안덕계곡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많은 선비들이 찾던 곳으로 김정희, 정온 등도 이곳에 유배되어 후학을 가르치고 절경을 즐겼다고.

그 시절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는 않겠지만(귤밭 등으로 훼손되었다 함), 나는 뭍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요한 계곡길의 정취에 반했다. 그 길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만, 부드럽고 나직하고 맑고 가벼운 침묵을, 가끔씩 들려오는 청아한 새 소리를 선물로 받았다. 여성적인 포근함이 깃든 길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그 숲에 대한 기억은 이미지가 아니라 피부의 촉감으로 남아 있다. 걷는 데 몰입하여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다.

사막처럼 모래가 날리는 곳, 화순해수욕장

안덕계곡을 빠져나오면, 길은 9코스의 종점 화순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지금껏 다양한 색깔의 해변을 거쳐왔는데, 화순해수욕장은 또 달랐다. 화순해수욕장은 모래 바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시원하게 펼쳐진 모래밭과 산방산의 경관을 즐길 틈도 없이, 몸이 날려갈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모래가
쉴새 없이 내 몸을 덮었다. 사막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센 모래 바람을 맞은 곳이 화순해수욕장이다.

* 걸은 날. 2009. 4. 25.





화순 해수욕장과 산방산. 산이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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