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은 화산 폭발로 생긴 104미터의 나즈막한 오름입니다.
높진 않아도 반도처럼 솟아서 동쪽 남쪽 서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동으로는 산방산과 형제섬, 남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그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저 역시 한참을 머물었답니다.
한 잔 술이 없어도, 바다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해지는 쪽으로 무리지어 핀 야생 들국화에 취하고, 지는 햇살에 취하고,
이 모든 세계 앞에서 말없이 감동하게 되는 곳.
그래 그런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끝이 없습니다.
수만년 전 폭발한 작은 분화구는 지금도 야생의 꿈틀거림을 간직한 채
바다를 향해 의연히 서 있었습니다.
...
그대가 만일 이곳에 온다면,
동서남북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이 드넓은 세계 속에서,
절망보다 희망이 힘이 세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변함 없는 희망을 일깨워주는 존재는 자연이라는 것을,
자연 없이 우리가 좀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을
가슴 가득 느끼게 될 것입니다.
* 걸은 날. 2009.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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