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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메리 크리스마스

by 릴라~ 2009. 12. 25.

2009년의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오래된 전례 속에 머무는 동안
이 세상에 오신 한 아기의 탄생이 지닌 의미와 기쁨이
잔잔하게 가슴을 채우더군요.

크리스마스는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이 비범한 탄생 이야기 속에는
신이 비천한 마굿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신비와
별의 인도로 아기를 찾아왔다는 동방박사들의 동화적인 스토리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받아들여야 했던 요셉의 인간적인 고뇌,
마리아의 결단 등이 담겨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수천년에 걸친 이스라엘 사람들의 기다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
그 소망이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탄생 이야기 속에 담긴 굳건한 희망의 메시지가
지난 이천년을 버텨온 힘이리라 생각합니다.

성서의 맥락을 보았을 때
예수가 요셉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서는 '성령'으로 잉태했다고 바꾸어 말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바꿈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부모로부터 씨를 받아 태어나지만
우리의 혼은 그보다 더 큰 자연과 우주로부터 받은 것이고
그것을 성령이라고 부르건, 불성이라고 부르건, 그 무엇이라고 부르건 간에
아무튼 우리 존재는 우리들 각자보다 더 큰 생명의 바다,
신으로부터, 하늘로부터 온 것이니까요.

탄생의 기쁨, 그것은
이 세상에 무언가 새로움을 더하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이 그 탄생으로 인해 더 아름다워지기 때문이겠지요.
옛날 유럽에서는 동지 다음을 새해로 쳤으니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가 오신 날이면서
새해 새날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날일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안에서 많은 것들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우리가 걷는 이 거리에서, 사람들 속에서,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찾아오는 '신'을 만나고 또 만나기를.
그 힘으로 새 날을 열어가고 또 열어가기를.
그 힘으로 이 세상의 슬픔이 줄어들고 기쁨은 천 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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