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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유시민, 그는 해낼 것이다

by 릴라~ 2010. 5. 14.

그의 결연한 눈빛을 보면, 그가 이번에 무슨 일이든 이뤄내리란 생각이 든다.  2008년년 봄, 대구에서도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의 눈빛과는 달랐다. 완전 내 주관적 느낌일 뿐이지만, 그 때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 연민, 그런 것들이 비쳤었다. 거대한 벽을 애써 두드리는 자의 그런 눈빛이랄까.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떨쳐 일어나서 무엇이라도 할 기세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덤벼드는 느낌. 어떤 장벽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그러면서도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는 차가움을 지닌... 자신을 다 비워낸 자가 가진 어떤 용기와 힘, 그런 게 느껴진다. 그는 해낼 것 같다. 그 무엇이라도.

유시민, 하면 항상 함께 떠오르는 이가 있다. 시민광장의 '네버엔드'님. 대학원 다니느라 너무 바쁜데다가, 또래도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선거 끝나고 활동을 접었는데, 작년 겨울 문득 생각이 나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네버엔드'님의 부고를 보았다. 처음 뵈었을 때, 마르고 얼굴색이 좀 검다 싶었지만, 중병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너무 마음 아팠다. 개인적 친분은 크게 없었지만 자주 뵌 분인데... 결혼을 안 해서 가족이 없다는 것도 부고를 보고서야 알았다. 모임 안 가는 바람에 선거 때 찍은 사진을 드리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훌쩍 가시다니...

생업을 내팽겨쳐두고 궂은 일은 도맡아 한 이였다. 트럭 몰고 다니며  플래카드, 공보물 혼자 다 하고,
유세 날이면 어디서 구했는지 솜사탕 기계를 떡 하니 갖다놓고 공짜로 나눠주며 지나가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눈길을 끌곤 했다. 노대통령을 정말 마음 깊이 사랑했고, 봉하마을에서도 일 많이 하셨는데... 한창 나이(아마 사십대 중후반?)에 떠나시다니...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던 대통령의 뒤를 따라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면 자신이 알았던 모든 사람에게 한 번쯤 다녀가는 것일까. 그 밤, 문득 광장 홈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근 2년만에 접속했는데 대문에서 발견한 것이 네버엔드님의 부고였다. 그 분의 소박한 열정, 사심없음, 자신의 이익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것에 헌신하는 태도...가 얼마나 큰 것인지 뒤늦게 깨닫고 가슴이 아팠다. 사실 이런 분들 노사모 등에 참 많다. 자신이 빛나는 일이 아니라, 뒤에서 온갖 궂은 일 다 하며 자신을 다 바치는 뜨거운 가슴을 지닌 분들... 손해 될 일만 골라서 하는...바보...

그 때 냥냥군에게 물었었다. 나는 저런 분들처럼 사심없이 살지 못했다고.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순수함을 지닌 분들이라고.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냐고. 냥냥군이 그랬다.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힘들다고. 지식인은 그처럼 자신을 다 바쳐 헌신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돌아서고 변절한다고.... 자신이 살 길을 찾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역시 그 부류에 속한다고...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신영복). 네버엔드님은 그런 우직함을 지닌 이였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따윈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세상을 염려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쳤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었다. 나를 진정으로 부끄럽게 하는 분들... 생각해보면 역사 속에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름 없이 자신을 바친 분들... 그분들의 피와 땀 위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을...

네버엔드님, 하늘에서 평안하소서. 통곡의 봄이 지나고 또 한 번의 새로운 봄을 맞아, 우리 또한 님처럼 바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08년 봄, 지산 동아백화점 앞에서 플래카드를 걸던 네버엔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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