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봄꽃이 한꺼번에 핀 해는 없으리라. 보통 목련이 먼저 피고 그 다음엔 개나리가 피고 이어서 벚꽃이 피어야 정상인데, 올봄엔 하도 추워서 꽃이 피지 않다가 갑자기 개나리, 목련, 벚꽃이 다함께 피어났다. 지난 주 운전하면서 보니 노란 개나리와 흰 벚꽃이 함께 피어 특별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다음에 사진을 찍어야지 했는데, 한 주만에 더위로 다 지고 말았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봄기운이라도 느끼자 싶어 오늘, 모처럼 산에 올랐다. 반갑게도 산에는 진달래가 만개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평소 같으면 꽤 길고 지루했을 텐데 길 양쪽에 만발한 진달래 꽃구경을 하느라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두 시간 정도 가는 길에 진달래 꽃빛에 내내 취해 있었다. 군데군데 야생 복사꽃도 피어 있었다.
진달래길을 지나면 좁은 오솔길에 접어드는데, 평소 같으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인데 오늘은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원래는 이끼가 찰 정도로 우거진 숲길인데, 아직 잎이 채 나지 않아 햇살이 비치는 건조하고 메마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꽃도 잎도 그늘도 없으니 평소보다 영 길게 느껴졌다.
같은 길이 내가 만나는 풍경에 따라서 이처럼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했다. 길 위의 아름다움을 볼 때는 힘들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내 하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하루 속에 깃든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보다 쉽게 살아질 것도 같았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길 속에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보려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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