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일찍 가야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다고 했는데,
사원 입구는 벌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언덕 위에 서 있는 프놈바켄 사원은 앙코르 유적 중에서 일몰 장소로 유명하다.
언덕을 올라가는 엄청난 인파에 놀랐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사원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다른 곳 같았으면 그 앞에서 사진이나 찍었을 테지만 여기선 뭐든 가능하다.
유적 관리를 이 따위로 하냐 싶기도 했지만 그 생각은 잠시,
여기 아니면 어디서 사원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나도 무리 중 하나가 되어 기꺼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꼭대기는 이미 다국적의 사람들로 빈틈 없이 가득 찼다.
일몰보다 그 모습이 더 장관이었다.
10대부터 노인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얼굴들.
그들이 모여 앉아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콘서트장에 모인 관객 같았다.
'해넘이'라는 우주의 연주를 들으러 온 관객.
서쪽 햇살이 비쳐 사람들의 얼굴도 환히 빛났다.
언덕 아래로는 끝없는 숲이었다.
마침내 해가 지고....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하루 해는 그렇게 저물고, 내일이면 또다른 사람들이
이 언덕을 채울 것이다. 나는 왠지 모를 아쉬움에
모두가 다 내려간 뒤에도 잠시 더 머물렀다.
이 순간만큼은 돌아갈 집이 필요치 않았다.
이 여행이 이대로 끝없이 이어지기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가보지 못한 모든 길을 따라 방랑을 계속하기를 바랬다.
스무 날 후에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 시엠립에서 볼 필요가 없는 것 : 시내에서 하는 압살라 댄스쇼. 부페는 뭐 그저 그런데, 댄스가 최악이다. 전통춤을 그래도 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갔다가 대실망했다. 중학생 장기자랑 수준도 못 된다. 나중에 듣자니 폴포트 정권 때 연예인들도 다 죽여서 이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할머니 한 명이 흐릿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지금 그것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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