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나가수

by 릴라~ 2011. 7. 25.

이 프로를 보며 가수들이 표현해내는 감정의 밀도에 놀랐다. 인간의 감정을 그처럼 다채롭고 뜨겁고 깊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거. 음악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목소리가 전해줄 수 있는 것들은 다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림도 문학도 그처럼 직접적으로, 그렇게 격렬한 형태로 감성을 흔들어주진 못한다.

한 사람이 경험하는 가장 큰 슬픔, 가장 깊은 외로움, 쓸쓸함, 애타는 사랑, 다정함, 좌절과 환희, 방랑, 애수, 설렘, 풋풋함, 연민과 아픔, 분노..... 원곡 자체의 힘도 있겠지만 가수들의 표현력이 그것을 극대화시켜주었다. 한 곡이 담아낼 수 있는 것 이상을 전해주었고 여운이 남았다. 그 감정들이 단순히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지나간 한 시대에 대한 환기이고 그리움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 싶다.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노래들이 다 나와서 얼마나 반가운지. (편곡이 넘 화려해지는 건 별로)

글은 기본적으로 논리라서 노래만큼 뜨겁긴 어렵다. 가장 강렬한 것은 개중에서 '시'인데 한 편의 시가 읽는 동안 저 깊은 가슴 속에 회오리를 몰고 가는 시는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창작되었다. 백석의 시, 아 정말 절창 중의 절창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나 윤동주, 이육사의 시, 박두진의 해야 솟아라...... 시인의 가슴 속에 간직된 불덩어리가 전해지는 시들이다. 이후 작가들 중에선 기형도, 고정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현대 예술은 개념 예술로 옮겨왔고 사진도 그림도 문학도 머리로 읽는 작품들이 많아서 옛 작품만큼 인간 본연의 감정을 깊게 전달하는 것이 많지 않다.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아직도 읽히는 것일 게다. 깊은 감정은 사람을 정화시킨다.

소설 중에서 찾아본다면? 슬픔의 극, 기쁨의 극, 히로애락애오욕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 신파가 아니고 막장이 아니면서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전달하는 것. 작가의 철학이 인물들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 그들을 통해 살아있는 삶이 전달되는 것. 감정에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관통하게 함으로써 다른 지평을 바라보게 하는 것.

러시아 문학.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고리끼와 톨스토이의 소설 대부분.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에코 '장미의 이름', 젤라즈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위고 '레미제라블', 오웰 '1984년'
서머셋 모옴 '인간의 굴레',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어슐러 르귄 '어스시의 마법사'
크로닌 '성채', 프로이슬러 '크라바트'......

쓰다 보니 점점 고전 목록과 동일해진다는...... -.-

한국 문학 중에선 최서해, 김남천, 강경애, 이기영 등의 카프 소설이 내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채만식, 김유정도 괜찮고.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