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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시작과 끝을 알린 곳 / 교토 니조성

by 릴라~ 2018. 6. 1.

니조성은 교토고쇼 바로 근처에 있었다. 작년 교토에 들렀을 때, 교토고쇼만 보고 시간이 없어 니조성은 들르지 못했다. 교토고쇼는 일왕의 궁전이고, 니조성은 에도로 옮긴 도쿠가와 막부가 교토에 올 때 머문 숙소이다. 교토고쇼에서는 특별한 감흥을 얻지 못했다. 왕의 궁전이지만 교토의 다른 건축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간결한 편이며, 석정과 정원도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우리의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내겐 더 매력 있었다. 다만 우리 궁궐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데, 교토고쇼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곳곳에 품고 있어 그 오래된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방문한 니조성은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그렇고 역사적 의미도 그렇고 교토고쇼보다 훨씬 매력적인 장소였다. 니조성은 도쿠가와 막부의 시작과 끝을 알린 역사적 장소다. 전국 시대를 정리하고 도쿠가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했으며, 15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막부의 권력을 일왕에게 이양하는 '대정봉환'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니조성은 성 주변으로 해자가 둘러싸고 있고 성 안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니노마루 궁전'이 있었다. 이 성이 왜 유네스코 세계유산일까 했는데, 니노마루 궁전을 둘러보고는 십분 이해가 갔다. 니노마루 궁전은 막부의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딱 봐도 굉장한 규모인데 막부와 알현하기 위한 손님들이 대기하는 방에서 시작해서 도쿠가와 가문이 머문 방까지 30여개의 방을 마루로 된 복도를 따라 차례로 관람하게 되어 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방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방의 성격에 따라서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 또한 일품이다. 벽면에 크게 그려진 노송 그림과 호랑이 그림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공간을 장식으로 가득 채운 유럽 궁전의 화려함과는 다른, 동양적인 화려함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1867년 대정봉환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장소에는 당시 회담의 모습이 실물 크기의 인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막부의 전제정치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번주들이 공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막부의 권력을 왕에게 이양한다는 대정봉환은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쇼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역사는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계획에 따라 전개되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열강이 개항을 요구하는 가운데, 대정봉환은 단순히 왕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막부 타도, 신분제 폐지, 전면적인 개국으로 이어진다. 막부 세력과 유신 세력, 번주들, 하급 무사들, 수많은 사람들의 목표와 이익이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이 내전을 수습하고 '쇄국'이 아니라 개항을 선택하여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대목이다. 역사의 기로에서 일본이 일종의 '혁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적 변혁은 역사에서 굉장히 드문 순간이며 그 출발점에 니조성이 있었다. 

하지만 1868년 시작된 메이지 유신의 성공은 결국 군국주의로 치달아간다. 메이지 유신의 성공과 유신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2017/2, 2018/5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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