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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 윤보라 외

by 릴라~ 2018.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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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중 하나는 성별 이슈에는 '과거가 없다'는 인식이다. 성별 이슈를 제기하면서도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는다. 여성의 역사를 무시한 채 자신이 처음 제기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역사는 이어지지만 여성은 단절되어, 언제나 자기가 '처음'이다. 여성학자 김은실은 이를 남성의 역사는 '역사', 여성의 역사는 '에피소드'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페미니스트'는 모두, 자기 혼자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외로운 선구자 의식과 동시에 피해 의식과 울분을 갖기 쉽다. 이전 시대 여성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여성의 경험은 공유되지 않고 여성의 역사는 전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제가 젠더 체계의 가장 '비참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은 처음부터 시작한다. '같은' 억압에 반복해서 대응해야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한다. 나는 이 고통을 거부한다. 그러므로 여성 혐오 현상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모욕에 대응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미국처럼 사법상 혐오 범죄 규제를 법제화하거나 국가가 해결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언제나 피해자가 나서야 하고, 가해자는 '표현의 자유'를 외친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에서의 노골적인 발화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또' 쓴다. 물론 작금의 여성 혐오 현상은 남성 실업의 일상화, 즉 자본주의의 질적인 변화와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린 시대적 배경이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낡은 새로움이라고 본다. 여성 혐오, 약자 혐오, 피해자 혐오에 대해 한국사회는 유독 관대하다. 자신과 체제에 대한 분노를 약자에게 투사하는 방식,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 모든 계급 갈등을 봉합하는 막강한 남성 연대......

 

인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로 이어진다. 1) 남성과 여성은 실제로 존재하며 2) 인간은 양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3)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4)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조화를 파괴하는 사람은 페미니스트이며 5) 양성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통념 중 사실은 한 가지도 없다. 진실도 현실도 아니다. 일단, '과학'이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수천 권의 책이 있으니, 이 글에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성차는 만들어진 것이다. 누적된 실천이 그것을 사실인 양 만들었을 뿐이다. 실제로는 남성과 남성의 차이, 여성과 여성의 차이가 남녀 차이보다 큰 경우가 많다. 남녀 이분법, 즉 양성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pp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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