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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기록/충청, 강원22

평화의 소녀 _ 광화문 일본대사관 일본대사관은 광화문에서 지척에 있었다. 교보빌딩을 지나 골목을 몇 개 지나니 대사관이 나타났다. 층을 올리는 공사중이어서 본관은 가림막을 쳐놓았다. 소녀를 찾아서 그 맞은편으로 눈길을 돌리자 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평화의 소녀'가 있었다. 평화의 소녀상과 눈길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감정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언론에서 사진으로 워낙 많이 접해온 터라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지나던 길에 한번 보자 해서 들른 참이었다. 평소 이 주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기에 나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이미지와 실재는 그렇게 달랐다. 소녀는 열다섯 열여섯쯤으로 보이는 가녀린 몸으로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그 작고 가녀린 '몸'은 그 어.. 2017. 12. 5.
강원도 산골의 작은 낙원 - 화천 다목리 감성마을 & 김유정 문학촌 11월 마지막 주, 멀고 먼 화천 땅에서 이외수 선생을 만났다. 밤이면 한치 앞도 안보이는 강원도 깊디 깊은 산골에 자신만의 작은 낙원을 지어놓고 도시의 온갖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모월당의 모습. 그는 거인이었다. 매스컴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꼿꼿하고 강건한 목소리와 자세를 지녔다. 강의 내용은 저서 '글쓰기의 공중부양'의 핵심적인 내용이었고, 그밖에 선생님의 삶의 원칙과 깨달음, 교육에 대한 견해, 당부 말씀 등이 이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강원도 산골 분교에서 일할 때, 찬 겨울밤 무서운 혹한 속에서 꼿꼿이 겨울을 나는 나무들의 '숭고한' 모습을 보고 전율하셨다는 이야기. 다음 날 춘천의 김유정 문학촌에 들러 촌장님(전상국)을 만났다. 전상국 선생의 강의는 잘 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 2008. 12. 16.
충북 화양동 계곡(화양구곡) 어제 화양동 계곡에 다녀왔다. 화양구곡 경치 중 9곡에서 2곡까지 보았다. 이 일대는 우암 송시열이 화양동 서원을 세운 곳으로 암서재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서원은 대원군 때 철폐 되었는데 괴산 군수가 복원을 하고 있었다. 복원을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 서원 터에는(원래는 절터인데 유생들이 빼앗았다고 한다.) 웅장한 축대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만 있더라면 더욱 고적한 분위기가 날 뻔 했 다. 새로 지은 서원은 유치한 느낌이 났으며, 전혀 멋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옛날에 명나라에 제사 지내던 만동묘까지 쓸 데 없이 복원해 놓았다. 우암은 정치에서 물러나 이곳에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여기서도 조정에 간섭을 하며 정치를 했다고 한다. 화양서원 일대 70리 안에는 아무도 주막을 짓지 못하게 하고,.. 2005. 11. 28.
겨울 속 겨울로의 여행 - 금강산에서 띄우는 짧은 편지 '05 겨울 속 겨울로의 여행 금강산에서 띄우는 짧은 편지 ▲ 구룡연에서 2월,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립니다. 며칠간 내린 폭설로 금강산은 이름 그대로 설봉산, 눈천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풍으로 물든 숲과 흐르는 계곡물 소리, 햇살에 반짝이던 옥빛 담소와 봉우리를 신나게 오가던 구름, 정다운 온갖 것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였던 가을 풍악산과는 달리 설봉산은 겨울 속의 겨울, 말이 없습니다. 구룡연 코스에서 상팔담은 고사하고 구룡폭포까지만 간신히 다녀온 산행이었습니다. 영하 14도, 바람이 몰아치면 입술이 얼 지경입니다. 겨울의 자연은 혹독하지만 아름답습니다. 하늘의 해조차 눈처럼 시린 흰 빛이며, 바람은 때때로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고 지나갈 뿐입니다. 단순하고 고적합니다. ▲ 옥류동 계곡 ▲ 옥류동 계곡 기대.. 2005. 2. 25.
관동별곡은 과장이 아니었다! - 금강산 육로관광을 다녀와서 '04 관동별곡은 과장이 아니었다! [여행기] 금강산 육로 관광을 다녀와서 ▲ 금강산에도 가을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금강산에서 꿈 같은 일박 이일을 보냈다. 육로 관광이 시작된 지 일년여 만에 드디어 북한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세상 어떤 땅보다도 더 멀어 보였던 그곳은 그렇게 지척에 있었다. 먼 것은 인간의 마음이지 땅이 아니었다. 새벽 여섯 시, 고성 금강산 콘도에서 관광증을 받은 우리 가족은 민통선을 지나 통일 전망대 근처에 있는 동해선 출입국 사무소에서 수속을 밟고 배정받은 버스에 올랐다. 비무장지대의 철조망과 그 너머 북녘 땅을 눈 앞에 두고 마음은 다소 긴장되었다. 출발 전에 직원 분으로부터 여행에 필요한 설명을 들었다. 북한 사람들은 남북이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광 지구 내에서는 ‘북한,.. 2004. 10. 4.
도시민 유혹하는 산골마을 예술성당 여름축제 도시민 유혹하는 산골마을 예술성당 여름축제 올 여름엔 평창 대화로 오세요 ▲ 대화성당 전경 ⓒ 대화성당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들에게 힘을 곁들여 주는 것이다. - 시몬느 베이유 강원도 산골 마을에 이렇게 예쁜 성당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대화성당은 예술성당이라는 별칭만큼이나 구석구석 섬세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데 없는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힘이고 생기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명산 자락에 조화롭게 들어앉은 우리네 절집들은 늘 내게 평온과 위안을 안겨 줍니다. 그에 반해 20세기 사람들이 돈으로 새단장한 무술 영화 세트장 같은 사찰들, 첨탑이 그저 눈을 아프게만 하는 국적 불명의 교회 건물들은 우리에.. 2003. 8. 7.
천 년의 숲으로 우리 꽃을 보러 오세요 - 평창 한국자생식물원 천 년의 숲으로 우리 꽃을 보러 오세요 평창 한국자생식물원 ▲ 재배 단지 오대산을 몇 번이나 지나가면서도 이곳을 알지 못했어요. 지난 주말 평창에 들렀다가 야생화 집산지라는 그 지역 분의 소개 말씀을 듣고서야 비로소 발걸음이 미쳤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자생식물원, 특별히 우리 고유의 꽃들만 모아 놓은 곳이랍니다. 우리 엄마 어렸을 적에는 도랑 가에 지천으로 널린 것이 야생화였다지요.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고 지고, 가을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습지마다 풀꽃이 가득했다 하는데, 패랭이 같은 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는데, 그 모습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세요. 산에 가도 외래종들에 밀려 우리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세요. 그래서 그런지 식물원에서 엄마는 내내 옛 추억에 빠져들.. 2003.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