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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13

시간과 진실 삶이 비극인 이유는 비극적인 사건들 때문이 아니다. 언제나 '진실'이 우리에게 조금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소중함은 가족을 잃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하나의 사랑이 지닌 참다운 가치는 그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가 아니라 사랑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밝혀진다. 젊음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젊음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됨을 많은 이들은 그가 죽고나서야 알아보았다. 진실은 언제나 조금 늦게 도착하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진실은 '시간'의 편이며 시간과 함께 시간 속에서 전개된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배운다는 건, 그래서 과거에 대한 실망과 회한의 감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실망을 통해 배워가는 존재라는 것, 진실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언제나 조금 뒤에 찾아온.. 2012. 8. 18.
이 자리의 주인은? 박경철, 윤여준, 안철수 셋이 있을 때와 박경철, 안철수만 있을 때의 자세가 다르다. 특히 어깨와 다리. 뭐, 우연일 수도 있지만. ---------------- 덧붙임) 어제(9. 9) 나꼼수를 듣는데 박경철 원장이 나왔다. 자신들의 관계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했다. 그리고 윤여준은 자신들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며, 그가 앞서 발설한 내용들도 안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어준도 윤여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나면 논리가 뚜렷하고 어그러짐이 없는 인물이라고 한 걸로 보아, 일대일로 만나면 상당히 매력 있는 인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뭐, 박근혜도 직접 만나면 좋다고 하더라만...) 그때 주진우 기자가 핵심을 말했다... 2011. 9. 4.
귀천하소서 2011. 9. 3.
유시민, 김어준 라이브 토크쇼 오랜만에 유시민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많이 갔다. 지난 선거 때문에 그런 듯. 김어준은 나꼼수에서처럼 여전히 유쾌했다. 하지만 그 밝음 가운데 하나씩 토해내는 알맹이가 보통이 아니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유시민이 요즘 대학생이라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배낭여행이라고 했는데... 유시민이 좀 이후에 태어났더라면 김어준처럼 살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자유주의자 유시민이라면. 몰랐는데, 김어준이 공식 석상에서는 늘 검정 넥타이를 맨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날 그렇게 결심했다고. 3년을 매기로 했단다. 아직 봉하에 간 적이 없는데 그 3년이 끝나는 날 갈 거라고 했다. 이 남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진심을 이렇게도 전하는구나 했다. 그는 문재인 이사장이 선거에 나가면 왜 당선될 수밖에 없는가를 조.. 2011. 8. 29.
학생 만족도조사 & 강의평가 일반 회사에 상호평가 시스템이 도입된 지는 한 십 년 넘었나 그럴 거다. 일선학교에서는 작년부터 시행되었다. '학생 만족도조사'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작년에 결과를 보고 많이 놀랐다. 수업에 못 따라오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수업에 대한 여론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몇몇 학생들이 주도한다. 조사가 있기 전엔 열의를 갖고 따르는, 눈에 띠는 학생들이 많아서 여론이 괜찮아 보였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3%의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보통 이하의 반응이면 수업이 거의 의미 없다는 이야기). 한 반 40명에 5~6명 정도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항목별 평균을 내면 긍정적 반응이 48%(매우 그렇다 18%, 그렇다 30%), 보통의 반응이 38%, 부정적 반응이 13%.. 2011. 8. 29.
아버지의 미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 지하철 신매역에서 내려 아파트 사이의 작은 숲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오는 이가 낯이 익다. 평범한 체구에 짙은 우산을 쓰고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머리가 거의 사라진 정수리, 바로 우리 아빠다. 두 눈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보자 아빠가 반갑게 미소를 지으신다. 엷은 미소였지만 순간 내 마음에 전해지는 그 따스함의 크기라니.... 무언의 격려, 격정이 없는 애정, 절대적인 지지, 계산하지 않는 평온함, 한결 같은 반가움이 담뿍 배인 미소. 나도 '아빠'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보내며 집으로 향하는데, 걸어오는 내내 그 미소가 마음에 가득 찼다. 이 세상에 어떤 남자가 저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내게 지어보일 수 있을까 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완전 서른 넘어서도 부모 품을 못.. 2011. 8. 3.
나가수 이 프로를 보며 가수들이 표현해내는 감정의 밀도에 놀랐다. 인간의 감정을 그처럼 다채롭고 뜨겁고 깊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거. 음악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목소리가 전해줄 수 있는 것들은 다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림도 문학도 그처럼 직접적으로, 그렇게 격렬한 형태로 감성을 흔들어주진 못한다. 한 사람이 경험하는 가장 큰 슬픔, 가장 깊은 외로움, 쓸쓸함, 애타는 사랑, 다정함, 좌절과 환희, 방랑, 애수, 설렘, 풋풋함, 연민과 아픔, 분노..... 원곡 자체의 힘도 있겠지만 가수들의 표현력이 그것을 극대화시켜주었다. 한 곡이 담아낼 수 있는 것 이상을 전해주었고 여운이 남았다. 그 감정들이 단순히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지나간 한 시대에 대한 환기이고 그리움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 싶다. 학창 시절에.. 2011. 7. 25.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종강에 기말 시험까지 모두 끝났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시험 후에 날을 잡아서 뒤풀이를 했다. 그러고나니 그래도 뭔가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험은 공부할 주제를 미리 알려주었다. 3, 4학년이라 전공 과목으로 다들 힘들어하고 있어서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도 있고, 또 이 주제에 대해 미리 좀 깊이 생각하라는 의도도 있었다. 대략의 방향을 제시해서 그런지 학생들이 답을 모두 진지하게 잘 적어내었다. 수업 시간에 다룬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는 류의 문제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참 재미있었고, 나 자신도 다시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학생 수가 적어서 균형평가(의무적으로 C 30% 등을 주는 제도)를 안 해도 된 것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3~5월, 일주일.. 2011. 6. 21.
비정규직 교수 드디어 종강. 한 학기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강의를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교직 과목을 가르칠 강사가 부족하여 - 대부분의 학과에서 10% 학생들이 교직 이수를 하므로- 강좌를 맡게 되었다. 대학생들을 가르치긴 처음이라 긴장하기도 했고, 인문학에 익숙치 않은 학생들이 많아 코드를 맞추기가 어렵기도 했고, 토론이 재미있기도 했고, 때론 피곤하고 지루하기도 했고, 호프집에서 맥주를 기울이며 신나기도 했고, 여러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시험만을 남겨두자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끝나서기도 하지만 - 중고등학교에서는 일 년을 데리고 있으므로- 가장 큰 이유는 교직 과목 강의가 어떤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학원처럼 잠깐 모였다.. 2011. 6. 2.
5. 23. 벌써 2년이 지났다. 2년 전 그날엔 참 많이 울었다. 슬픔을 인식하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저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빗물처럼 주룩주룩 끝도 없이 내리던 눈물. '깨달음의 장'에서 만난 보수법사님은 그런 눈물은 의식이 아니라 우리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 현재의 나가 아니라 과거의 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예전의 나가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이다. 그분의 죽음 앞에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일상에 파묻혀 잊고 있었던 오래된 나가 되살아난 것일까. 살면서 차곡차곡 쌓였던, 그러나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속에 묵혀두었던 감정들이 눈물로 터져나온 것일까. 몸이 운 것도 아니고 마음이 운 것도 아니고 내 혼이 울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젊은 날의 이상은 간 곳 .. 2011. 5. 24.
무제 유시민의 얼굴에 깃든 이 표정을 오래 기억하려 한다. 분노를 넘어선 담담함, 여전히 살아 있는 뜨거움, 이처럼 뜨거운 사람을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자본주의식 열정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진짜로 활활 타오르는 사람. 2011. 4. 28.
봄산을 오르며 올해처럼 봄꽃이 한꺼번에 핀 해는 없으리라. 보통 목련이 먼저 피고 그 다음엔 개나리가 피고 이어서 벚꽃이 피어야 정상인데, 올봄엔 하도 추워서 꽃이 피지 않다가 갑자기 개나리, 목련, 벚꽃이 다함께 피어났다. 지난 주 운전하면서 보니 노란 개나리와 흰 벚꽃이 함께 피어 특별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다음에 사진을 찍어야지 했는데, 한 주만에 더위로 다 지고 말았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봄기운이라도 느끼자 싶어 오늘, 모처럼 산에 올랐다. 반갑게도 산에는 진달래가 만개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평소 같으면 꽤 길고 지루했을 텐데 길 양쪽에 만발한 진달래 꽃구경을 하느라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두 시간 정도 가는 길에 진달래 꽃빛에 내내 취해 있었다. 군데군데 야생 복사꽃도 .. 2011. 4. 17.
'계'를 지키는 자유 아침에 뜻밖의 메일을 하나 읽었다. 안면은 없는데 아마도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한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두 세번 정도 메일을 번역해준 적이 있지만 내가 불자가 아니라서 곧 잊어버린 모임인데, 메일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이 일었다. 쓴 분은 담담하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숭산 스님의 제자 중 한 분이 유럽에 한국 절을 짓고 있는데, 그 분이 법문도 잘하고 인기가 있어서 한국에서 많은 후원을 받고 있었다. 메일을 쓴 분은 유럽에 거주하는 교포 분으로 그곳의 불사를 도와드리다가 스님의 다소 복잡한(?) 여자 관계를 알고 작년에 일을 그만두었는데, 한국의 후원자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대처승으로도 얼마든지 사찰을 운영할 수 있고, 재가 .. 2011. 4. 17.
욕망과 결핍 엊저녁의 대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므로, 예술가들은 내적으로 좀 더 풍요롭고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분들도 자신의 작업만으로는 끝내 다 채워지지 않는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한 분이 그래서 뒤늦게 결혼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결혼도 자녀도 30정도밖에 채워주지 못하더라고, 생계만 힘들어지니 안 하는게 낫다는 주장과 80 정도는 채워줄 수 있으므로 당장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그것이 결혼이든 그 무엇이든- 그것이 주는 만족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채워도 채워도 허전한 그 내면을 파고들어가면 어린 시절의 심리적 결핍감이.. 2011. 4. 10.
졸업식 지난 한 주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개학하자마자 사흘간 전교생에게 교과서를 배부하느라 교실을 들여다볼 틈도 없었다. 박스를 뜯은 것이 산처럼 쌓였고 책 권수를 끝도 없이 헤아리며 보냈다. 여독이 안 풀렸는지 독감에 걸려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 말도 잘 못했다. 그 일 마치고는 바로 졸업식. 오랜만에 맡은 3학년 담임이고 오랜만에 치르는 졸업식인데, 업무 때문에 사흘내 교실을 내버려두었다가 갑작스레 닥쳐 아쉬움이 컸다. 졸업식 하기 전 반 학생들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으려 했으나 결국 시간을 내지 못했다. 행사 때 찍어둔 것만 전날 급하게 현상을 해서 졸업식 당일 교실 벽에 걸었다. 자기 얼굴 나온 사람 찾아가라고. 작년에 하도 일도 많고 힘들어서 이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좋은 학생들.. 2011.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