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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11

JTS 거리 모금 후기  성탄절을 뜻깊게 보내려고 어제 굶는 세계 어린이 돕기 JTS 거리 모금에 나갔다. 다같이 하는 줄 알고 신청했는데, 동성로에 나가보니 허걱... 각자 모금함을 들고 하는 거였다. 아니, 구세군은 빨간 외투 입고 종을 치며 눈에라도 띄지, 파카 입고 JTS가 적힌 작은 모금함 든 내게 누가 돈을 넣을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처음 한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빈 모금함에 아무도 돈을 넣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이래서 연예인이 나서야 하는구나. 그러다가 다가온 한 커플, 각자 천 원씩 넣고 갔다. 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뻔했다. 그리고 또다시 소강 상태. 힘빠질 무렵이면 꼭 한 사람씩 다가와서 천 원을 넣고 갔다. 화려하게 빼입은 거리를 지나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게 다가온 사람들의 얼.. 2010. 12. 26.
크리스마스 풍경 올 크리스마스엔 냥냥군 내외가 내려와서 정~말 오랜만에 두 시간 넘게 하는 성탄 전야미사를 드렸다. 전야미사는 늘 성당의 불을 다 끄고 깜깜한 가운데 시작된다. 어둠 속에 합창단의 조용한 캐롤이 울려퍼지고 아기예수 구유가 입장하면서 불이 켜진다. 옛날엔 사람들이 모두 초를 들고 서로 이어서 불을 붙였는데 요샌 그건 잘 안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땐 고요한 '기다림' 속에서 어떤 경건함을 느꼈다. 그 경건함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떤 순간을 기다리고 있음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서 미사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학기말 업무로 바빠 퇴근 시간 넘겨까지 일한 탓이다. 그럼에도 몇몇 말들이 귓전을 스치면서 잠을 깨웠다. '인류의 애인, 예수'라는 말이 그러했다. .. 2010. 12. 25.
어떤 사진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지닌 힘일 것이다. 지인이 남아공 출장 중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서 한 컷의 사진을 찍었다. 다음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은 채. "KBS를 살리겠습니다." 두 팔을 활짝 펼쳐 플래카드를 든 모습과 그 뒤로 빛나는 희망봉의 푸른 하늘과 바다, 머리칼을 흔드는 땅끝의 바람 속에서 자유의 기운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 고민과 결연한 의지와 밝은 웃음이 한데 섞인 환한 표정 때문에 평범한 사진임에도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그렇게 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교육을 살리겠습니다." 라고. 나도 그렇고 동료들과도 그렇고 죽어가는 교육을 살려보겠다.. 2010. 12. 20.
시간을 조금 당겨서 현재의 삶의 조건에 갇히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간을 조금 앞서 사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5년 혹은 10년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이미 온 것처럼 이미 이명박 세상이 끝장난 것처럼 이미 민족의 화해가 이루어진 것처럼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것들이 이미 삶속에 도착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사랑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을 앞당겨서 산다면 그저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오는 것을 좀 더 일찍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면 이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 것을 환영할 수 있다면 우리 가슴속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크나큰 기쁨이 자리할 것이고 그 기쁨의 힘이 현재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것들을 가볍게 녹여버릴 .. 2010. 12. 1.
신념과 사랑 누군가가 작년부터 내년까지 자신을 돌아보게 이끄는 별이 나를 비추고 있다 했는데... 내가 지닌 모든 것들-재능, 외모, 성향 등-을 되집어볼 기회가 최근 자주 생기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동안 성찰 없이 살아왔단 이야기도 되겠다. 냉철하게 보진 못한 것 같다. 최근 학교 생활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를 보며 깨닫게 된 점. 내 신념이 그리 튼튼하지 못했구나. 삶속의 파도를 잘 견뎌내지 못했구나. 아니, 이상은 있었으되, 신념이 없었구나,, 했다. 어떤 교조나 고정된 관념으로서의 신념이 아니라 내적 깨달음에서 오는 신념이 없었구나, 이상을 실천 속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일깨우고 다독이며 걸어가는 힘이 부족했구나, 방향성은 있었으나, 자주 길을 잃고 헤매었구나, 했다. 또한 요새 작은 일에도 자.. 2010. 11. 26.
지식채널 - 아주 오래된 소원 몇 년도 더 전일 게다.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저녁 먹고 뉴스를 보는데 한 사건이 들려왔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이 거부된 한 할아버지가 너무 상심하여 북한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남한강 어느 어귀에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얼마나 슬픔이 컸으면... 그 일이 내 마음에 남아서 잊혀지지 않고 가끔씩 떠오르곤 했다. 김구 선생 관련 자료를 찾다가 지식채널에서 우연히 그 이야기를 발견했다. 분단 60년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 그럼에도 그 변화가 얼마나 늦은 변화였으며 어떤 면에서는 미약한 변화였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해방 이후 60년간 단 55차례 이루어졌던 이산가족 만남이 2000년부터 십 년간은 매년 수백 회씩 이루.. 2010. 11. 22.
가을과 여백 갑자기 추워졌다. 여름에서 갑자기 늦가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나날,, 아침 저녁으로 피부에 닿는 공기가 쌀쌀하다. 산천의 잎들은 하나 둘 땅으로 돌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제 몸을 불태워 세상의 절망과 싸우며 하늘로 떠났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밤은 길어지고 한낮의 햇살은 점점 엷어진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과 처음 마주했을 땐 가슴에 스며드는 쓸쓸함과 허망함에 비틀거렸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쓸쓸함은 곧 고요와 맑은 평화로 바뀌었다. 이 세상을 가득 채웠던 것들이 사라진 빈 자리, 그 자리 덕택에 지난 봄과 여름 동안 자연이 얼마나 찬란했던지 알 수 있었고 또 그것들이 다음 해도 변함없이 돌아와 이 세상을 채워줄 것을 생각하면 그저 고맙다. 요 며칠간 먼 나라에서 매일 같이 날아들었던 친구의.. 2010. 11. 3.
희망의 부재 우리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 십 년 단위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나 또한 십 년 전만 해도, 지금의 학교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 아니,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십 년 전에 알았다면 어떠했을까. 이 길을 왔을까. 아닐 것 같다. 어떤 교사가 즉문즉설에서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고 욕설을 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어떻게 지도하면 좋겠느냐고 묻더라. 법륜스님 답변이 명쾌했다. 교사가 학생을 혼내면 그 부모가 교장에게 항의하고, 교장은 다시 교사에게 주의를 주는 이 구조 속에서 자신은 인성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자기 같으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일은 그만두고 자신이 잘 쓰일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그런데 여러분은 돈 몇 푼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니, 현실의 모습을 제.. 2010. 9. 13.
박칼린의 인터뷰를 보고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성격을 설명한 대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이 일을 할 수 없단다. 자존심 강한 음악가들, 각양각색의 배우들, 무대 감독, 스텝들 등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조정해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라고,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그 사이의 온갖 일들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고, 그래서 체력이 가장 중요하단다.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 음악을 해야 한다고, 뮤지컬은 무대를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교사에게 필요한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기 전공/교과에 대한 애착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성품/재능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2010. 8. 26.
'오직지금여기이마음' - 정토회 '나눔의 장' 후기 '오직 지금 여기 이 마음' '나눔의 장'의 명심문이다. 지난 겨울부터 올 여름까지 어쩌다보니 정토회에서 열고 있는 세 개의 장 -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에 모두 참가하게 되었다. 모태 신앙-가톨릭-을 두고 잠깐 불교와 접속한 셈인데 그 '다름' 속에서, '다름'을 통해 배운 것이 참 많았다. 앞으로의 실천은 내 몫이지만. '깨달음의 장'이 고착된 생각을 탁탁 깨트리는 과정으로서 인식론적인 접근법을 쓴다면, 나눔의 장은 전혀 달랐다. 그래서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다. 타인의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반응 방식을 깨닫고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도중에 몹시 지루하기도 했으며 어디로 가는지 방향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참 좋았다. 내가 한동안.. 2010. 8. 13.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명상수련 후기 정토회 주최, 에 다녀왔다. 비파싸나 위주의 4박 5일 과정이다. 반가부좌는커녕 양반다리도 오래 못하면서 간 게 참 대책 없긴 했는데, 그래도 한번은 참여해보고 싶어서 갔는데, 정말 힘들었다. 초심자도 가능한 과정이니, 당연히 좌선과 행선을 번갈아 하겠지 했는데, 왠걸, 휴식 시간 거의 없고 새벽 두 타임, 오전 네 타임, 오후 네 타임, 저녁 두 타임, 이후 법문까지,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꽉 짜여진 일정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열두 차례 40분 명상이 주욱~~~ 처음 몇 번은 다리가 부서져도 끝까지 참았으나, 고통이 넘 심해서 이대론 못할 것 같아 '긴급 질문지함'에 상담을 했더니, 편한 자세를 취하란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 중에서 혼자만 다리를 모으고 앉았다. 종일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 2010. 8. 2.
6. 2. 지방선거 단상 대구, 수성구....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한나라당과 무소속(무늬만 무소속이고 속은 친박연대)만 후보를 낸 곳도 있으니 이거 어쩌라는 거야...ㅠㅠ 사표를 만들까 하다가, 그래도 두 놈 중 어느 놈은 되겠지 싶어서 친박에 한 표. 내 생에 친박연대에 표를 줄 줄이야....ㅠㅠ 암튼 내가 뽑은 이들은 죄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구의원 한 명이 2등으로 붙었다. 야권 후보라고는 진보신당 한 명밖에 없어서 꾹 눌러줬는데 당선...ㅎㅎ 다른 동네에선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대 보수가 제대로 붙었으나 대구에선 진보 야권 단일후보가 전혀 힘을 못 쓰고...ㅠㅠ 수성구청장 후보 중 한 넘이 '전교조 없는 수성구'를 기치로 내걸지 않나 (지가 교육감인가...) 교육감으로 뽑힌 우동기는 전교조를 없애달라는 시민사회의 .. 2010. 6. 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말 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없는 4대강과 자연과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 갚고자 하신 고 문수 스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2010. 6. 2.
Power to the People 2010 대구 지난 5월 15일 신천 둔치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 'Power to the People 2010' 사진. 천안함 발표로 마음이 심란해서 뒤늦은 포스팅이 되었다. 사회자 없이 출연진들이 저마다 가슴 속 한 마디씩을 풀어놓은 멋진 공연. 명계남의 피끓는 그리움의 외침에 함께 눈물 흘렸다. 노찾사의 정겨운 목소리에 마음을 열었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안치환과 자유의 감성에 젖어들었으며 윈디시티의 진정한 교육은 위대한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에 감동했고 앞으로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는 이한철의 소박한 말이 와닿았고 쇠창살에 음악을 가둘 수는 없다며, 음악은 어떤 경우에도 죽지 않는다는 윤도현의 비장한 목소리가 내 심장을 두드렸다. (윤도현 라이브 공연은 거의 십 년만.. 2010. 5. 29.
유시민, 그는 해낼 것이다  그의 결연한 눈빛을 보면, 그가 이번에 무슨 일이든 이뤄내리란 생각이 든다. 2008년년 봄, 대구에서도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의 눈빛과는 달랐다. 완전 내 주관적 느낌일 뿐이지만, 그 때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 연민, 그런 것들이 비쳤었다. 거대한 벽을 애써 두드리는 자의 그런 눈빛이랄까.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떨쳐 일어나서 무엇이라도 할 기세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덤벼드는 느낌. 어떤 장벽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그러면서도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는 차가움을 지닌... 자신을 다 비워낸 자가 가진 어떤 용기와 힘, 그런 게 느껴진다. 그는 해낼 것 같다. 그 무엇이라도. 유시민, 하면 항상 함께 떠오르는 이가 있다. 시민광장의 '네버엔드'님. 대학원 다니느라 너무 바.. 2010.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