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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11

우편물 오늘은 특이한 날씨다. 봄날처럼 포근한데, 온 거리에 가습기를 틀어놓은 듯 종일 안개가 자욱하다. 마치 인도에 온 것처럼. 낮에 기부금 영수증이 도착했다. 며칠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빨리 도착해서 반가웠다. 처음 발송한 우편물이 분실되어 재단에 전화했더니 익일특급으로 다시 보내주셨다. 다른 한 군데서도 익일특급으로 보내주셔서 내일 연말정산 마무리할 수 있을 듯. (올해는 카드값 줄여야지...) 하릴 없이 게으름 피며 보낸 하루다. 2010. 1. 20.
운동장 (신매초 운동장, 서리가 내렸다.) 어제부터 아침에 트렉을 돌고 있다. 새해 계획이었는데 미루고 또 미루다 18일에야 시작. 작년엔 저녁에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운동을 거의 못 했고, 그 결과는 비실비실... 저녁엔 자꾸 일이 생겨서 운동을 빠지게 되고, 또 퇴근 후엔 독서나 기타 다른 것을 위한 내 시간을 확보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아침에 운동을 하자는 것. 매일 빠지지 말고. 어제, 오늘은 7시 반에 간신히 시작했다. 점점 당겨서, 개학하면 6시에 시작하고 싶다. 추위가 겁나서 평소 절대 안 입는 내복까지 챙겨 입고 나갔는데, 아침 공기가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뛰고 걷는 동안은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2010. 1. 19.
자본과 기술?  조만간 우리 집에 한 명의 부르주아가 탄생할 것 같다. 모모군이 개업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혹시나 망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염려를 물리치고 세금 걱정을 하고 있는 중(세금 많이 내봐야 다 4대강 삽질로...ㅜㅜ). 그런데 아무리 전문직이라도 그렇지 나보다 수입이 열 배 이상 많다니... 그래서 막내 냥냥군에게 하소연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 역시 자본주의 사회는 문제야, 블라블라블라..." "누나, 그건 자본주의 사회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단지 자본과 기술의 문제일 뿐이라구. 형은 자본과 기술이 있잖아. 누나, 자본 있어?" "....아니." "기술 있어?" "....아니." "그럼 월급쟁이에 만족해야 하는 거야." "그럼 너는?" "그러니 나도 월급쟁.. 2010. 1. 18.
하늘에서 본 제주~대구 제주공항에서 대구공항까지. (사진 찍은 날. 2009. 10. 5) 2010. 1. 8.
일상으로의 복귀 8박 9일간의 제주여행을 마치고 그저께 돌아왔습니다. 별 계획 없이 조용히 쉬려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모든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지금도 마음에 박혀 있습니다. 12월 31일에는 밤새 한라산을 올라가 백록담 정상에서 떠오르는 햇님을 맞았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일출을 보았고, 그 순간의 감동에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마음 같아선 더 머물고 싶었지만, 한라산 등반 이후로 발목이 좋지 않았고 또 어제 막을 내리는 영화를 꼭 보고 싶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동성아트홀에서 본 세 편의 영화도 걸작이었습니다. 그 기운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해야겠다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 1. 7.
메리 크리스마스 2009년의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오래된 전례 속에 머무는 동안 이 세상에 오신 한 아기의 탄생이 지닌 의미와 기쁨이 잔잔하게 가슴을 채우더군요. 크리스마스는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이 비범한 탄생 이야기 속에는 신이 비천한 마굿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신비와 별의 인도로 아기를 찾아왔다는 동방박사들의 동화적인 스토리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받아들여야 했던 요셉의 인간적인 고뇌, 마리아의 결단 등이 담겨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수천년에 걸친 이스라엘 사람들의 기다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 그 소망이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탄생 이야기 속에 담긴 굳건한 희망의 메시지가 지난 이천년을 .. 2009. 12. 25.
이론과 현장  한국 사회에서는 이론과 현장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이론 없이 복잡한 현실을 정확하게 해석해내기는 어려운 법인데, 그 이론이라는 것이,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이 지적되고 있는 바로서, 자생 철학이 없는, 한 번도 자생 철학을 가져본 적 없는, 지금도 수입 학문으로 연명하고 있는, 학계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론은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학자들은 현실을 밝혀줄 수 있는, 길잡이기 될 수 있는 이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유-너머'의 실험은 인문학에 새바람을 불어넣었지만, 다들 참 훌륭한 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학문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니체나 들뢰즈, 뭐 이런 사람들을 가지고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노동하지 않음에서 오는.. 2009. 12. 16.
3년 그리고 30년 불교는 듣고 이해하고 믿는 것만 갖고는 부족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제로 행해보고 몸과 마음에서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인생이 좀 바뀌어야 됩니다. 그러려면 정진을 해야 됩니다. 적어도 백일은 정진을 해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백일 동안 정진을 하면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를 바꾸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정진은 3년 간 꾸준히 해야 자기의식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도 나를 보고 사람 많이 변했다고 말할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개인의 변화는 한 3년 하면 되지만 세상을 좀 바꾸려면 한 세대가 정진을 해야 됩니다. 30년 정도 노력을 해야 이 사회의 흐름이 좀 바뀝니다. 그래서 .. 2009. 12. 7.
월드컵 경기장의 가을 11월 중순,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 만난 가을의 절정. 지난 달엔 너무 바빠서 이 하루의 산책이 2009년의 가을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 너무 아름다운데, 특히 비 온 뒤의 맑은 하늘, 선선한 아침 공기, 소리 없이 움직이는 계절의 운행, 자연은 언제나 놀랍도록 신비롭고 아름다운데, 인간의 삶은 왜 이토록 소득 없이 분주한지... 2009. 12. 6.
11월의 거리에서 -> 지난 달, 집 앞 거리에서 찍은 사진. 빛나던 가을은 이제 자취를 감추고 긴 겨울의 시작이다. 은행잎이 떨어진다 봄날 햇살 한 자락이 여름 소낙비 한 줄기가 가을 눈부신 하늘 한 조각이 떨어진다 바람 한 번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그 길 위의 차들도 그 길 위의 시간도 함께 떨어진다 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자신을 던지며 마지막 누울 곳을 찾는다 그의 운명이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 우리 또한 이 가을에 어디에 마음을 뉘일까 우리들의 시간은 어떤 빛깔로 물든 후에 이 가을 이별을 고할까 11월의 거리에 은행잎이 진다 내 마음도 진다 2009. 12. 6.
정신적 사랑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분들이 정신적 사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물론 지금 이 시대에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이분법적으로 딱 갈라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이 너무 과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거다. 정신적 사랑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다가가기 어려운 어떤 것이 아니다. 정신적 사랑이란 '존경'을 포함하는 사랑, 존경하고 흠모하는 사랑이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들이 사라졌으니 정신적 사랑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존경을 담고 있는 사랑이란, 이상을 지니고 있는 사랑, 뜻을 품은 사랑, 지향하는 공동의 가치가 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추구하는 어떤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관이 없다면, 정.. 2009. 11. 5.
강을 따라, 가을을 따라 10월 24일, 금호강변에서...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2009년 마지막 올레길 걷기) 2009. 11. 1.
인간을 믿는다는 것 사람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삶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계기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는 것 같다. 그 경우 사람은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대상이 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인류가 이루어놓은 것들, 전쟁과 비참, 고문과 기아, 갖가지 악행들을 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다. 아우슈비츠가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어둡고, 그것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대상이 된다. 요즘 드는 생각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앎 그 자체는 실천을 낳지 못하지만, 믿음은 강한 행동을 낳는다. 기독교인들의 천박한 실천은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암튼 믿음은 행동하는 힘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 2009. 10. 30.
어떤 차이 학문을 함에 있어서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 니체를 이용하는 사람 (사람 이름은 그냥 하나의 예임) 이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 견해는 비록 같을지라도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 삶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과 니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거리는 멀지만, 오히려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과 칸트에 매혹되는 사람이 더 가까울 것 같다. 매혹되는 사람은 그것이 자신에게 구원이 되기 때문이다. 구원이란 말이 너무 무겁다면 의미나 가치로 바꾸어도 좋으리라. 어떤 인물이나 사상에 매혹되는 까닭은 그것이 내 정신의 자양분이 되고 삶과 실천의 영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격적인 만남이고 우정이며 사랑이다. 그것은 우리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상은 사.. 2009. 9. 27.
간디 - 박홍규 선생의 자유공부 간디와 물레. 간디가 추구했던 운동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영국의 옷 대신 스스로 옷을 지어입고 영국의 소금 대신 스스로 소금을 만들어먹자고 했던 간디. 그의 고향에서 뭄바이까지 걸어서 수십일이 걸린 '소금 행진'은 인도 독립의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간디를 세계적 인물로 만들었다. 육십이 다 된 노인이 벗은 몸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행진하는 모습은 세계 지식인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고 한다. 지난 주 박홍규 선생님의 자유공부 주제는 간디였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점은 간디가 참으로 '느리게' 변화해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어릴 때 특출난 점이 전혀 없었으며, 영국 유학 시절에도 영국에 대한 비판 의식이 거의 없었다. 남아연방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 기찻간에서 1등석 표를 가지고도 유색인이.. 2009.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