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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11

세파가 남기는 것 세파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을 만든다. 살아가는 동안 파도에 자신의 모든 부드러운 면이 다 깎여나가고 억세고 모난 부분만 남은 사람. 또는 자신의 강인한 기질이 다 깎여나가고 부드러움만 남은 사람.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답지만 슬프다. 고교 시절 날카롭고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하셨던 선생님을 7, 8년 후에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부드럽고 둥글둥글해진 인상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좋지 않은 건 전혀 아니었지만, 그 선생님을 다른 분과 구별시켜 주던 그 또렷한 눈빛이 사라져서 왠지 슬펐던 기억. 부드러움을 간직하되 가슴 속에는 언제나 세태와 맞서는 칼날 하나를 품은 사람, 약자에게는 한없이 겸손하되, 강자에게는 참으로 당당한 사람, 그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세파.. 2009. 7. 12.
인간의 깊이가 결정되는 지점  예전에 누가 그러더라. 한 인간의 그릇의 크기는 그가 세상과 맞선 그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공부를 하다보면 총명한 사람들을 더러 만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총명한데, 머리 회전이 빠른데, 깊이가 없다. 가볍고 얄팍하다.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홍정욱 같은 이도 머리야 얼마나 좋겠는가. 삶은 영 아니올시다지만..) 목표는 있는데 영감이 없고 야심은 있는데 비전이 없고 이용/적용은 있는데 고민/철학이 없고 이론은 있는데 실천이 없고 지식은 있는데 미학이 없고 행함은 있는데 분노가 없는... 사무침이 없는... 후자가 없는 까닭은 세상의 모순/편견/불합리와 정면으로 마주한 경험이 없어서다. 결국 한 인간의 깊이는 그의 존재가 세상과 부딪힌 그 지점에서 결정된다. 그가 만난 세상의 크기, 그.. 2009. 6. 29.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예전에 서프 논객(김동렬님이었던가) 글에서 읽은 내용이다. 국민을 널리 모으려고 '참여 정부'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참여하려는 국민이 없다고, '참여 정부'를 자신의 정부로 생각하는 국민이 없고 '참여 정부'의 성공을 우리 모두의 성공으로 여기는 국민이 없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고... 그래서 '참여 정부'라는 이름이 참 뼈아프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뒤늦게 철학자 김상봉님의 추도사를 읽었다. , , 등의 책을 통해 만난 적이 있고 악에 저항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한국 도덕교육의 문제점을 고발한 '도덕 교육의 파시즘'은 특히 마음에 깊게 남은 책이다. 추도사에 담긴 절절한 자책이 심금을 울린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과 한계는 한 시대의 성공과 한계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성공과 한계.. 2009. 6. 28.
들뢰즈의 기여 및 한계 - 이성백 이성백 에서 결론만 옮김 최근 읽은 글 중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줌 (1) 들뢰즈는 차이의 개념을 통해서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 놓았다. 대립과 모순을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으로 이해하면서 변증법이 차이를 적극적으로 사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변증법의 한계를 적절하게 지적하였다. 모순이 아니라 차이가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이고, 모순은 차이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변증법은 모순을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차이를 제대로 사유할 수 없었다.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모순으로만 봄으로써, 변증법은 관계를 부정적 관계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차이의 긍정은 사물들 간의 관계를 긍정적 관계로 개념화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열었다. 변증법의 확.. 2009. 6. 28.
들뢰즈 철학에 대한 비판 1. 홍준기 : 들뢰즈의 영향으로 ‘모순’이라는 범주를 불필요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국내의 프랑스 철학 연구자들 사이에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 --> 신지영 : 차이 그 자체의 영역에서 부정이나 모순을 대체하는 개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차이가 아니라 거리이다. 거리와 간격이 존재하는 이 영역에는, 들뢰즈가 말하듯 조금도 미규정적이지 않은 부정 관사나 부정 대명사, 미분화된 것은 아니지만 과정을 나타내는 부정법 동사,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우글거린다(디알로그 146). 들뢰즈의 차이가 부정을 내포하지 않기때문에 규정도 조직도 생각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러므로 오해다. 2. 신지영 : 라깡이 분석의 끝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시니피앙으로 이루어지는 분석을 통해 시니피앙.. 2009. 6. 27.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사람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한 세상을, 한 시대를 함께 헤쳐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성공/명예/권력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를 만날까, 그들과 무슨 뜻을 공유하면서 한 세상을 헤엄쳐 나갈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삶의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를 희망하지 않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다른 시각/삶을 열어주는 열쇠이므로.. 문제들을 껴안고 가족/친구/이를 모를 벗들과 함께 삶의 크고 낮은 모든 파도를 넘어가는 것. 도도하게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문제를 넘고 자신의 벽을 넘고 사회의 벽을 넘고 시대를 넘고.. 사랑의 힘, 진리의 힘, 아름다움의 힘으로... 그렇게 살면 한 생을 잘 살았다는 생각.. 2009. 6. 25.
학부 시절 세 분 선생님 학부를 졸업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고... 직장 생활하다 보니 그 시절을 별로 떠올릴 틈 없이 살았다. 2주 전 대구/경북 지역 교수 시국 선언을 보고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대학 때 직접 배운 선생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네다섯 분 정도인 것 같다. 그 중 세 분의 성함이 명단에 있었다. 우리 과에서는 이주형, 서종문 두 분 선생님이 명단에 계신데 서종문 선생님 수업은 내가 못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주형 선생은 현대문학, 그 중에서도 경향문학 전공이고... 대학 때 공부 안하고 워낙 놀았던 까닭에 애착을 가진 과목이 별로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많지 않은데, 3학년 때 이주형 선생님이 채만식의 삶에 대해 길게 말씀하셨던 그 날의 한 장면이 내 기억 속에 .. 2009. 6. 23.
대통령 노무현으로부터의 편지 메일함이 꽉 차서 삭제를 하다가 '대통령 노무현'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2007년 5월 14일에 온 편지. '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그 편지를 열어보고, 선생님들 노고에 감사한다는 대통령님 목소리 듣고 무척 감동했었는데.... 플래쉬 편지였고, 만화 캐릭터로 그려진 노대통령께서 직접 육성으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편지였다. 당신께서 자라시면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가치 있는 것들을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이제 플래쉬는 연결되지 않고, 대통령께 답장을 보낼 수도 없다. 비어 있는 빈 페이지가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아마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일 것이다. 그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자 애쓰셨던 분을 우리는 하늘로 보내고 말았.. 2009. 6. 13.
春怨 - 봉하에 다녀와서 春怨(춘원) / 王安石(왕안석) 掃地待花落 (소지대화락) 惜花輕著塵 (석화경착진) 遊人少春戀 (유인소춘연) 踏花却尋春 (답화각심춘) 땅을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나니 그 꽃잎 티글 먼지에 더렵혀질까 안타까워라 놀이꾼들은 봄 사랑이 모자라 그 꽃잎 즈려밟고 봄 찾아 헤매이누나 지난 화욜 밤, 봉하에 다녀왔다. 대구 수성 IC에서 한 시간 거리, 너무 가까운 거리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한 번도 가지 못했는지. 갈 기회가 한두 번도 아니고.. 몇몇 모임에서 가자고 여러 번 연락이 왔었는데... 좀 조용해지면 가야지 했었다. 나까지 가서 바쁜 분 성가시게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분들 다 가고 나서 가려고 했었다. 그 분 농부 생활이 이처럼 빨리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분.. 2009. 5. 31.
2002년 그리고 2009년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것을 잊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5년 동안 조중동의 전방위적인 공격, 그 편을 든 한국인의 집단관념이 너무 강하여 2002년 겨울을 뜨겁해 했던 많은 사람들의 꿈과 소망이 다소 빛을 바랬던 것 같다. 대선 때, 그리고 탄핵 정국 때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한동안 진이 빠져서일 수도 있고 또 워낙 대통령께서 깨끗한 정치를 펼치셨던 터라 부패, 남북관계, 그밖의 여러 것에 대해서 마음놓고 있어서기도 하다. 7년 전 그분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사람 사는 세상'이 어느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가야 하는 머나먼 길임을 깨닫게 되고 그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과정에 삶의 정수가 담겨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노랫말처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2009. 5. 26.
결코 잊지 않겠다 이틀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도 주룩주룩 쏟아졌다. 그토록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언론, 현직에 계실 때 거의 죽여놓고선 시골 농부로 사시는 분을 15개월만에 끌어내 갖은 모욕 끝에 죽인 참 대단한 언론/검찰/쥐박. 이웃집 개가 죽었나. 일개 탤런트도 '타계, 별세'라 칭하는 마당에 토욜 10시 55분까지 '사망'이라고 보도하다가 갑자기 '서거'로 바꾸더니...어제와 오늘 방송 태도도 또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뒤집혀서 '진작에 탄원서라도 제출할 것이지 이제 와서... ' 하니까 아빠가 하는 말. '가당치도 않은 기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들한테 무슨....' 그 말씀이 맞았다. 얼마 전에 엄마가 '저러다가 노무현 죽을 것 같다'며 걱정하셨다. 그래도 내.. 2009. 5. 2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간은 죽어 나가고 쓰레기들은 잘도 사는 세상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 역사가 바른 길을 찾아갈까요. 꿈이 있어서 봉하로 내려갔고 더 할 일, 이룰 일이 너무나 많은 분이셨는데.. 눈물을 그칠 수 없는 아침입니다. 2009. 5. 23.
한국 교육병의 원인은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주입식 vs 열린교육도 아니고, 공교육 vs 사교육도 아니고, 주류/inner circle에 편입될 수 있느냐/없느냐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고는 편입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억지로 공부를 시켜야 하니까 주입식/사교육이 각광받는 것이고.. 그러나 누구도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스카이를 나오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그들만의 리그의 벽을 좀 덜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이 필요할 텐데, 특목고/자사고 열풍으로 그 벽은 더 단단해질 것 같고... 아니, 이제 스카이를 나와도 전문직이 되어도 옛날과 같은 특별한 이득이 없다. 그러면 이미 돈 있는 사람들이 다 먹는 게임이 되는 것이고, 그런데도 거기 들어가려고 목을 메는 것이고... 그들은 이.. 2009. 5. 18.
소통의 장벽 사람들-이 때의 사람들은 기혼자를 말함-하고 이야기할 때 도무지 소통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지점.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의 뇌가 '시간'을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그래서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이미지화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정말이다. 생각해보니 많은 기혼자들이 본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암튼 짝짓기 시즌을 넘긴 솔로들의 삶을 자신들의 미혼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상상한다는 데에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나의 생활을 자신의 미혼 시절을 죽 연장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삼십대 중반인 현재 나의 삶과 생활은 그들의 이십대 시절과는 전혀 다르고 나 자신의 이십대 시절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 2009. 5. 14.
대구시향 제 355회 정기연주회 -> 데이비드 아스카니오 지난 2월과 3월보다 집중도가 훨씬 높은 연주였다. 초대권으로 온 사람이 많은 탓에 관객들이 처음엔 악장 사이에 박수도 좀 치고 그랬지만... 연주가 좋았기에 많은 이들이 몰입해 보았고 다 끝난 후에는 아주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계명아트센터가 전체 음향도 그렇고 그랜드피아노 소리도 그렇고 시민회관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협연자 가 아주 훌륭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것이 나이가 꽤 드신 분이었는데 (위 사진은 옛날 것인 듯) 연륜이 온통 묻어나는 연주였다. 지난 번 젊은 김원씨의 가벼운 연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협연자들이 대체로 튀는 연주를 하며 오케스트라가 그 배경처럼 느껴진다면 이 분은 시종일관 오케스트라 및 지회자와 부드럽게 호흡을 맞추어가면.. 2009.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