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중딩 때 빠져들어 봤던
최수지 주연의 대하드라마 토지.
스무 살 때 책으로 본 ‘토지’는 기대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서희와 길상의 로맨스가 대강 마무리되자
더 읽지 못하고 4권쯤에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펄벅의 ‘대지’에서 받은 민초들의 생명력을
‘토지’의 다양한 군상들 속에선 별반 느끼지 못했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이 하동 평사리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기가 막힌 장소일 줄도 예상 못했다.
지리산 굵은 산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섬진강과 만나고
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마을 앞으로는
폰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까지…
와~~
지리산과 굽이치는 섬진강이 만나는 곳에 펼쳐진
드넓은 모래사장에 비옥한 악양평야까지.....
이 모든 게 한 자리에 모여 마을에서 내다보일 줄은 정말 몰랐다.
눈물겹게 아름답고 감사한 자연이고 마을이었다.
악양평야엔 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축사나 비닐하우스가 전혀 없다.
이 일대가 이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건
소설 ‘토지’의 힘인 것 같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평사리 일대가 관광지로 잘 보존되는 느낌이었다.
박경리 선생이 정말 큰 일을 하셨구나 싶다.
해 저무는 시간, 섬진강의 풍광에 경탄하고
이른 아침, 안개 속에 밟은 섬진강 강모래에 전율했다.
사대강사업으로 강모래가 남은 데도
얼마 없으리라.
드라마 세트장 최참판댁은 몇 십 년 세월의 흔적이 묻으니
마치 고택보다 더 고택 같았다.
지리산을 둘러싼 5개 시군,
함양, 남원, 구례, 하동, 산청이 다 제각각 특색이 있으나
구례, 하동이 특히 아름다운 이유는
산줄기 사이로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때문이다.
구례, 하동 중에서도 산과 강 사이에 벌판까지 품에 안고 있는
하동 평사리가 내겐 최고다.
소설 ‘토지’를 다시 봐야겠다.
영상은 언제 만드나..ㅠㅠ
**사진은 하동 스타웨이 스카이워크(유료전망대)와 인근 도로가 전망대, 섬진강가(평사리공원)에서 찍은 것
<영상>
https://youtu.be/wdHj_sCXZ4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