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의 두 번째 인터뷰집. 2003년판이다. 그 후 꽤 많은 책이 나왔으니, 이 책을 내가 좀 늦게 읽은 셈.
머리말이 재미있다. 자신을 '거리의 악사'에 빗댄다. 거리의 악사가 음악이 좋아서 거리에서 연주하고 돈을 구걸(?)하는 것처럼, 자신도 글쓰기가 너무 좋아서 이것으로 밥을 벌어 먹고 싶은(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인터넷 비주류 논객이라고. 누구나 쉽게 읽고 남는 게 있는 사회과학 책을 쓰고 싶고, 인터뷰는 구어체라서 잘 읽히기 때문에 그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삼만 부 팔리는 책 한 권 내야 이천만 원 벌까 말까라면서(그것도 유명한 저자), 삼천 부 파는 자기는 그럼 열 권 내지 뭐... 라고 마음 먹었다던데 그 배짱이 멋있다. 실제 그 후로 10권 가까이 낸 것 같다.
강헌, 권해효, 김미화, 박재동, 박찬욱, 신해철, 안치환, 장봉군, 정태춘 아홉 사람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저자가 자기 목소리를 부각시키지 않고 편안하게 상대편의 목소리를 잘 끌어낸다. 2003년판이다 보니 지난 2002년 대선과정 및 노무현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대통령 한 명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현장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등의 말들이, 지금 들으니 더욱 새롭다.
제목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에 이 인터뷰의 목적이 다 담겨 있다.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인데, 프랑스 시위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친애하는 지식인과 예술가 동지 여러분'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선 예술가를 지식인과 동급으로 간주한다고. 예술가라면 가장 개혁적이고 혁명적인 발상의 소유자들이므로 당연히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는 지식인이라는 거다.
이 책은 그런 바람을 담아서 만든 책이다. 대중예술가를 딴따라로 간주하는 문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사회에 참여해온 한국의 아홉 명의 예술가들, 그들이 지닌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세상 사는 맛은 결국 사람의 맛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이 참 살맛이 안 나더라도 깨어 있거나, 아름다움을 주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굉장히 살 맛이 나거든요. 정말 살맛이 안 날때가 있다면 희망을 갖고 같은 길을 가던 사람이 변절할 때 살맛이 떨어진다구요. 사람을 살맛나게 하는 것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을 발굴해내는 것이 재산입니다. 저도 늘 방황하면서 뒤뚱거리면서 살아가지만 지성, 양심을 지닌 예술인이 있다면 그게 우리의 재산, 기쁨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발굴하고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정말 사람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박재동
책 이야기/사회, 과학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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