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모임 등으로부터 작가와의 만남, 행사 문자가 가끔 오지만 저녁 시간이 피곤해 잘 가지 않았다. 이번엔 일부러 챙겨갔는데 정지아 작가였기 때문.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였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더더욱.
'아버지의 해방일지' 관련 사담은 유시민의 알릴레오 내용과 겹쳐서 가볍게 들었는데, 그밖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았다. 말과 글이 달라서 작가들이 중언부언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분은 이야기를 정말 잘하셨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논리정연하게 전달하셔서 놀랐다. 계속 안 팔리는 작가이다가 60세에 떠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하셔서 다들 웃음..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MZ 세대에게 히트친 건 나는 작품의 힘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높기에 그 소재가 빨치산이건 아니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소재는 전혀 달라도 시대를 깊이 포용하는 점, 유머러스한 전개와 정서적 따스함은 위화의 '제7일'을 연상케 하는 소설이었으니까.
'자본주의의 적'에서 1인칭 시점이 훨씬 흡입력이 크다고, 앞으로 작가의 개인사가 느껴지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을 계속 쓰실 것인지 질문했는데 의외의 답을 들었다. 단편 '문학작가 정지아의 집'의 많은 부분이 창작이라 한다. 사람들이 도저히 믿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주로 1인칭을 부여한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거의 쓰지 않았는데, 앞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과 장벽을 어떻게 물리치느냐에 따라 소설의 길이 정해질 것이라고.
행사가 열린 장소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이었다. 신관 건물 전체가 완전히 새로 리모델링되고, 구관은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지어졌는데, 처음 보았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라니, 격세지감. 신관 로비에 있던 박정희 부조가 이번에야 사라져서 반가웠는데, 사범대학 입구에 'Teacher's College'라고 입간판이 붙어 있어서 뭥미, 했다. 아니 여기가 미국 대학인가? 걍 사범대학이라 써붙이면 되지. 하드웨어는 최첨단을 달리는데, 영혼은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행사의 백미는 휴대폰 분실. 밤에 피곤해서 어리버리 화장실에 두고와버렸다. 집에 와서야 알았고 다시 택시타고 경대까지 왔다갔다 생난리. 폰은 화장실에 그대로 있었다. 이럴 때 한국에 살고 있는 게 감사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구나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할 텐데도 걱정이 되어 경대까지 두 번 걸음에 동행해준 후배쌤께 너무 고마워서 와인과 안주를 선물로 보내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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