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에 29명이 되니 모둠수업 하기가 어렵다.
나는 한 시간 내내 하는 모둠수업은 하지 않는다.
45분 수업 중에 10분~15분 정도 시간을 주고 친구와 대화할 시간을 주는 정도다.
그 대화할 시간을 꽤 자주 주었는데,
올해는 한 반 인원이 너무 많고, 또 학생들 학력 수준이 너무 낮아서
모둠 대신 칠판에 붙이는 걸로 대신한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 모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는 잘 주지 않는다.
모둠 시간을 주는 이유는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여유를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주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주제로 모둠대화 시간을 준다.
일종의 경험 나누기다.
소설 '하늘은 맑건만'은 딱 한 번 수업해본 적이 있기에
어떤 대화로 시작할지 좀 고민이 되었다.
어리버리한 주인공이 영악한 친구에게 약점을 잡혀서
어른들께 거짓말을 하며 질질 끌려다니는 내용인데, 뭘로 대화를 시작할까.
'내 인생의 조력자와 악당'에 대해 이야기할까 하다가 넘 뻔할 듯해서
나는 어떤 거짓말을 했는가, 거짓말이란 뭔가 등등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흔히 하는 거짓말을 많이 알게 되어 흥미로웠는데,
소설 수업이 다 끝나가는 지금은
"초등학생, 중학생은 친구를 어떤 식으로 괴롭히는가?" 요런 주제의 대화가
소설 주제와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애들 말로는 '목마르다'는 99퍼 거짓말이랜다.
목이 마른 애들은 그냥 물을 마시지 그런 말을 안 하고,
목마르다는 핑계로 잠시 급수대에 다녀오려고 하는 거짓말이라고.
선생님한테 하는, 이해했다는 대답도 귀찮아서 걍 하는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고.
천재지만 생활고로 막노동판을 전전했으며,
6.25 때 월북하여 생사 확인조차 안 되는, 분단의 희생자.
현덕 선생이 약 백 년 전에 쓴 청소년 소설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다.
심리 묘사가 탁월하여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고 나름 세련됐다.
궁핍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인간의 도리를 계속 질문하는 작품이 많기에
그가 택했던 월북이 이해 가기도 한다.
그는 어디가 더 나은 사회인지 질문하고 또 질문했을 것이고
그 결과 고향(서울)을 떠나는 어려운 선택을 했을 것이다.
1950년에는 남한과 북한 중 어디가 더 나은 지 판단하기 어려웠으니까.
남쪽에 있었으면 그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김동인 류의 소설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기에
그의 월북과 그것이 초래한 불행한 종말이 그저 안타깝다.
https://ssam.teacherville.co.kr/ssam/contents/22287.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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