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기예보는 우리가 여행하는 4박 5일 내내 흐릴 거라고 했는데, 간간이 햇살을 보았고, 한라산에 입산하는 날은 기막히게 청명한 날씨였다.
(산행 시작 지점인 성판악으로 가면서 5. 16 도로를 지났다. 박정희의 쿠데타를 기념해서 만든 도로라고 한다. 이젠 이름을 바꿀 때도 된 듯.-.-; )
2월 중순, 제주에는 이른 봄이 찾아왔지만 성판악에서 진달래밭 지나 백록담 가는 길은 초입을 제외하고는 눈이 그대로다. 어떤 길은 1m도 넘게 쌓여 있다. 눈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꽤나 지루했으리라. 하지만 이 날은 폭신폭신한 눈길을 밟으며 산을 오르는 기분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한라산의 둥근 능선은 물론이고 백록담까지 선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 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등 뒤로는 끝없는 뭉게구름, 그 아래는 거친 평원. 신천지가 바로 여기구나 했다. 하산하면서 눈길이 끝나자 얼마나 아쉽던지...
그렇게 잠시 잠깐 동안 선계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허락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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