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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 김형중

by 릴라~ 2017. 2. 12.

여행지에서의 스쳐가는 감상은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없을 때가 많다. 광주 출신의 평론가가 자신을 K로 객관화하여 광주곳곳을 산책하며 쓴 이 에세이는 한 장소의 진정한 의미는 그곳과 마주한 우리들의 시간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정리와 금남로, 양림동에서 망월동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장소를 K는 온전히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바타유는 여러 고상한 정의들(가령 생각하는 동물, 노는 동물, 도구적 동물 등등)을 제쳐두고, '소모하는 동물'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가장 적당한 정의라고 주장한 자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소모와 탕진에 매혹당하는 생명체다. (...)

 

약간의 비약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문화 혹은 문명 일반이 실은 과잉 소모의 산물들이라고 프로이트주의자이자 바타유주의자인 K는 믿고 있다. 프로이트는 예술을 일컬어 리비도 에너지를 승화시켜 얻은 결과물이라고 말하는데, 한 장의 그림이나 한 편의 시는 실제로 인간이 먹고 살고 번식하는 데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낭비적인 것들일수록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것이 되는 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문화가 아니라 산업인 이유는 그것이 소모하기보다 더 많은 부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시와 소설이 문화인 것은 그것이 아무런 이윤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K는 지금의 광주가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에게 현재의 광주는 문화 산업의 도시다. 그가 보기에 문화와 문화 산업은 이름만 유사할 뿐 실은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 행위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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