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갈까를 알고 싶다면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 일어난 모든 사회적 현상이 얼마 후 우리에게도 닥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거품경제가 꺼진 이후 고용 불안정과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의 이유로 비혼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이들의 부모는 초고령화되면서 '개호(간병과 수발을 포함해서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가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나면서 가정에 형제가 여럿 있어도 개호의 책임을 대부분 독신 자녀가 떠맡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독신 자녀 개호자들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쉽게 술술 읽히지만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임을 느꼈다. 일본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우리 보다 훨씬 앞서 있지만 그럼에도 개호자들이 겪는 경제적/육체적/심리적 어려움은 여전했다. 그들은 고독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전쟁에 내몰려 있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헤쳐가야 할 노인 문제와 우리 누구나의 앞에 다가올 늙음과 병, 죽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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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집에는 아픔을 경감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자기 스타일대로 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익숙한 환경, 가족, 침대 등, 거기에 24시간 언제든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고 집에서도 최대한 고통을 완화해줄 수 있는 의료와 간호가 갖추어지면, 집에서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된다. 이러한 요소가 결과적으로 아픔을 경감시킨다고 본다."
그러나 개호를 맡은 사람들은 대개 '언젠가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시설에 보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환자나 고령자 입장에서는 집이 나을지 몰라도 돌보는 입장에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p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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